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플랫폼으로 약 90여편 작품 출시, 최초의 자막 한글화 작품도 출시

마징가와 겟타 또는 건담과 라이덴이 싸운다면?

올해로 시리즈 25주년을 맞이한 ‘슈퍼로봇대전’의 시작은 저 작은 물음이었다. 당시 일본 만화 시장을 주름 잡던 용자물 또는 메카닉 물의 기체들이 서로 싸우거나 협력하면 재미있지 않겠냐는 지극히 마니아 스러운 입장에서 이 시리즈는 시작 됐다.

슈퍼로봇대전 시리즈는 다양한 애니메이션의 판권을 가진 반프레스토를 자회사로 보유 중인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에서 개발하고 유통하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슈퍼로봇대전 시리즈하면 마징가가 떠오른다.

사실 이와 비슷한 상상은 누구나 한 번쯤은 했지만 대 부분의 회사들은 막대한 수준의 판권료 문제로 엄두도 못 냈다. 즉, 이 게임은 반다이남코 또는 엄청난 부자가 아니면 절대 못 만들었다.

시리즈는 처음 ‘콤파치 히어로’ 시리즈로 시작됐다. 반프레스토가 제작했던 크로스오버 게임 시리즈인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과 특촬(특수촬영) 작품의 캐릭터를 한데 모아 싸운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 이 역시도 SD배틀 대스모 – 헤이세이 히어로 장소 작품의 후속이기도 하다.

당시에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관을 사용, 모든 캐릭터들의 SD화, 크기나 무게 등의 고증 제외, 능력의 평준화, 개그물 또는 코스프레 형태의 변형 등으로 화제를 모았다. 물론 크로스오버의 원활함을 위한 선택이기도 했지만 호불호가 너무 심해지는 결과도 받게 됐다.

최근에도 몇몇 작품이 나오고 있으나 기대에는 못 미치는 '콤파치 히어로즈' 시리즈

특히 시리즈의 중심이었던 가면라이더와 울트라맨 시리즈가 시장 내 입지가 약해지게 되면서 90년대 중, 후반부터 하락세로 접어들게 된다. 그리고 2003년 게임큐브용 ‘차링코 히어로’를 끝으로 해당 시리즈는 막을 내렸다.

2012년 ‘크레이트 배틀 풀 브래스트’라는 비슷한 형태의 작품이 나오긴 했지만 해당 작품의 시장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우세, 추가적 시리즈를 만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시리즈의 실패 원인은 간단했다. 저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가벼운 분위기의 세계관과 장르 가리지 않고 마구 개발, 게임의 질이 현저히 떨어진 점, 구입을 주도하는 고연령 팬층에게 전혀 어필하지 못했다는 점 등이다. 해당 작품들의 하락세 역시 원인이었다.

압도적인 등장 기체로 화제를 모은 '슈퍼로봇대전 Z 천옥편'

그러나 슈퍼로봇대전 시리즈는 달랐다. 철저히 전략 RPG 형태의 게임성을 유지했고 구세대 용자, 로봇과 최신 작품에 등장한 로봇들이 섞이는 세계관 구성을 통해 고연령 팬층에게는 추억을, 청소년이나 아동들에게는 캐릭터 마케팅 활용해 꾸준히 팬들을 사로 잡았다.

덕분에 해당 작품들은 한결 같은 게임성과 재미를 제공한다. 일부에서는 해당 시리즈를 ‘스포츠’ 게임에 비교하기도 하는데 게임성에 대한 큰 변화 없이 라인업만 바뀌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점은 만화와 애니메이션 성공 이후 해당 판권을 활용한 게임의 성공 형태를 이 게임 시리즈는 반대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전과 신작의 만남은 기존 팬층과 새로운 팬층의 융합을 이끌어낸다.

요즘에는 슈퍼로봇대전 시리즈 최신작에 등장한 로봇 작품들을 통해 애니메이션을 배우고 찾아 보게 되는 유저들이 대폭 늘었기 때문. 특히 화려한 전투신과 다양한 캐릭터는 게임을 플레이 이후 원작을 찾아 보거나 DVD, 블루레이 구입을 유도하는 형태로 변하고 있다.

이 게임이 일본 또는 우리나라 유저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게임 내에서 기대보다 약하거나 타 기체에게 밀려 우선 순위가 떨어지는 작품은 실제 애니메이션 성적도 좋지 않게 되는 악영향이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해당 시리즈가 이 수준만큼 성장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많은 평론가들은 해당 게임 시리즈의 성공 방향에 대해 ‘한 우물’ 방식의 게임성 확장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마니아들에게 딱 맞는 전략성을 만들어낸 슈퍼로봇대전

실제로 이 게임은 전략 RPG 장르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현재에도 꾸준히 발전 중에 있다. 그 중 첫 번째는 인공지능 부분이었다.

초반 시리즈의 이 게임은 말 그대로 몇 개의 패턴을 파악해 적을 유도하고 ‘정신기’로 불리는 스킬을 남발하면 승리하는 형태가 대 부분이었다. 이런 패턴이 생기게 된 것이 단순한 적의 인공지능 때문. 적이 단순하니 중, 후반부터는 지루해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개발사인 반프레스토는 다양한 전략성을 유저가 고민하고 시도할 수 있도록 아군 조합과 위치, 기력 관리, 적의 위치 관리, 변수에 대한 다양한 인공지능 대처 등의 살을 붙이기 시작했다. 이는 유저들의 다양한 시도는 물론 더 많은 전략적 선택을 통한 승리를 이끌어냈다.

