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 기간 LCK 시청자 반토막... LoL 프로 리그 지속성 의문
천정부지로 솟는 운영비, 수익 모델은 오직 스폰서뿐인 구단들

[게임플] T1과 LCK 간판스타 ‘페이커’의 복귀 경기가 오늘 2일 광동프릭스(KDF)로 정해지면서 T1은 물론 LCK 팬들의 기대감이 치솟고 있다.

‘페이커’는 지난 7월 2일 농심레드포스(NS)전 이후 손목 부상으로 휴식에 돌입했다. '페이커'의 부상에 T1은 2군 선수 '포비'를 콜업하면서 긴급히 로스터를 재정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8일 ‘벵기’ 배성웅 감독마저 T1 감독직을 사임하며 T1은 더욱 미궁으로 빠졌다.

'페이커' 결장 전 6승 2패를 기록하던 T1은 8주차까지 1승 7패를 기록했다. ‘페이커’ 없는 T1은 그야말로 날개를 잃은 듯 추락했다. 다행히 1라운드에서 쌓은 승점 덕에 5위의 성적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지만 그마저도 자력 진출이 아닌 타 팀의 승리로 인한 것이었다.

지난 8주차 KT와의 경기를 앞두고 ‘페이커’의 LCK 출근길이 목격되면서 팬들의 기대가 높아졌지만 아쉽게도 '페이커'는 출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팀 내부에서 ‘페이커’의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는 예측이 나왔고, 같은 날 KT 전 패배 이후 인터뷰에서 ‘케리아’ 류민석은 “8월에 T1이 왜 T1인지 보게 될 것”이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31일 LCK CL T1 챌린저스 대 LSB 챌린저스 경기에 ‘포비’가 출전했고, 2일 ‘페이커’의 복귀가 공식 발표됐다. KDF와 LSB전 두 경기는 ‘페이커’의 복귀를 시험하기 가장 좋은 무대로 점쳐지면서 팬들의 기대도 치솟았다.

리그의 간판스타 ‘페이커’가 없는 기간 동안 하락세를 보인 것은 T1의 경기력뿐만이 아니다. LCK 리그 전체 시청자가 일제히 감소하며 '페이커' 부재가 여실히 드러났다.

1주차 5일 T1 대 젠지의 전체 시청자는 약 76만 명으로 2023 LCK 서머 개막 이후 가장 높은 시청자 수를 기록했다. 반면 5주차에 ‘페이커’ 없이 치뤄진 두 팀의 2차전은 46% 감소한 41만 명을 기록했다.

젠지와 T1이라는 숙명의 라이벌전임에도 불구하고 ‘페이커’의 출전 여부에 따라 시청자가 절반 가까이 감소한 것이다. LCK에 ‘페이커’라는 프렌차이즈 스타가 주는 영향력은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현재 LoL 프로 리그 전반 뷰어십이 일제히 감소하고 있다. e스포츠차트에 따르면 LEC 2023 서머 결승전 G2와 엑스엘의 최고 시청자 수는 약 32만 명으로 지난 LEC 2022 서머 결승전 G2 대 로그 전 73만 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숫자다.

LCS 2023 서머 전체 최고 시청자 수는 약 11만 명으로 지난 서머 최고 시청자 수 37만 명에서 3분의 1로 줄었다. 아직 플레이오프 경기를 남겨둔 상황이지만, 현재 최고 시청자 수 5개 경기 평균 10만 명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22 월즈 결승, 올해 LCK 2023 스프링 결승, 2023 MSI 결승 등의 시리즈는 역대 가장 높은 시청자 수를 기록하며 고공행진했지만, 유럽과 북미의 LoL 리그는 전체 뷰어십 하락세를 겪고 있다. 2023년을 들어 메이저 3개 리그의 지속성에 대한 의문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LCK는 최근 리그 전체 수익성 감소를 막기 위해 소프트캡을 적용한 ‘균형지출제도’를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LCK 샐러리캡 도입 문제는 꾸준히 논의됐으나 몇몇 구단에 의해 번번이 거절됐다. 결국 리그를 지속하기 어려울 정도로 치솟는 구단 운영비, 수익성 감소 등의 이유로 모든 구단이 협의한 것으로 보인다.

젠지의 아놀드 허 CEO는 지난 24일 LCK 영어 해설가였던 ‘몬테’와 현 영어 해설을 맡는 ‘울프’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최근 LCK 리그 수익에 대한 문제를 털어놨다.

