메타: 예상 깨고 승승장구하는 레드 진영, 이유는
콘텐츠: 발전한 오프닝 및 중계 디자인, '칼바람 나락 퀴즈쇼' 등 히트작도
팬서비스: 팬미팅 재개 다행... 흐름 깨지는 '응원구호'도 손 봐야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십 코리아(LCK)가 여느 때보다 뜨거운 화제 속에 2024년 시즌을 시작했다. 

2024 LCK 스프링 스플릿은 1월 17일 종로 LCK 아레나에서 개막했으며, 현재 4개 매치를 진행했다. 그중 리그 내 최대 빅매치로 꼽히는 T1과 젠지 e스포츠의 대결은 최고 동시시청자 110만을 돌파하면서 뜨거운 열기를 입증했다. 

완전히 바뀐 소환사의 협곡 맵 구조, T1의 월즈 우승으로 정점에 다다른 LoL 열기가 리그 흥행에 불을 지폈다. 그밖에도 아프리카TV와 신규 플랫폼 치지직의 스트리밍 중계 경쟁, 만나고 헤어지는 스타 선수들간 서사 등 다양한 소재가 맞물리면서 이야기를 자아내고 있다. 

바뀐 맵만큼이나 많은 것이 바뀌었다. 신인 선수를 위한 육성권 제도가 도입되며 '샐러리 캡'으로 불리는 균형지출제도가 계도 기간에 접어들었다. 티켓값도 인상되는 등 구단 수익 개선을 향한 움직임 역시 커진다. 이틀간 살펴본 경기 흐름, 리그 진행 변화에 대해 긍정적인 면과 개선할 점을 적었다.

저 악몽 같았던 레드의 바텀 지형이 생각보다 큰 영향은 아닌 듯하다
저 악몽 같았던 레드의 바텀 지형이 생각보다 큰 영향은 아닌 듯하다

■ 레드 진영이 불리한 게 아니었어?

소환사의 협곡 대격변이 일어나면서 개막 전 팬들의 의견은 분분했다. 그중 한 가지 주제는 "레드가 너무 불리하지 않느냐"였다. 특히 바텀 지형이 지나치게 불리해 보였고, 전반적 지형 변화에서도 불편한 점이 있어 진영 밸런스가 우려됐다.

그런데 이틀간 결과는 정반대다. 비록 초반이지만 4개 매치가 진행된 가운데 레드 전적이 8승 1패로 크게 앞선다. 원인을 팀 전력 차로 돌리기에도, 농심 레드포스와 젠지는 상대적으로 쉽지 않은 팀들을 만나 레드에서 전승을 거뒀다. 

아직 표본이 적기 때문에 밸런스를 논할 단계는 아니다. 다만 먼저 시작된 LEC에서도  레드 우세가 압도적으로 나타나는 점은 유의미해 보인다. 단점으로 지목된 레드 진영 지형이 선수들의 전술 변화로 충분히 극복되는 모습이다. 

또 한 가지 이유로 추측 가능한 것은 현 밴픽 메타에서의 레드 우세다. 반드시 밴해야 할 정도의 OP 챔피언이 별로 없고, 그 때문에 블루 1픽보다 레드 팀 5픽이 더욱 큰 이득을 발휘하는 모습이 자주 나타난다. 유효 갱킹이 힘들어진 것도 마지막 카운터 픽의 가치를 올리는 듯하다. 

주도권이 반드시 필요해진 이유로 꼽히는 초반 공허 유충 시스템도 생각만큼 절대적 위력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모든 유충을 다 획득한 팀이 패배하는 경기가 잦다. 결국은 타워를 길게 공성할 상황이 나와야 유용하다는 점, 아직 탑보다 바텀 캐리력이 중요하다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수십 만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자아낸 '칼바람 나락 퀴즈쇼'(화면: LCK 유튜브)
수십 만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자아낸 '칼바람 나락 퀴즈쇼'(화면: LCK 유튜브)

■ 한결 발전한 영상 스토리텔링과 방송 디자인 

LCK의 올해 중계 퀄리티는 비록 초반이지만 매우 만족스럽다. 전체적인 송출 디자인과 색감이 더욱 발전했고, 선수들의 정보 소개와 부가 콘텐츠도 팬들에게 큰 즐거움을 주고 있다.

