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요했던 3세트, 패색 짙은 전황
팀을 자신에게 집중시킨 선택, 찰나의 각을 보고 진입해 성공한 결단

[게임플] 10년이 지나도 "또다시 페이커"인 이유가 있었다.

리그오브레전드 2023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을 하루 앞둔 18일 밤, T1은 공식 채널에 'T1scord' 에피소드18을 업로드했다. 부제로 'Never Say Never'가 적힌 이 영상은 지난주 4강에서 중국의 우승후보 1순위 징동게이밍(JDG)을 꺾는 과정에 담긴 선수들의 대화를 전했다. 

반응은 열광적이다. 불과 12시간 만에 조회수 70만을 넘겼으며, 게임 전체 인기 급상승 순위에 곧바로 이름을 올렸다. LCK의 자존심으로서 명승부 끝 드라마틱한 승리를 거두며 화제가 치솟았고, 대화에 담긴 팀원간 끈끈한 유대가 감동을 전한 것이 이유다.

핵심은 3세트였다. '페이커' 이상혁의 슈퍼플레이로 한 번에 게임을 가져온 경기다. 전황은 좋지 않았다. 승리 후 패배로 기세가 한 풀 꺾인 상태였고, 세계 최고 원거리 딜러로 불리는 JDG의 '룰러' 박재혁이 한타 때마다 좋은 플레이로 킬을 만들어내며 급성장한 뒤였다. 

시간 역시 JDG의 편이었다. 대표적 고밸류인 오공이 정글에서 크고 있었고, 딜러 라인에 바루스와 탈리야도 원거리에서 변수를 만들기 편한 챔프였다. 설상가상으로 글로벌 골드도 3천 이상 T1이 뒤처진 채로 바론 버프를 빼앗겼다. 마지막 한 방만을 남긴 상태였다.

(화면: 'T1' 유튜브 채널)
(화면: 'T1' 유튜브 채널)

하지만 그 순간, '페이커'는 자신이 해야 하는 단 하나의 플레이를 알고 있었다.

다른 팀원들이 초조해하는 사이, 아지르를 플레이하던 페이커는 "내가 넘겨줄게" 한 마디를 남긴다. 궁극기 '황제의 진영'으로 슈퍼 토스가 가능한 챔프이고, 페이커는 최고의 아지르 플레이어 중 하나다. 

혹여 실패한 탓으로 게임이 끝나더라도, 지금 시점에서 토스를 성공하는 것만이 게임을 가져올 유일한 기회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페이커는, 매우 어려운 전황 속에서도 찰나의 빈틈을 노리면서 결국 '룰러'의 바루스를 당겨오는 데 성공했다. 

이 플레이가 더욱 빛난 것은 '룰러'의 재빠른 점멸 반응과 그에 맞춘 페이커의 점멸-궁이다. 상대가 반드시 점멸로 반응하리라는 것을 믿고 동시에 점멸을 써서 위치를 따라간 것. 상대 역시 최고의 선수라는 것을 존중하고 예측했기 때문에 더욱 빛나는 플레이였다.

페이커의 "내가 넘겨줄게" 한 마디와 그것을 실행에 옮긴 판단력, 담력은 그 게임을 넘어 시리즈 전체를 바꿨다. 1:2로 벼랑 끝에 몰릴 뻔한 게임을 한 번에 승리로 이끌었고, JDG는 밴픽이 흔들리면서 4세트까지 내줘야 했다. 아지르의 슈퍼 토스가 없었다면, 이 날의 승부는 어떻게 됐을지 알 수 없었다. 

페이커는 LoL 그 자체이자 영원한 아이콘으로 불린다. 한국 e스포츠에서도 절대적인 존재다. 중국 리그 LPL팀에게 한 번도 롤드컵에서 다전제를 진 적이 없다. 데뷔 10년이 지난 지금도 큰 경기에서 흔들리지 않는 무게감, 설령 잘못될 수 있어도 먼저 움직이고 팀원을 이끄는 리더십이 모두에게 큰 귀감이 된다.

그가 월즈 우승, 통산 네 번째 월즈 트로피의 신화를 달성하기 위해 경기에 나선다. 결승 무대는 오후 5시 고척 스카이돔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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