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현세대 게임기로 이식된 바이오 하자드4, 이 기세라면 끝이 없어 보여

또 나왔다. 캡콤의 대표작이자 시리즈 중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게임 ‘바이오 하자드4’(이하 바하4)가 PS4, Xbox ONE 등 현세대 게임기로 모습을 드러냈다.

2005년 ‘올해의 게임’에 선정됐던 이 게임은 10년의 세월을 훌쩍 넘어 2016년 8월말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났다. 끊임 없이 몰려 드는 좀비처럼, 한 번 우려낸 후 몇 주 동안 밥상에 올라와 우릴 괴롭히던 사골곰탕처럼..(물론 지금은 없어 못 먹지만) 또 다시 등장했다.

레온은 몰랐을 것이다. 자신이 2016년까지 애슐리를 구하러 다닐지..

바하4는 기존 3인칭 시점의 퍼즐 요소가 강했던 기존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와 다른 노선의 방법과 게임성으로 기존 팬들에게는 논란이 됐던 작품이다. 그러나 뛰어난 재미 요소와 액션성, 다채로운 볼거리 등으로 이후 시리즈의 새로운 전환을 이끌어내며 명작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단순히 시리즈에만 영향을 준 것은 아니었다. 단일 플랫폼이었던 게임 큐브의 판매를 견인하고 TPS 호러, 슈팅 게임의 기본적인 틀을 완성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압도적인 성과를 기록했던 위쳐3가 나오기 전까지 역대 최다 단일년도 GOTY를 기록한 작품이기도 하다.

특이한 점은 시리즈 중 최초로 바이러스가 등장하지 않으며 시작부터 ‘엄브렐러’사가 망해버려 새로운 적과 대립하게 되는 내용을 다뤘다는 점이다. 게임 속에는 사이비 종교단체 ‘로스 일루미나도스’가 등장하고 이들에게 납치된 대통령의 딸을 레온이 구하는 형태로 전개된다.

우주최강 발암녀.. 애슐리. 레온과의 긴 인연은 이후 시리즈에서도 이어진다.

게임성도 발군이었다. 기존의 느리고 답답했던 퍼즐 방식의 어드벤처에서 간략화된 퍼즐과 높아진 액션성, 다양한 무기의 등장, 빠르고 강력한 적들, 강화형 요소 등 기존 시리즈와 완전히 다른 요소를 대거 도입해 게임성을 극대화 시켰다.

특히 세상과 단절된 곳에서 벌어지는 살육과 광기 어린 적, 에이전트의 느낌을 살린 레온 케네디의 새로운 모습, 발암녀 타이틀을 획득한 대통령 딸 애슐리의 등장 등 꽤나 많은 화제를 남겼다. 

그러나 게임큐브 출시 이후 얼마 안돼 PS2로 역 이식 되는 상황을 겪게 되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플랫폼을 옮겨 타며 생존, 최악의 이식 사례로 게임 역사에 남게 됐다. 이 게임을 만든 미카미 신지는 지금 캡콤의 이 방식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이때부터 시작된 공포.. 정말 이렇게 우려질 것을 누가 예측했을까. 패키지는 PC버전.

2005년 닌텐도의 콘솔 게임큐브로 출시된 시리즈 네 번째 작품인 바하4는 그래픽 연출과 시스템 전반에 큰 변화를 주며 신규 유저를 대거 영입하는 쾌거를 거두게 된다. 물론 기존 팬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호평이 이어지며 대 부분의 불만이 사라지는 마법이 펼쳐지게 됐다.

이 게임은 원래 게임큐브로만 나올 예정이었으나 PS2와 PC 등으로 확장 이식되면서 독점 논란과 역이식 논란 등을 함께 겪은 묘한 게임으로 남게 됐다.

특히 게임큐브 독점작이었으나 경영진의 황당한 PS2 이식 발표가 이어지며 담당 디렉터 미카미 신지가 사과하고 매장에서 큐브, PS2 타이틀을 모두 사는 연출을 보이기까지 했다.

이번엔 Wii로 즐겨보세요! 하아.. 미카미 신지의 한숨이 여기까지 들린다.

이렇게 시작된 바하4의 이식 시도를 끝을 모르고 진행되기 시작한다. 게임큐브 버전이 나온 이후 1년 정도 후 PS2 버전이 나왔고 얼마 안돼 PC 버전도 나왔다. 그리고 Wii와 Xbox360, PS3 등으로 이식됐고 현세대 게임기인 PS4, Xbox ONE으로도 이식됐다.

문제는 이식 과정들이다. 위에서 언급한 PS2 이식은 단순히 이식되는 수준이 아니라 사양을 낮춰 다운그레이드 버전을 이식해 논란이 됐다. 문제의 키 설정부터 저화질의 그래픽, 긴 로딩, 한 번에 등장하는 적의 수도 줄어 드는 문제 등이 발생했다.

시작된 최악의 이식..

PS2 버전을 이식한 첫 번째 PC 버전은 최악의 평가를 받았다. PC의 성능을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했고 최적화 문제부터 화면 비율 등 여러 문제를 꺼내며 유저들을 실망 시켰다. 이에 일부 유저들이 최적화, 언어, 그래픽 소스 패치 등을 감행하며 문제를 해결해 즐기는 사례를 보였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캡콤은 추가 이식을 단행한다. 동작 인식 컨트롤러를 전면에 내세운 Wii로 출시한 것. 위모콘을 활용해 슈팅 하는 재미가 늘었지만 큰 변화 없이 큐브 버전을 그대로 이식한 형태였다. 그 외 콘텐츠는 PS2 버전과 동일했다.

