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매출보다 장기 흥행 강조… 모바일 환경 최적화 감안해야

[게임플] 최근 업계에서 게임 이용장애 질병 코드 등재가 가장 큰 이슈이지만, 현재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바로 ‘확률형 아이템’이다. ‘랜덤 박스’, ‘루트 박스’ 등으로도 불리는 이 비즈니스모델(BM)은 국내에서는 자율규제로, 유럽과 같은 타 국가에서는 법적으로 제재하는 방안은 내놓을 만큼 논란거리로 자리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은 PC, 콘솔 패키지 게임에서도 종종 보이는 BM이지만, 모바일게임에서 특히나 자주 보인다. 수집형 RPG에서는 캐릭터 뽑기로, MMORPG에서는 장비, 아바타를 포함한 여러 아이템을 뽑는 형태로 등장하는 것이다.

이는 모바일환경에서는 적합한 시스템으로 자리를 잡았다. 기존 PC MMORPG에서는 몬스터의 사냥, 던전 클리어로 높은 등급의 장비를 얻었지만, 모바일 기기의 특성상 과금을 통해 장비를 얻어 강화하는 것으로 개념이 변화한 것이다. 등급이 낮은 장비를 풀로 강화 후 합성해, 높은 등급으로 성장시키는 것은 이제는 모바일 MMORPG의 공식이라 보아도 무방하다.

MMORPG라고 하더라도 모바일게임은 이동 중 혹은 잠깐씩 즐기거나, 자동 시스템을 통해 그저 바라보는 것에 플레이가 그친다. 이러한 플레이에 장기적으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파밍’이라는 요소를 넣는다면 설치와 플레이의 휘발성이 강한 모바일게임에서는 유저들이 떠나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를 잡기 위한 것이 ‘확률형 아이템’이다. 좋은 장비는 그것만으로도 유저를 잡아 두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물론 이는 게임사들의 주된 매출원이기도 하다. 높은 등급의 장비를 내놓고, 이를 뽑기 위해 게이머들이 결제를 하고, 얻은 장비로 다시금 플레이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은 일부 MMORPG 유저에게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성장하는 재미 자체는 그대로지만, 장비를 얻는 즐거움이 사라졌다는 것이 허전함으로 남았던 것이다. 장비를 얻기 위해 과금을 하는 것에 질린 유저들도 현재는 다수다.

이에 최근 모바일 MMORPG의 장비는, 필드로 향하고 있다. 1세대 PC MMORPG에서 즐겼던 장비 파밍 요소를 모바일 MMORPG에 적용한 것이다. 물론 우려도 있었다. 장비 파밍이라는 것도 어떤 방향으로 보면 ‘확률’이며, 시간을 투자하는 이러한 확률에 모바일게임 유저들이 응답을 할지가 미지수였던 것이다.

에오스 레드

하지만 이는 성공적인 결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게임이 바로 지난 8월 28일 블루포션게임즈가 출시한 에오스 레드다.

에오스 레드에서 장비는 ‘파밍’을 중심으로 한다. 파밍으로만 장비를 얻을 수 있는 것만은 아니나, 이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형태로 설계됐다. 예컨대 파밍으로 얻은 장비가 등급이 낮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분해를 통해 재료로 변환하고, 이를 다시금 ‘장비 상자’로 만들어 장비를 뽑는 식인 것이다.

‘확률형 아이템’이라 볼 수도 있으나, 이 상자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사냥을 해서 장비를 파밍해야한다. 즉, 파밍을 통해 좋은 장비를 얻는 것이 주된 시스템이고, 여기서 부수적인 재료를 통해 장비 상자를 만들어 장비를 뽑는 형태다.

이러한 시스템에 유저들은 응답했다. 에오스 레드는 출시 직후 구글플레이 스토어 매출 2위를 달성하더니, 현재는 4위에 안착해 있다. 장비 뽑기가 아니더라도 유저들이 재미를 느낀다면 충분히 매출은 따라온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출시가 예정된 달빛조각사와 V4 또한 이러한 면을 강조했다. 달빛조각사의 개발을 맡은 송재경 대표는 “달빛조각사는 과금 요소가 과하지 않아, 1세대 MMORPG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게임”이라며, 뽑기로 장비를 얻는 시스템은 일체 없을 것이라 단언했다.

11월 7일 출시가 예정된 넥슨 V4

넥슨의 V4는 장비의 합성, 승급 시스템을 없애 필드 파밍으로 높은 등급의 장비를 얻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넥슨 최성욱 그룹장은 “장비에 관한 모든 것은 필드 드랍이다”라고 말하며, V4의 주된 무대는 필드가 될 것이라 말했다.

두 신작을 포함 리니지2M도 원작의 요소를 따라 과한 장비 뽑기 BM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중의 차이는 있겠으나, 제작과 필드 파밍으로 장비를 얻는 시스템일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요소는 최근 다시금 모바일 MMORPG에서 등장하는 ‘레트로 감성’과도 맞물린다. 물론 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으나, 등장하는 신작들 대부분이 단기적인 매출을 위한 ‘뽑기 시스템’보다는 파밍과 플레이, 기술적인 면을 내세웠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모바일게임을 꺼려하는 유저들에게 기존의 모바일게임들은 그저 ‘과금으로만 최고가 될 수 있는 자동 게임’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최근 등장한 게임들을 포함, 앞으로 출시될 게임들에서 장비는 모두 ‘필드’로 향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요소가 잘 맞물려 도입되고, 흐름을 탄다면, 모바일로 다시금 등장하는 게이머들이 PC방, 가정에서 즐겼던 1세대 MMORPG의 감성은, 유저들을 다시금 게임 속으로 초대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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