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최다, 최고 '롤드컵' 흥행 신기록 뒤의 불확실성
LCS 두 개 팀 이탈, LPLㆍLCK도 남일 아냐... 팀 경쟁력 제고 필요

[게임플] 역대 최대, 최다, 최고라는 찬사가 쏟아지기 충분한 롤드컵이었다. 그럼에도 LoL e스포츠 시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 2023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이 성황리에 마쳤다. ‘페이커’와 T1 선수단이 준비된 시나리오에 마침표를 찍었고 감동적인 서사가 완성됐다.

이번 롤드컵은 흥행과 관심 측면에서도 새 역사를 써냈다. 집계 방식에 따라 전 세계 시청자 1억 명(동시 접속자)에서 4억 명(누적 접속자 기준)까지 나오고 있다. 해당 기록이 사실이라면 지난해 미프로풋볼(NFL) 챔피언 결정전 ‘2022 슈퍼볼’ 평균 시청자 수와 맞먹는 수준이다. e스포츠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이자 프로 스포츠와 비교해도 흔치 않은 경우다.

행사가 열리는 고척 스카이돔에서 보인 팬들의 열기는 대단했다. 현장에서는 한국 시리즈에 준하거나 그 이상의 열기라는 말이 나왔다. 대회가 진행되는 뒤편에서는 170여 개 언론 매체에서 200명이 넘는 기자들이 취재를 위해 나섰다. 정가의 10배가 넘는 암표, 결승 당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방문과 대통령의 축사는 롤드컵의 인기와 파급력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것들이다.

골든 가디언스와 이블 지니어스 리그 탈퇴 성명
골든 가디언스와 이블 지니어스 리그 탈퇴 성명

이 정도면 롤드컵이 침체한 e스포츠 시장을 구해냈다는 이야기가 옳아 보인다. 하지만 21일 나온 LCS 두 개 구단 골든 가디언스와 이블 지니어스의 리그 탈퇴 소식은 ‘LoL’ e스포츠의 불확실한 미래를 다시금 떠올리게 만든다. 지난 9월 TSM의 LCS 탈퇴에 이은 세 번째다. LCS 구단들의 본격적인 탈퇴(exit)가 시작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미 지난봄부터 e스포츠 겨울이 오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LCS 리그 뷰어십은 서머 시즌 처참히 무너졌다. e스포츠 차트에 따르면 최대 동시 시청자 22만 명, 평균은 7만 6천 명을 기록했다.

LCS 리그 상황을 봤을 때 그동안 꾸준히 건의됐지만, 이뤄지지 않은 브라질 LoL 프로 리그 CBLOL과의 리그 통합도 머지않아 보인다. CBLOL 스플릿 2는 시청 지표에서 이미 LCS 서머를 넘었고 성장 중에 있다. 뷰어십 측면에서 규모 면에서 LCS는 이제 4대 메이저 리그에 들 수 없게 됐다.

LEC 최근 시청 지표
LEC 최근 시청 지표

LEC는 LCS보다 그나마 형편이 나은 상황이지만, 2021년 이후 매년 십만 단위로 뷰어십이 떨어지고 있다. 뷰어십이 성장 중인 메이저 리그는 현재 LCK뿐이다. LPL은 정확한 통계가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중국 자국 내 정책 문제로 게임 이용자와 소비층이 최근 2년 사이 감소한 것으로 알려져 시청층 감소도 자연스레 따랐을 것으로 해석된다.

중동, 남미, 베트남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긴 하지만 4개 대륙 중 북미와 유럽을 잃는 것은 상당히 뼈아프다. 라이엇의 대대적인 리그 개편 혹은 통합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라이엇 글로벌 e스포츠 총괄 존 니덤은 골든 가디언스와 이블 지니어스 탈퇴 성명에서 “이 변화로 인해 우리는 미래의 성공과 리그 재조직을 준비할 때 훨씬 더 유연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라이엇 글로벌 e스포츠가 보이는 행보는 세계 대회의 진행 방식 변화다. 2023 MSI, 2023 롤드컵 모두 경기 포맷을 바꾸고 경기 수를 확대했다. 전기와 후기에 높은 뷰어십을 끌어낼 수 있는 세계 대회를 배치하는 것이 최종 목표일 것으로 보인다.

지금껏 진행된 MSI와 달랐던 경기 진행 방식
지금껏 진행된 MSI와 달랐던 경기 진행 방식

우리가 잘 알듯 LoL e스포츠 프로 리그 전체 뷰어십은 세계 대회에 기형적으로 치우쳐져 있다. 매년 리그 뷰어십은 감소하지만, 롤드컵과 MSI는 매해 신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다. 여기서 관건은 각 구단이 롤드컵과 MSI에서 어느 정도의 수익성을 보장받느냐다.

이번 롤드컵 흥행 기록의 대부분이 ‘페이커’와 T1 선수들로부터 이뤄진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라이엇 입장에서는 T1이 결승에 진출할 때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드라마와 흥행 모두 기록을 써 내려가는 순간이 눈 앞에 왔으니까 말이다. 결과는 알려진 대로 대성공이다. 롤드컵은 앞으로 이를 근거로 더 비싼 스폰서십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선수단 연봉이 증가하는 동안 구단에서 마땅한 수익 모델을 만들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LCK 구단들은 생존을 위해 총력전에 돌입했지만, T1을 제외한 나머지 팀들이 이른 시간 내에 결과를 낼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2024 시즌을 준비하는 스토브리그가 시작됐다.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공중 분해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아니, 이미 공중 분해된 팀들이 많다. 1년간 '덕질'했던 팀이 사라지는 건 이제 예삿일이 됐다. LoL e스포츠는 성장과 불황 사이 어딘가에 멈춰있다. 

LCS 리그를 보고 프랜차이즈 모델이 결국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랜차이즈로 구단과 선수들을 인질로 잡고 그들에게 흥행과 수익을 책임지게 만든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LoL e스포츠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구단과 선수의 노력 외에도 스타 플레이어 발굴 및 각 리그 경쟁력 제고를 위한 확실한 지원 모델이 필요한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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