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부터 2016년까지 이어진 그녀의 장대한 모험, 3D 어드벤처의 시작을 알렸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한 ‘툼 레이더’ 시리즈는 여러 모로 게임 업계에 지대한 영향을 준 시리즈로 손꼽힌다. 3D 어드벤처라는 개념을 만든 작품이자, 모험이라는 콘텐츠를 장르화 시켜 가장 오래 동안 명맥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모험은 이제부터다, 라이즈 오브 툼 레이더

1996년 첫 등장한 툼 레이더는 당시 ‘인디아나 존스’의 아류작으로 시리즈를 시작했지만 ‘강인한 여성’과 뛰어난 3D 공간 연출, 그리고 쌍권총이라는 나름의 개성을 통해 팬 층을 확보했다. 특히 3D 공간에서 펼쳐지는 아크로바틱한 점프 신들은 꽤나 신선한 평가를 받았다.

첫 작품은 도시와 플레이스테이션, 세가 세턴 등으로 출시됐다. 기존 2D 형태의 액션 어드벤처가 주를 이르던 당시 시대에서 3D 액션 어드벤처가 주던 충격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기존 IP도 아닌 신규로 등장한 라라 크로프트의 등장은 당시 시대를 견인한 충격 중 하나였다.

설정과 달리 1편은 기술적 이유로 단발 머리를 하고 있었다.

1편의 경우 당시 3D 그래픽 카드 대표주자였던 ‘부두’(Voodoo) 지원한 첫 번째 게임이기도 하다. 소프트웨어 랜더링과 부두 렌더링의 당시 그래픽 차이는 상당히 커서 많은 사람들에게 3D라는 개념을 제대로 전파했다. ‘퀘이크’와 함께 부두 그래픽 카드의 성공을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첫 작품의 성공을 바탕으로 등장한 두 번째 작품은 1997년 출시됐다. ‘툼 레이더2 시안의 단검’은 윈도우95를 지원했고, 시리즈 최초 맥OS를 지원했다. 덕분에 전작보다 한층 나아진 그래픽을 제공할 수 있었고 사양 문제로 불가능했던 ‘포니테일’ 머리도 재현했다.

포니테일로 돌아온 라라 크로프트, 이때부터 전설이 시작됐다.

1편의 툼 레이더는 사양 및 개발 문제로 인해 단발 머리를 하고 있었다. 2편에는 잠수복부터 새로운 코스튬, 무기 등이 추가됐고 중국 시안 및 세계 유명 지역을 배경으로 삼은 점, 그리고 진행 과정 동안 라라 크로포트의 대저택을 탐험하고 비밀을 푸는 요소 등이 호평을 받았다.

시리즈의 대대적 성공은 후속작 개발에 속도를 올리는 계기가 됐다. 1998년 출시된 3편 툼 레이더 라라의 모험은 그래픽 수준으로 표현하기 어려웠던 정글, 그리고 런던, 51구역, 남극 등을 배경으로 제작됐다. 시리즈의 마니아들을 겨냥했는지 모르지만 난이도가 상당했다.

지금 보니 포스터가 약간 '007' 시리즈를 연상케 한다.

이때부터 그래픽 부분이 대대적으로 발전해 연출적인 요소들이 강화됐으며, 필드 내 2D로 보이던 아이템이 3D로 구현, 시각적으로도 완전한 3D화를 이루게 된다.

1999년 출시된 시리즈 네 번째 작품 ‘툼 레이더 마지막 계시록’은 이집트를 배경으로 펼쳐진 모험을 그렸다. 전작보다는 큰 발전이 없는 작품이었지만 16세 어린 라라 크로프트로 플레이할 수 있었다는 점과 주인공이 죽는 비극적 엔딩을 담아 큰 충격을 안겨줬다.

지금봐도 참으로 부자연스러운 몸매..

당시 개발사였던 에이도스는 시리즈가 큰 발전이 없고 비슷한 형태로 나오고 있다는 비판을 알고 있었고 새로운 시리즈의 개발을 위해 주인공이 사망하는 엔딩을 기획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약 500만장 이상이 팔리는 타이틀을 버릴 수 없었던 에이도스는 다섯 번째 작품 ‘툼 레이더 크로니클’로 시리즈를 다시 이어나갔다. 게임은 시작하자마자 라라 크로프트가 유적이 무너지면서 사망하는 장면을 보여줘 팬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충격과 공포를 안겨준.. 툼 레이더 크로니클..