스프링 오프닝 타이틀 영상은 젠지에서 T1에 이르는 지난 시즌 의미를 담는 동시에, 새로 바뀐 각 팀의 면모를 감각적인 연출과 음악으로 풀어냈다. 

특히 가장 오랜 동료에서 다른 길을 걷게 된 '캐니언'과 '쇼메이커'의 교차 편집, LCK의 미래로 각광받는 '페이즈'와 '제우스' 투 샷, 여기서 줌아웃되며 액자식 거울로 연결되는 '비디디'의 응시와 KT 롤스터로 합류한 2022년 '중꺾마' 멤버들 등 관전 포인트가 가득하다.

방송 프로그램도 흥미로운 기획만 모았다. 레전드 선수들의 재결합을 보여주는 '리플레이'가 새로운 조합의 시즌2로 돌아오고, '롤분토론'과 '시크릿 보드룸'이 여전한 재미를 자랑했다. 월즈 기간 특별 편성되어 큰 홍응을 얻은 '우틀않' 정규편성, 매주 일요일 '롤리 나잇', 'LCK 단합대회' 원딜과 미드 편도 향후 공개가 기대되고 있다.

분석데스크 멤버들을 고통에 빠뜨린 '칼바람 나락 퀴즈쇼'는 특히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공개 이틀 만에 조회수 30만을 넘겼다. 시청자 반응마다 폭소가 끊이지 않았고, "LCK 콘텐츠팀 요즘 폼 진짜 미쳤다"라는 댓글이 추천 최상단에 올랐다.

■ 응원구호 시스템 너무 '어색'... 팬미팅 원상복구는 다행

개막 전 LoL파크에서의 공식 팬미팅을 폐지한다는 말과 함께 이틀간 팬미팅이 진행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왜 팬미팅을 재개해야 하는지 장문을 작성하던 중 오후 3시 기점으로 재개 소식이 날아들었다. 명백한 실수였고, 마땅히 다시 진행해야 하는 일이다.

또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응원구호다. 이번 시즌부터 각 팀이 대형 오브젝트 획득이나 퍼스트 블러드 등 상황에 따라 고유의 구호를 정하고, 녹음을 통해 선창하면 팬들이 후창하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개시했다. 하지만 게임 중 지나치게 어색하다는 지적이 팬들 사이에서 주류를 이룬다. 

이번 응원구호 형태는 스포츠 관중 문화에서 착안한 것으로 보이며, 그중에서도 야구 응원법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야구 32년차 겸 LoL 13년차 관전 입장에서 볼 때는 오히려 어색함이 더 커진다. 이 둘은 게임 시스템의 문법이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들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의문은 "바론 처치하자마자 상대한테 에이스를 당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였다. 퍼블 구호도 안 맞는다. 최초 난전에서 첫 킬을 달성하자마자 상대에게 2~3킬을 주며 크게 패배하는 사례도 분명 나올 것이다. 

정지-실시간 페이즈가 선명하게 나뉘고 데이터도 명확한 야구와 달리, LoL은 특정 장면이 반드시 득점이라고 할 수도 없고 실시간 흐름도 총체적으로 연결된다. 이번 응원 체계는 마치 소울라이크 게임 조작법을 '하스스톤' 방식으로 바꾼 듯한 엇박자를 느낀다.

기왕 정비한다면 게임 시작, 후속 상황 변수가 없는 '에이스' 정도만 응원 타이밍으로 잡는 것이 어떨까 싶다. 녹음 역시 지금은 단일 목소리 녹음으로 인해 분위기가 끊기는 경향이 있는데, 좀더 함성 스타일로 바꾸는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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