젠지는 매년 최대 약 300만 달러(한화 약 38억 원)의 영업 손실을 보고 있으며 선수단 연봉은 운영 비용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운영 비용이 최근 몇 년 다섯 배로 증가했다고 언급했다. 그 와중에 LCK 구단의 현재 수익모델은 스폰서 외에 없는 상황이라며 젠지는 가장 많은 스폰서를 가지고 있는 구단이지만 그럼에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그는 LCK에 프랜차이즈 스타가 더욱 많아져야 한다며 LCK의 '페이커' 의존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페이커'의 빠른 복귀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번 ‘페이커’의 공백으로 LCK 리그 전체 뷰어십이 감소하면서 ‘페이커’가 아니더라도 리그에 돈을 벌어오는 프랜차이즈 스타가 절실하다는 의견이 더욱 커지고 있다.

NBA 매출 변화
NBA 매출 변화

LoL 종목 특유의 정체성으로 가장 많이 비교되는 스포츠 리그인 NBA도 마찬가지의 걱정을 하고 있다. NBA는 2015년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리그 황금기를 보내고 있다. 약 8년의 세월 동안 성장을 거듭한 NBA는 돈을 벌어오는 리그가 됐고 단순히 기업들의 마케팅 플레이스라는 인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런 NBA 역시 현재 ‘르브론 제임스’ ‘스테판 커리’의 은퇴 이후의 프랜차이즈 스타를 걱정하고 있다. 특히 ‘르브론 제임스’라는 스타 플레이어의 은퇴가 가시화되고 있다. NBA의 아담 실버 총재가 “르브론 제임스 이후의 시대를 말할 준비가 안 됐다”고 직접 언급할 정도다.

두 선수의 뒤를 이을 ‘루카 돈치치’, ‘야니스 아데토쿤보’, ‘빅터 웸반야마’와 같은 괴물급 선수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그들이 프렌차이즈 스타로서 역할을 할지는 아직 의문이다. NBA는 그 규모나 수익성 측면에서 LCK를 아득히 넘는 수준이지만 '마이클 조던' 은퇴 이후 겪었던 암흑기를 다시 걱정하고 있다.

LCK 역시 당장 ‘페이커’ 은퇴 이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쇼메이커’, ‘쵸비’, ‘캐니언’, '베릴'과 같은 다음 세대들이 등장했지만, 아직은 글로벌 전역의 팬덤을 모으지는 못했다.

내수 시장은 물론 해외 시장, 특히 LPL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는 LCK에게 프랜차이즈 스타 수급은 더욱더 어렵다. NBA는 여전히 세계 최고의 리그이지만 LCK는 이제 규모와 경기력 면에서 모두 LPL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프랜차이즈 스타의 등장을 기다리면서 ‘지역 연고제’ 도입과 같은 다른 해결책도 찾지만 아직 요원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간한 2022 이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이스포츠 이용자 중 26%만이 응원하는 구단이 있으며 이들 중 절반은 평소 응원하던 선수의 영입을 구단 팬이 된 이유로 꼽았다.

현재 e스포츠를 시청하는 유저들의 유목 생활이 긴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페이커’와 같은 장기근속 선수가 적은 것도 한몫한다.

2022 월즈 기적 같은 우승 드라마를 써낸 DRX는 다음 스토브리그 때 ‘베릴’과 ‘주한’을 제외하고 모든 선수가 타 팀으로 이적했다. LoL 프로리그는 유독 한 선수가 한 팀에 오랜 기간 머무는 경우가 적은 종목이다.

LCK는 이번에 도입하는 균형지출제도에서 3년 이상의 장기근속 선수에게 혜택을 주며 구단이 안정적으로 선수와 계약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해당 규정을 ‘페이커 특별 규정’이라며 비난하고 있지만, LCK와 구단 입장에서는 현재 ‘페이커’와 같은 프랜차이즈 선수 없이는 리그 존속이 어려운 상태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LCK는 현실적으로 당장 '페이커' 없는 미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레전더리스 등 구단 수익을 증대시킬 방법을 강구하고 있지만 큰 매출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균형지출제도'는 급한 불을 끄는 임시 조치에 불과하며 더욱 혁신적인 모델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13년 '페이커'의 데뷔 이후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페이커'가 오래 뛸수록 모두에게는 축복이다. 그러나 영원히 뛸 수는 없다. 이제 리그는 진지하게 '페이커' 없는 LCK의 청사진을 미리 그려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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