유저들의 노력으로 완성되어 가는 신개념 게임

그리고 한 동안 조용한 시기를 보낸다. 그 사이에 유저들은 완벽에 가까운 PC 바하4 패치들을 내놓으며 플레이 했고 토렌토나 각종 공유 사이트를 통해 넓게 전파됐다. 이렇게 바하4의 이식은 막을 내릴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캡콤은 포기하지 않았다. 추진력을 얻길 기다렸다.

2011년 8월 바이오 하자드 코드 베로니카와 바하4를 혼합한 바이오 하자드 리바이벌 셀렉션을 PS3, Xbox360용으로 선보인 것이다. 이 게임들은 최신 사양에 맞춰 HD 리마스터 됐다. 그러나 사운드가 제대로 나오지 않은 버그와 일부 구간에서 떨어지는 프레임 문제 등이 발생했다.

HD로 선명하게 부활.. 부끄럽지 않았을까.

특히 텍스처 질은 좋아졌지만 광원을 제외하고 이상한 블러를 잔뜩 넣어둔 것과 중요 이벤트 신을 PS2 당시에 사용했던 저화질 동영상으로 처리했다는 점 등 수많은 문제로 논란이 됐다.

그리고 모바일 버전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모든 플랫폼에 출시를 노리게 된다. IOS용과 안드로이드용으로 출시된 바하4 모바일 버전은 2012년 1월 출시됐다. 놀랍게도 시리즈 최초의 자막 한글화가 이루어진 작품이지만 수많은 문제와 함께 괜히 나온 게임이 되어 버렸다.

뭐라고요? 아이패드 버전이요?

용량상의 문제로 상당수의 스토리가 잘려나갔으며 모바일 기기 성능에 맞춰진 저화질 그래픽과 낮은 프레임, 불편한 조작감, 사망 고어신 전부 삭제, 코스튬 삭제 등 원작을 즐긴 사람들에게는 충격과 공포를 안겨줬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충격과 공포다!

여기서 끝날 것으로 생각했지만 캡콤은 생각보다 더 지독했다. 2014년 1월 무려 ‘얼티메이트 HD 에디션’이라는 이름으로 PC판 바하4를 부활 시킨 것. 당연히 원작 구매자에 대한 혜택이 아닌 새로 구입해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1080p 그래픽과 60프레임 지원, 신규 코스튬과 각종 편의 요소 등이 추가된 버전이었다. 그러나 이 역시 수많은 문제점을 노출하며 얼티메이트 급 불만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한다.

사양이 무리할 정도로 높았으며 프레임의 불안정으로 일부 구간에서는 제대로 즐기기 어려웠다. 그리고 이벤트 신에서 음성과 행동 싱크가 맞지 않기도 했으며 고화질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배경 여러 부분은 여전히 저화질 텍스쳐를 사용했다.

이걸 더 고화질한다고 나아질 것이 있을까.. 물론 없다.

또한 버그로 인해 특정 오브젝트가 안 보이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고 여전히 일부 구간은 PS2 시절을 생각나게 만드는 저화질 동영상으로 처리했다. 키보드와 마우스로 플레이하기에 너무나도 불편한 키 세팅과 인 게임에서는 수정이 불가능했던 요소, 30프레임 밖에 없는 일부 모션 등 너무나도 많은 문제가 있었다.

황당한 점은 저 많은 문제 중에 기존 리마스터링 작품 리바이벌 셀렉션에도 없던 버그들이 대 부분이었다는 점이다. 프레임 문제를 일으켰던 Xbox360 버전을 이식했기 때문에 생긴 것으로 유저들은 분석하고 있다. 캡콤은 이로 인해 엄청난 비판을 전 세계 유저, 평론가에게 듣게 됐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자, 어떤 점이 변한 것 같은가?

결국 이렇게 끝날 것으로 보였던 바하4의 이식은 2016년 8월31일 PS4, Xbox ONE 버전의 등장과 함께 또 다시 이어지게 된다. 시리즈 5편과 6편의 이식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PS4, Xbox ONE 버전은 말 그대로 고화질 버전이다. 그 외는 기존 버전과 거의 동일하다. 새롭게 추가된 요소도 없고 얼티메이트 버전의 그래픽 수준과 흡사한 형태를 보여준다. 거기에 영문판으로 등장, 다시 한 번 팬들을 실망 시켰다.

음.. 어디가 바뀐걸까? 그냥.. 얼티메이트 버전의 이식 정도 같다.

올해는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의 20주년이다. 아직도 수많은 시리즈가 단순 그래픽 리마스터링 형태로 이식 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단연 최고라는 명작을 이렇게 대하는 이유는 뭘까. 물론 새로운 플랫폼에서 즐기고 싶은 유저들도 있고 오랜 팬이라서 의리로 구매하기도 한다.

하지만 보상 개념이나 발전 형태도 아닌 단순한 이식작은 우롱에 가깝다. PS4, Xbox ONE 버전은 전 세계의 팬은 물론 바이오 하자드를 아는 모든 사람에게 캡콤이 선사하는 한 방에 가깝다.

그러나 또 누군가는 분명히 구매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 그래서 캡콤이 바하4 이식을 포기하지 않는 건지도 모르겠다. 혹시 PS 네오와 Xbox 스콜피온 등으로도 나오고, 이후에 나올 PS5, Xbox Two 에서도 바하4가 나오지 않을까. 여전히 동일한 그래픽과 콘텐츠로 말이다.

진심으로 캡콤이 무서워지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게임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