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유저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김한준 기자
[게임플] '그들은 못 배워먹은(Uneducated) 사람들이다', '닥치고 다른데 가서 칭얼거려라'
 
놀랍게도 모두 게임계 인사들. 정확히는 게임 개발사의 핵심 인물들이 유저를 대상으로 한 이야기다. 하나는 배틀필드5의 개발사인 일렉트로닉아츠(EA)의 게임부문 제작 총괄인 패트릭 소덜랜드의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리그오브레전드를 개발한 라이엇게임즈의 시스템 디자이너 다니엘 클라인이 남긴 이야기다. 
 
무척 놀라운 이야기다. FPS나 MOBA 온라인 멀티플레이를 하며 아군이나 적군에게 욕설을 듣는 것이 일상이 된 것이 오늘날 게임 유저들이라고 하지만 그런 이들도 다른 유저가 아닌 개발자에게 이런 모욕을 들을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 원래 생각 못 했을 때 맞는 게 훨씬 아픈 법이다.
 
이 두 개발자들(말이 좋아 두 명이지 다니엘 클라인의 발언에 동조하는 라이엇게임즈 직원의 코멘트가 연이어지기도 했다)이 유저를 향해 이런 반응을 보인 것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정치적인 올바름을 유저들이 전혀 이해하지 못 하고 있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간 유저들은 자신들의 개인적 신념을 게임에 투영하려는 이들에 대한 불만을 지속적으로 표명해왔는데, 이들은 이런 반응을 자신들의 신념에 대한 저항으로 받아들인 듯 하다.
 
재미있는 것은 이 'Uneducated' 발언 이후에 대중의 시선이 이들 개발자가 지닌 사상의 옳고 그름을 차치하고, 이들의 태도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반응을 요약하자면 '왜 우리를 가르치려고 드냐?'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이들이 지닌 사상이 옳은지 아닌지는 잠시 제쳐두자. 정말 문제는 이런 부류의 개발자, 관계자들의 발언에서 유저를 우민으로 내려보는 일종의 선민의식이 느껴진다는 점이다. 
 
'사상적으로, 인격적으로 우월한 우리가 아무것도 모르는 유저들을 일깨워주고 싶고, 게임은 그 매개가 되는 콘텐츠'라고 은연 중에 생각하듯이 말이다. 대중이 이런 태도에  '네가 뭔데 날 가르치냐'라는 날선 반응을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런 반발심을 낮추기 위해서는 자연스러운 접근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도 전달하려는 사실이나 사상이 공감을 형성할 수 있거나 진실 혹은 진실에 가까울 때에도 이러한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허나 유저를 'Uneducated'라 지칭하는 패거리들이 전하려는 사상이 딱히 사실에 입각했다고 보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공감을 사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지 않나. 
 
이래저래 게임하기 참 어려운 시대다. 게임을 여전히 사회악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끊이지를 않으며, 이제는 WHO가 나서서 게임의 부정적 기능을 부각하는 세상이다. 여기에 같은 편이라 여겼던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이제 유저들을 대상으로 '못 배웠다'는 모욕까지 날리고 있다.
 
인천에 거주하는 30대 게이머의 입장인지라 더욱 서글프다. 몇년 전에는 모 고위 관료의 '개돼지 발언'에 휩쓸려 동물 취급을 받고, 올해 지방선거 기간에는 '이부망천' 발언으로 '낮은 티어 국민' 취급을 받았는데, 게임으로 심신을 좀 달래보려고 했더니 '못 배워먹은 사람' 취급까지 받고 있는 셈이다. 도대체 왜 이렇게 사람을 못 내리깔아서 안달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어린 시절에 부모님이 '게임 좀 그만하고 공부해라'는 말을 하고는 했다. 하지만 이제 나는 내 어린 아들에게 '게임 하려면 공부 좀 해라'라고 말해야 할 듯 하다.
 
유저를 자신들의 콘텐츠를 즐기는 이들이 아닌, 자신들이 선도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개발자들이 과연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을까? 이런 이들이 유저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을 생각이 있기는 할까? 이래저래 답답한 요즘 게임 유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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