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지 아놀드 허 CEO "우리 커뮤니케이션이 미칠 수 있는 영향 파악 실패"
국내 여론 뒤집힐 기미 보이지 않아... 반쪽짜리, 면피용 사과문 비판도

e스포츠 프로게임단 ‘젠지e스포츠(이하 젠지)’가 하나의 중국을 지지하는 공식 성명 이후 후속 입장을 냈다. 하지만 반쪽짜리 사과문이며 면피용이라는 비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일 젠지는 중국의 영토 하나의 중국을 지지하는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켰다. 중국 웨이보와 글로벌 페이스북 공식 성명에서 “중국의 주권과 영토의 무결성을 단호히 존중하고 지지한다”고 밝힌 젠지에 비난이 쏟아졌다. 젠지는 사건 발생 이후 약 6시간 만에 공식 디스코드와 페이스북에서 후속 성명을 냈다.

먼저 젠지 아놀드 허 CEO가 회사의 공식 입장을 대변해 사과했다. 그는 “우리는 정치 전문가가 아니며, 어떠한 정치적 발언을 해서도 안 되고 그러한 발언을 적극 피해야 한다”며 “우리의 커뮤니케이션이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제대로 파악하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젠지의 공식 성명이 문제를 일으켰음을 확인하는 바다.

젠지 아놀드 허 CEO 공식 입장 전문
젠지 아놀드 허 CEO 공식 입장 전문
젠지e스포츠 공식 입장 전문
젠지e스포츠 공식 입장 전문

아놀드 CEO에 이어 이번 사건의 도화선이 된 젠지의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도 사과문이 게시됐다. 젠지 이스포츠는 일부 단어 선택과 표현의 부적절함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했다. 역시 공식 성명에서 문제가 있었음을 밝혔다. 더불어 “올림픽 정신을 가치의 중심에 두고 특정 정치적 견해나 이념에 대한 명확한 중립성을 지켜나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젠지의 사과문에도 국내 여론은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젠지가 문제가 된 성명을 공식 페이스북에서 삭제하고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중국 웨이보 공식 계정에는 여전히 해당 성명을 게재 중이기 때문이다. 후속 성명을 게시하지도 않았다.

아놀드 CEO의 공식 입장부터 젠지의 후속 입장문은 한국어로만 게시된 상태다. 이전 성명처럼 중국어 번역은 보이지 않는다. 정황상 국내 여론을 의식한 조치로 밖에 보이지 않으며 여전히 중국 내 눈치를 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후속 입장문의 “올림픽 정신을 가치의 중심에 두겠다”는 발언 역시 문제가 되고 있다. 올림픽에서 대만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는 중국의 반대로 독립된 국가로 인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 정신을 내세우지만, 사실은 면피용 발언이 아니냐는 의혹을 벗어나기 힘들다.

젠지e스포츠 사옥
젠지e스포츠 사옥

또한 앞선 공식 성명에서 사용한 ‘영토의 무결성’이란 용어 사용 끊임없이 비판받고 있다. 문제가 된 공식 성명의 중국어 원문에서 ‘영토완정(領土完整)’이라고 표현됐는데 해당 용어의 사용은 그 무게가 남다르다. 주로 중국과 북한이 영토 분쟁 문제에 관하여 정치적 입장을 내놓을 때 사용하는 용어다.

‘영토완정’은 2005년 중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하에 제정된 반분열국가법 1조에서 언급된 것처럼 중국의 대만 영토 수복과 관련되어 있다. 북한이 2022년 9월 ‘핵 무력 정책법’을 제정하면서 ‘영토완정’을 언급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영토완정’이 1948년 김일성이 사용한 ‘국토완정’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고 해석할 정도다.

해당 용어는 스포츠 구단이 공식 성명에서 사용할 만한 용어가 아니다. 또한 젠지가 후속 성명에서 강조한 올림픽 정신에 위배되는 것도 분명하다.

이번 사건은 각 국가의 민감한 정치 관계를 건드린 만큼 그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유수의 e스포츠 구단인 만큼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해명과 사과가 절실해 보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게임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