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력 경쟁은 원하지만, 높은 장벽을 원하지 않는 이들에 '맞춤옷' 제시

[게임플] 팍팍한 경쟁 게임, 그러나 유저가 원하는 경쟁 척도는 제각각이다.

모바일 전쟁 MMORPG는 경쟁이 가장 치열한 장르로 꼽힌다. 상위 사냥터와 보스 몬스터를 얻기 위해 필드에서부터 세력간 분쟁이 벌어지고, 공성전 등 최종 콘텐츠에서 가장 큰 이권을 두고 결전을 벌인다. 그 과정에서 서로 빨리 성장하기 위한 출혈이 벌어지기도 한다.

넥슨 신작 '히트2'는 새로운 전쟁 MMORPG를 표방하며 등장했다. 차별화를 강조한 요소는 게임 자체 플레이보다 경제 생태계 등 전반적 운영 정책에 집중됐다. 공정한 경쟁이 무엇보다 중요한 장르에서 가장 중요한 흥행 요건이었다.

8월 25일 출시 이후 지금까지 결과는 성공적이다.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 최대 1위, 현재 2위. 히트2가 꾸준하게 거두고 있는 매출 순위다. 이로써 국내 플레이스토어 매출은 1위부터 5위까지 전쟁 MMORPG가 점령했다.

히트2 출시 전부터 업계가 주목하는 지점은 또 하나 있었다. 같은 장르 경쟁작들의 유저층이 어디서 얼마나 이동할 것이냐, 이것은 히트2 흥행 수준에 따라 향후 신작들에게도 큰 변수가 될 수 있는 지표였다. 

결과적으로, 유저 파이는 생각보다 겹치지 않았다. 히트2가 '핀포인트'로 겨냥한 유저층은 미세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히트2 출시 이후 같은 장르 최상위 게임들의 접속자와 매출 동향은 크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리니지M'이 여전히 1위를 굳게 수성하되, 히트2는 나눠먹기가 아니라 이전에 없던 재료로 탑을 쌓아올린 형태다.

이 현상은 모바일인덱스가 공개한 자료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각각 20여만 명으로 추정된 2개 게임의 월간접속자 가운데, 둘 모두 접속한 교차 사용자 수는 10%가 채 되지 않는 7,767명에 불과했다. 기존 게임들과 다른 유저층이 형성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새로 형성된 유저층을 '비교적 라이트한' 경쟁 유저로 분석하고 있다. 세력간 대규모 전투를 선호하고 공성전과 같은 콘텐츠를 원하지만, 게임 장벽이 부담되어 접근하지 못하거나 이탈해버린 이들을 뜻한다. 

히트2가 게임성의 큰 틀에서 크게 달라진 모습은 없다. 하지만 누구나 사냥과 성장을 즐기기에 부담이 없도록 창구를 열어둔 것이 차별점이다. 자동 생성으로 나뉘는 채널, 매일 넉넉한 시간과 보상이 보장된 방치 모드, 조금씩 완화된 과금 구조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과금이 전혀 없어도, 소위 '막피'가 날뛰는 서버라도 이런 고유의 시스템 활용만으로 기본적인 성장이 보장된다. 하루 성장 콘텐츠 가운데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마련된 것. 

히트2의 이런 미세 조정은 사소하지만 큰 변화로 완성된다. 경쟁과 평화 사이 모호한 위치에 서 있던, 그러나 원하는 게임을 찾지 못하던 유저들이 맞춤옷을 만나게 됐다. 레드오션이 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던 전쟁 MMORPG에서 전에 없던 접속자들이 나타난 이유가 설명 가능해진다. 

다만, 지금 히트2의 위치선정은 까다롭다. 앞으로 긴 시간 운영하면서 게임 장벽의 밸런스 조절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하게 경쟁에 치우쳐서도, 성장 동기가 너무 사라져서도 안 된다. 가벼운 경쟁이라는 줄타기를 계속하면서 소통에 특히 민감할 필요가 있다.

히트2의 등장으로 인해 MMORPG의 전체 파이는 커졌다. 그리고 차후 운영에 따라 이 파이는 줄어들 수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옮겨갈 수도 있다. 장르의 시장 구도를 놓고 펼치는 게임사간 신경전이 점차 흥미로워지는 이유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게임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