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RPG적 육성은 재미요소, AR-GPS와의 궁합은 ‘글쎄’

[게임플] 지난 달 28일, 나이언틱과 워너브라더스게임즈 샌프란시스코가 개발한 증강현실(AR) 게임 해리포터: 마법사연합(이하 마법사연합)이 출시됐다. 잉그레스, 포켓몬GO에 이은 세 번째 AR-위치기반 게임으로 이번에는 조앤 K롤링의 작품 해리포터를 배경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해리포터라는 걸출한 IP, 3년 전 포켓몬GO의 엄청난 흥행이 있었음에도 이번 작품은 그만한 파급력에는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분명 게임 자체는 즐길만하다. IP의 파워야 말할 것도 없고, ‘해리포터: 죽음의성물’ 이후를 다루고 있다는 스핀오프격의 스토리텔링도 나무랄 데가 없다. 이러한 스토리 속에서 만나는 성장한 해리포터와 헤르미온느는 반갑기까지 하다.

문제는 AR과 GPS. 이를 통한 수집 콘텐츠가 해리포터 IP와 다소 궁합이 맞지 않다는 것이다.

 

# 동기부여가 잘 되지 않는 수집 요소(혼란체)들

포켓몬을 잡아 육성시키던 포켓몬GO와 동일하게 마법사연합에도 수집요소는 존재한다. 유저는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현실세계에 떨어진 ‘마법 혼란체’를 수집하는 임무를 갖게 되고, 마법을 사용해 이러한 혼란체들을 제압해 수집하게 된다.

포켓몬GO에서 등장했던 몬스터볼의 역할은 마법이 대신한다. 원작에 등장했던 익스펙토페트로놈, 에붑리오, 메테오로 징크스 레칸토 등의 다양한 마법들이 등장하며, 화면의 표식을 따라 그리는 형태로 사용할 수 있다.

소모품으로는 ‘주문력’이 등장한다. 이는 ‘여관’이나 ‘온실’을 통해 충전을 하는 것이 가능한데, 전작의 ‘포켓스탑’과 마찬가지로 한번 충전한 뒤에는 일정 시간이 지나야 다시 활성화된다.

수집물들이 크게 매력적이지는 않다

수집 요소들은 나름의 색깔을 지니고 있다. 일종의 도감인 ‘등록부’에는 신비한 동물 돌보기, 어둠의 마법, 호그와트 학교, 마법 게임 및 스포츠, 이상체 등 다양한 수집 목록이 존재하고 여기에 비어있는 수집물들을 모으는 것이 목표가 된다.

문제는 이러한 수집물들의 직관성이 떨어져 수집욕도 함께 감소한다는 것이다. 맵에서 어떠한 포켓몬인지, 자신이 얻고 싶은 포켓몬인지를 확실히 알 수 있었던 전작과는 달리 이번에는 앞서 상술한 수집 목록의 대표 아이콘만이 맵에 등장하기에 알 수가 없다.

예컨대 호그와트 전설 목록을 대표하는 ‘H’ 모양의 아이콘만 봐서는 저 혼란체가 헤드위그인지, 시리우스인지 유저는 구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직접 만나보아야만 알 수 있기에 클릭해야 하며, 짧지만 로딩을 지나 만나는 혼란체가 자신이 원하는 수집물인지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여타 게임들이 그렇듯 귀한 수집물은 드물게 나오기 마련이고, 수집해야 하는 수집물들도 크게 매력을 주지 못하기에 그 동기부여는 더욱 반감된다. 원작의 팬이라면 ‘반가울’ 수는 있다. 하지만 누가 마녀, 후플푸프 학생, 오르골 등을 모으고 싶어하겠는가.

 

# RPG적 요소는 ‘제법’, 하지만 AR의 활용은 ‘글쎄’

전작에서의 포켓몬 육성과는 달리, 유저 자신의 레벨을 올려 스킬을 찍고 직업을 가지는 RPG적 요소는 매우 흥미롭다. 유저는 오러, 마법동물학자, 교수 등 총 세 가지로 나뉜 직업들 중 레벨 6을 달성하면 한 가지를 골라 스킬을 분배해 성장하게 된다.

이 스킬을 찍을 수 있게 하는 ‘스크롤’은 수집 요소 달성으로 얻을 수 있는데, 다소 동기부여가 어렵긴 했으나 스킬을 찍기 위한 일종의 ‘파밍’으로 본다면 꽤나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요새’에서는 RPG에서의 던전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단계별로 클리어 해나가는 형태의 던전에서는 일정 시간 안에 이상체들을 제압하는 콘텐츠다. 솔로 플레이도 가능하지만, 다른 유저와의 협동한다면 더 수월하게, 그리고 보너스 경험치를 얻을 수도 있다.  

'포트키 포트만토'에 활용된 AR기술은 꽤나 눈에 띈다

던전에서의 전투는 일종의 턴제로 공격과 방어를 번갈아하며, 이상체들의 체력을 모두 깎는 형태로 진행된다. 이때의 능력치가 각 직업별 스킬에 따라 상승하기 때문에 수집과 던전, 그리고 육성이 모두 맞물리는 것이다.

다만 상술한 수집을 포함, 레벨링과 ‘요새’와 같은 RPG적 요소가 AR을 활용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처음에야 신기한 마음에 옵션을 켜두고 사용하나, 이후에는 굳이 배터리 소모를 해가며 증강현실을 구현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물론 ‘포트키 포트만토’의 AR 기술은 전작에 비해 매우 발전했음을 보여줬다. 일정 지역에 ‘포탈’을 열고, 그 안에 들어가 주변을 살펴 수집하는 콘텐츠가 굉장히 신기했던 것이다. 하지만 신기한 것과 재미있고 꼭 필요한 것은 별개의 영역이다.

 

# 잘 만들었고, IP의 파워도 있지만 그 시너지가 생각보다는 ‘별로’

AR과 GPS가 해리포터를 만난 시너지는 좀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마법사연합은 분명 잘 만든 게임이다. 유저의 성장, 수집요소, AR과 GPS를 활용한 시스템 등 게임에 들인 공이 상당함을 플레이 하는 내내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궁합이 좋지 않았다. 포켓몬GO는 기존 원작에서도 풀숲과 거리에서 포켓몬들이 등장한다는 콘셉트였지만, 마법사연합에서의 수집물들은 그 등장이 다소 어색했던 것이다. 차라리 현재 스핀오프로 진행되고 있는 ‘신비한 동물사전’의 콘셉트를 따오거나, 아예 RPG적 요소로 전투를 지향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경쟁 요소의 부재도 동기부여를 반감시키고 있다. 미디어 간담회 당시 “PvP적 요소는 기획 단계에서도 고려하지 않았다”라고 한 만큼, 포켓몬GO와는 달리 추후에도 등장할 여지가 적다는 점은 아쉬울 따름이다.

포켓몬GO는 집안에만 있던 게이머들을 밖으로 끌어냈지만, 마법사연합에서는 아직까지 그 정도의 파워는 나타나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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