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권 유저들의 입맛에 맞출 준비는 하고 있는걸까

 김한준 기자
[게임플] 게임물관리위원회의 3대 위원장으로 취임한 이재홍 신임 위원장은 지난 7일(금), 위원회의 주요 정책과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에서 인상적인 이야기를 남겼다.
 
현행 게임업계의 확률형 아이템 의존도가 과하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임을 인정하면서도, 그 정도와 강도가 과하다는 의견을 확률형아이템에 대한 정책과 연관이 있는 위원장이 직접 발언했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이재홍 위원장은 이러한 과도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의존은 결국 업계의 손실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기자 역시 이런 이재홍 위원장의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지나치게 과도한 확률형 아이템 사업 모델(이하 BM)은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 유저의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거나 게임성이 BM에 휘둘리는 본말이 전도된 상황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후자의 경우는 BM을 신경 쓰느라 매번 비슷한 게임이 양산되는 부작용도 유발할 여지가 크다.
 
더욱 문제는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이 BM이 게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런 분위기는 유럽 지역에서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해야 한다는 시류는 네덜란드와 벨기에에서 강력하게 일어나고 있다. 특히 벨기에는 법무부 장관이 직접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을 사행성 요소로 간주하고, 이를 벨기에 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추방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이런 양상은 비단 벨기에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아니다. 독일 청소년 미디어 보호 위원회 역시 같은 사안에 대한 유권 해석을 올해 초부터 진행 중이며, 미국에서도 같은 사안을 두고 케빈 랭커 상원의원과 ESA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을 정도로 서구권 게임 시장에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날로 커져가고 있다.
 
서구권에서 논의 중이라고 해서, 서구권의 의견이 이렇다고 해서 그들의 이야기가 정론이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시장에 진출해야 하는 것은 한국 게임업계라는 점이다. 그들의 입맛에 맞춰야 하는 건 우리다.
 
게다가 한국에서 개발한 다수의 게임들은 앞서 벨기에의 사례에서 언급한 오버워치, NBA 2K19 등의 게임처럼 BM을 삭제하는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 애초에 BM이 게임성과 직접적인 연관을 갖고 있을 정도로 내밀하게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해외에 진출한 국내 MMORPG들에 대해 날선 비판을 보내는 이들은 하나 같이 한국 게임산업 특유의 BM을 지적하고 있다. BM 때문에 게임이 하기 싫을 정도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한국 게임산업의 날개로 여겨졌던 '한국형 BM'이 이제는 족쇄가 될 수도 있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은 오싹하기까지 하다.
 
더욱 궁금한 것은 과연 한국 게임산업이 이런 서구권 시장의 시류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됐냐는 점이다. 그리고 이런 시류에 맞춰 게임을 가다듬을 준비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게임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