장례식장에 모인 지인들이 라라 크로프트의 모험에 대해 회상하는 과정을 게임화 시킨 것이다. 그러나 엔딩에서는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식으로 마무리하면서 우려먹기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이때부터 툼 레이더 시리즈의 암흑기가 시작되기도 했다.

크로니클은 4편의 틀에서 거의 벗어나지 못한 느낌이었다. 이후 2003년 등장한 ‘엔젤 오브 다크니스’는 음성과 자막이 모두 한글화돼 등장한 첫 번째 작품이었으나 시리즈 중 가장 낮은 평가와 악평을 받은 게임이다.

엔젤 오브 다크니스는 시리즈 최악의 평가와 함께 에이도스의 몰락을 만든 장본인이다.

게임성을 대대적으로 개편해 시리즈와 달라진 모험을 약속했던 에이도스의 입장과는 달리 게임은 오히려 불편해진 조작감과 어드벤처 요소보단 잠입, 스테미너, 성장 요소 등 부수적인 요소의 등장으로 이도 저도 아닌 게임성을 갖춘 게임이 되어버렸다.

또한 와이드 해상도를 지원하고 고화질 텍스처를 대폭 강화했지만 최적화 문제로 제대로 게임을 즐길 수 없었다는 점과 전체적으로 동작에 제한이 많고 느려졌다는 문제점들이 돌출되면서 명성 자자했던 시리즈를 망친 주범이 돼 버렸다.

당시는 최악의 결과였으나 이 방식은 차후에 등장했던 ‘언차티드’나 ‘갓 오브 워’ 등의 3D 액션 어드벤처 게임들에게 다양한 형태로 영향을 준 부분이다.

그녀에게서 '단테'의 향기가? 스타일리시 해진 레전드

6편이 완전히 망해 버린 후 에이도스 측은 오랜 개발 기간을 들여 완전히 달라진 게임을 제작하게 이른다. 2006년 출시된 ‘툼 레이더 레전드’는 ‘레거스 오브 케인’ 시리즈로 유명한 크리스탈 다이나믹스에게 개발을 맡겼다. 결과적으로는 대단한 성공이었다.

퍼즐 부분은 난이도를 낮추고 즐기기 좋은 형태로 강화해 유적지 탐사의 재미를 높였으며 빠르게 움직이는 라라의 모습은 많은 팬들을 열광 시키기 충분했다. 다만 다양한 움직임 덕분에 조작 난이도는 다소 높은 편이었다. 그래도 팬들은 레전드 작품에 열광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연출적인 측면이다. 스타일리시한 화면 연출로 시원함을 높인 것은 물론 목적을 주는 역할 수준에 그쳤던 NPC들과 생동감 넘치는 대화를 할 수 있었던 점, 그리고 다양한 주변기기 등을 활용한 액션도 가능했다는 점 다양한 매력을 갖췄다.

1편의 리메이크인 애니버서리는 레전드와 함께 손꼽히는 명작 중 하나다.

당시 10주년을 기념한 ‘애니버서리’도 등장했다. 워낙 호평을 받은 1편의 재현이기 때문에 팬들에게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새롭게 추가된 헤드샷은 손맛을 강조한 느낌 덕분에 많은 팬들이 호평을 한 요소가 됐다. (이후 시리즈에서 헤드샷이 매우 중요해진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2008년은 레전드의 뒷 이야기를 다룬 시리즈의 결말 편이었다. ‘툼 레이더 언더월드’는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을 위해 분투하는 라라 크로프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게임 자체는 크게 나쁘지는 않았으나 엔딩을 보기 위해 DLC를 구매해야 하는 희대의 황당한 짓 덕분에 혹평 받았다.

볼륨이 커졌지만 그만큼 아쉬움도 많았던 언더월드..
 

레전드와 애니버서리, 그리고 언더월드까지 많은 비용을 투자했던 에이도스는 언더월드의 부진한 판매량 때문에 경영난에 시달리게 된다. 사실 이 부진은 5편부터 시작된 개발 비용의 큰 상승 덕분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에이도스는 툼 레이더 시리즈에 의존도가 상당했고 자체 개발 중인 다양한 시리즈의 개발, 유통을 도맡아서 진행해 왔다. 유명 전략 게임 ‘코만도스’도 에이도스의 대표적인 시리즈 중 하나다. 다른 작품들의 성공이 줄고 전체적인 개발비의 상승으로 인해 자금 문제가 커진 것이다.

정말 재미있게 즐겼던 코만도스...를 돌려줘!