하나의 기체를 어떻게 성장 시키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또한 인공지능 적들은 한 두 개의 패턴이 아니라 적군들의 위치, 유리한 지형, 예상치 못한 이동 경로, 협력 공격이나 다른 적을 위한 희생 등 수많은 패턴을 마련, 유저들의 기밀한 전략에 대응하도록 꾸준히 발전돼 왔다.

이로 인해 최근 신작 ‘슈퍼로봇대전 OG 문 드웰러즈’에서는 기밀한 적들의 대처 능력부터 유저를 압도하는 전략성까지 느끼게 해준다. 물론 시리즈에 익숙하고 오래 즐긴 팬들이라면 크게 어렵지는 않겠지만 초보 유저들에게는 꽤 어려워 보인다. (이를 위한 가이드 및 비기너 모드가 있다)

비기너 및 가이던스 모드를 도입, 초보 유저를 배려한 OG 문 드웰러즈

또한 실시간 전략 게임이나 ‘문명’과 같은 생산과 비축, 제작의 비중을 제외하는 대신 캐릭터 성장과 조합에 초점을 맞춘 마니아 식 전략 요소를 극대화 시킨 점도 성공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슈퍼로봇대전 시리즈는 처음부터 적들의 모든 위치와 움직임을 볼 수 있게 해준다. 쉽게 말하면 안개나 보이지 않는 지역을 정찰하는 요소를 없앴다는 점. 그래서 초창기 시리즈는 ‘장기’와 흡사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타 전략 게임들이 이 부분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걸을 생각하면 정말 과감한 시도가 아닐 수 없다. 적의 패턴과 움직임을 모두 볼 수 있다는 입장에서 만들 수 있는 전략적 재미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팬이 원한다면 어떤한 기체도 최강이 될 수 있다!

반프레스토는 이를 캐릭터의 성장과 개성으로 전환 시켰다. 캐릭터를 얼마나 성장 시키고 개조하는지에 따라 전투의 향방이 바뀌도록 한 것. 이는 꼭 용자물이나 아니면 유명 로봇 애니메이션과 흡사하다. 유저가 원하면 자신의 기체가 ‘최고’ 수준이 될 수 있다는 것.

물론 혹자들은 해당 게임의 재미가 캐릭터에 집중되면서 난이도 하락 및 게임의 단순화가 이루어졌다고 보지만 그와 반대되는 의견도 많다. 자신의 기체로 멋지게 승리, 적을 압도하는 재미를 찾는 걸 추구하는 유저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스테이지 내 비밀 요소나 어느 정도 체력이 떨어지면 도망가 버리는 적의 보스를 잡기 위한 연구처럼 마니아들을 위한 요소들도 존재해 마니아들이 파고드는 재미는 계속 발전하고 있다.

여러 주인공들의 다양한 활약은 슈퍼로봇대전 시리즈를 기대하게 만드는 힘이다.

마지막으로는 방대한 크로스오버 세계관과 이야기에 있다. 이 작품 시리즈의 진짜 매력은 드림매치이지만 이를 받쳐주는 세계관이 있었기 때문에 25년 동안 꾸준히 시리즈를 이어올 수 있었다.

세계관의 백미는 원작의 재해석이다. 실제 이 게임 시리즈의 절반은 이야기 진행에 있다. 유저들은 모든 적과 대립하면서 수많은 주인공들의 입장과 충돌, 그리고 새로운 이야기들을 접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오는 또 다른 흥미진진함은 게임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는 요소가 됐다.

그리고 원작에서 경험했던 충격적 결말과 반대되는 해피엔딩은 시리즈가 추구하는 방향 중 하나다. 시리즈 프로듀서 ‘테라다 타카노부’는 “이야기를 재구성해 원작에 절망한 팬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남기기도 했다.

수많은 적들의 등장도 시리즈의 큰 매력 중 하나다.

게임 내에는 일반 진행에서는 사망하거나 행방불명 되는 기체나 파일럿을 구할 수도 있었으며, 마지막에 적을 배신하고 주인공을 돕다 사망하는 라이벌을 구해 동료로 만드는 등의 재미는 원작 이상의 맛을 느끼게 해주는 슈퍼로봇대전 시리즈만의 재미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재미도 사실은 내수 시장에 집중돼 있는 형태였기 때문에 우리나라 유저들은 접하기가 어려웠다. 현지화는 말도 안됐고 ‘마크로스’와 같은 라이선스 문제로 인해 아예 정식 출시가 되지 않는 경우도 발생했다.

그러다 보니 올해 나온 굵직한 슈퍼로봇대전 시리즈 소식은 꽤나 놀라운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현재 PS4용 슈퍼로봇대전 OG 문 드웰러즈는 자막 한글화돼 지난 7일 정식 출시가 됐다. 시리즈 첫 현지화 작품의 정식 출시였다.

살다 보니 이 시리즈를 한글로 다 만나게 됐다.

또한 정식 넘버링 시리즈의 가장 최신작인 ‘슈퍼로봇대전V’도 자막 한글화돼 국내 정식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시리즈 25주년에 생긴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시리즈가 슈퍼로봇대전의 명맥을 이어갈지는 모르지만 해당 시리즈가 자막 한글화 및 정식 출시를 통해 더 많은 유저들의 사랑을 받길 기대하고 있다.

또한 더 많은 애니메이션 작품의 등장으로 이 게임 시리즈에 대한 한결 같은 기대감과 사랑이 이어지길 로봇 애니메이션의 팬으로써 간절히 바란다.

이제는 정식 넘버링 시리즈도 자막 한글화로 만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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