결국 에이도스는 스퀘어에닉스에 합병 됐으며, 현재까지 ‘에이도스 몬트리얼’ 지사로 남아 있다. 이때 당시 상당 수의 인력 변동도 진행됐으며, 과감하게 안될 작품은 버리는 시도도 있었다. 2010년 출시된 툼 레이더 시리즈 ‘빛의 수호자’는 클래식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 됐다.

빛의 수호자는 기존 3D 어드벤처와 달리 쿼터뷰 시점을 띄고 있으며, 2인이 함께 임무를 수행하는 형태로 눈길을 끌었다. 다른 것보다는 퍼즐과 기믹 요소가 상당히 재미있어서 호평 받았고 향후 추가 시리즈로 이어졌다.

신선한 재미로 호평 받은 라라 크로프트와 빛의 수호자

2013년 툼 레이더 시리즈가 리부트 됐다. 크리스탈 다이나믹스의 두 번째 작품이자 약 6년 가까운 개발 기간을 거친 툼 레이더가 그것이다. 이 게임은 초반 서바이벌 호러 컨셉의 게임으로 개발되고 있었으나 비관적인 내부 반응과 개발자들도 갈팡질팡하며 포기하게 이른다.

그래서 레전드에서 먹혔던 가벼운 퍼즐과 탐험 요소, 그리고 슈팅이나 액션 부분을 강조한 스타일로 개발된다. 당시 툼 레이더의 게임성은 PS3로 나온 언차티드 시리즈의 느낌과 많이 흡사했다. 빠르고 쉬웠으며, 시각적인 측면의 압도로 보는 재미를 극대화 시켰다.

부활한 명작 툼 레이더 리부트

이런 선택은 좋은 결과로 연결됐다. 48시간만에 100만 장을 판매하며 대작 반열에 진입했으며, 평론가, 유저들의 호평을 받으며 성공적인 리부트 작품이 됐다. 다만 스퀘어에닉스의 너무 높은 판매량에 비해 다소 부족한 결과로 이어져 후속작이 특정 플랫폼 독점으로 나오는 계기가 됐다.

이때부터 모바일 환경을 겨냥한 작품들도 속속 나온다. 2014년에는 라라 크로포트: 리플렉션스가 출시됐고 2015년에는 ‘렐릭 런’이라는 3D 런 게임과 턴제로 즐기는 액션 퍼즐 게임 ‘라라 크로포트 GO’ 등이 출시됐다.

이번엔 4명! 라라 크로프트와 오시리스의 사원

빛의 수호자의 좋은 반응에 맞춰 등장한 ‘라라크로프트와 오시리스의 사원’은 2014년 출시, 전작에 이어 호평을 받았다. 4인 동시 플레이 가능에 꽤 괜찮은 볼륨, 인원 수에 따라 변화는 퍼즐 등 다양한 추가 요소가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2015년 리부트 툼 레이더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라이즈 오브 툼 레이더’가 출시됐다. 이 게임은 Xbox ONE, PC 독점으로 등장, 수 많은 사람들의 논란을 일으켰다. 일부 평론가들은 ‘스트리트 파이터5’와 함께 최악의 선택, 유저를 기만한 행위로 평가하기도 했다.

이걸 독점작으로 하면 어떻게 하냐.. 그래도 충분히 재미있었던 라이즈 오브 툼 레이더

게임은 전작 못지 않은 호평을 받았다. 시베리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모험은 장대했고 압도적인 시각적 연출이 주는 재미는 시리즈는 물론 동종의 경쟁 작품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그리고 2016년 10월11일 해당 작품의 20주년 기념이자 PS4로 이식된 ‘라이즈 오브 툼 레이더 20주년 에디션’이 출시된다. 음성과 자막이 모두 한글화된 작품이자 VR를 지원하는 시리즈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20주년 답게 다양한 콘텐츠를 담고 있고 보너스 적 요소도 다양하다.

20주년 에디션은 이런 식으로 스킨을 이용해 장면을 재현할 수 있다.

툼 레이더 시리즈는 20년 넘게 이어지며 3D 액션 어드벤처의 시초를 만들었고 성공과 실패를 겪으며 라라 크로프트라는 캐릭터를 전 세계 수 많은 유저들에게 각인 시켰다. 멋진 캐릭터의 리부트를 보여준 2013년 툼 레이더 사례도 게임 업계의 리부트 열풍을 이끈 계기라고 할 수 있다.

얼마나 더 많은 시리즈가 나올지는 모르지만 툼 레이더는 액션 마니아들이라면 절대 놓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타이틀임이 틀림 없다. 20주년이 끝이 아니라 25주년, 30주년까지 명맥을 이어오며 액션 어드벤처의 역사로 자리매김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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