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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C 2019] 넥슨 김동건 “마비노기처럼, 과거에서 미래로 선을 이어나가자”마비노기 개발 과정으로 보는 현 게임 산업에 필요한 요소
정진성 기자 | 승인 2019.04.24 15:09

[게임플] “자랑이나 반성보다는 여러분이 용기를 내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옛날 이야기 하나 듣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24일, 경기도 성남시 넥슨 판교 사옥에서 열린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 2019)의 키노트 강연에서, 데브캣 스튜디오 김동건 프로듀서는 위와 같은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주제는 ‘할머니가 들려주신 마비노기 개발 전설’. 마비노기의 개발 과정을 통해 현 개발자들이 지녀야 할 자세에 대해 김 프로듀서는 설명했다.

김 프로듀서는 현재 한국 게임들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패키지 게임들은 자료가 없어서,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은 서비스를 중지하면 다시는 만나볼 수 없기에 소리소문 없이 게임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더 유실되고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옛날 이야기를 남겨야겠다는 생각이었다”며, 마비노기가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게임을 개발했다. 대학교에 와서는 패키지 게임을 출시하기까지 했는데, 이후 마비노기의 개발과정에서 가장 도움이 됐던 것은 교내 BBS였다. 지금으로 따지면 일종의 SNS와 같은 형태다.

BBS에는 항상 상주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걸거나 함께 하는 행위는 극히 드물었고, 그는 이를 ‘새로 이사온 아이의 장난감’이라고 표현했다. 이미 무리가 지어진 아이들 사이에서 새로운 장난감을 들고 관심을 끌기 위에 주변을 서성이는 아이의 모습과도 같다는 말이다.

그는 “사실 내가 그런 사람이었다”며,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내성적인 사람들을 위한 게임을 만들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게임을 만들고 싶었던 김 프로듀서는 2000년 1월 1일 넥슨에 입사했다. 당시 넥슨은 바람의나라를 서비스 중이었고, 시대는 인터넷이 막 태동하는 그런 시기였다.

의욕을 가지고 많은 기획서를 냈지만 통과는 되지 않았다. 당시에는 프로젝트를 시작함에 있어 명문화되고 체계화 된 상태가 아니라, 성공 경험이 있는 사람이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상황이었기에, 신입이 설 자리는 없었다고 김 프로듀서는 설명했다.

하지만 결국 ‘튀는 기획서’를 통해 마비노기 프로젝트가 시작됐고, 그렇게 지금의 데브캣 스튜디오가 생겨났다.

시작 단계부터 그는 3D 기술과 DB(데이터베이스)라는 두 개의 벽에 부딪혔다. 당시에는 3D 기술이 발달한 시기가 아니었고, DB 시스템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두 요소를 모두 포기하지 않고 밀어붙였다.

3D는 친구에게 3D엔진을 헐값에 구매한 뒤 직접 개발을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현 마비노기의 카툰렌더링 기법이 탄생했고, 이 개발 단계에서 외국 잡지에 소개되기까지 했다.

카툰렌더링에서 그가 중요시 했던 것은 라이팅(조명 효과)이었다. 그는 “라이팅은 공간감을 표현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며, “평소에는 태양과 달빛의 영향을 받다가 가로등이나 모닥불로 가면 그 영향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마비노기는 그러한 조명 느낌이 잘 살아났다. 이와 함께 2D 애니메이션을 참고한 기법으로 인해 마비노기는 특유의 독특한 느낌으로 현재까지도 생존한 게임이 됐다.

DB 측면에서는 넥슨이 당시 활용하던 둠바스라는 파일기반의 DB 시스템이 있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일을 하다 보니 시행착오도 많았고 속도도 느렸다. 그래서 그는 현 DB 시스템을 밀어붙였고 결과적으로 나중에는 모두가 좋은 선택이라 말했다라고 설명했다.

마비노기의 게임 플레이 기획에는 울티마 온라인의 경험이 반영됐다. 그는 “나름의 법칙이 있는 실재하는 듯한 세계를 만들고자 했다”며, “하지만 울티마 온라인은 불친절한 게임이었기에, ‘게임이 좀더 다정할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을 시작으로 마비노기를 개발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마비노기는 동물이나 아이가 많이 등장하고, 유저를 도와주는 친절한 조력자인 ‘나오’가 등장한다. 캠프파이어와 캠프쉐어링을 통해 작은 것을 나누는 것부터 게임이 시작되기도 한다. 여러 요소들로 따뜻하고 다정한 이미지를 게임 내에 각인 시킨 것이다.    

전투는 ‘가위바위보식’ 전투로 기획했다. 대전 게임과 같이 상성과 심리전을 기반으로 디자인했고, 이를 통한 차별화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그는 “수백 시간 플레이 하는 온라인게임에서는 피로하다는 문제가 있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스토리는 처음 기획단계부터 큰 줄기를 잡았다. 그는 “게임 세계는 낙원이고, 낙원이라고 생각했던 세계는 현실이라고 정했다”라며, 캐릭터는 플레이어의 분신이므로 불사신이라는 스토리를 처음부터 넣었다고 덧붙였다.

컷씬과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스토리를 잘 풀어냈지만 G3(마비노기 챕터) 이후에는 연출에 힘듦을 느껴 그 업데이트를 중단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작곡과 연주, 아바타와의 일체감 등 김 프로듀서의 고집은 게임 내에 표현됐다. 특히 작곡과 연주의 한 요소인 ‘합주’는 유저가 직접 만들어낸 콘텐츠라며 만족스러움을 드러냈다.

나오와 함께 마비노기의 간판 캐릭터인 ‘로나와 판’은 김 프로듀서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들이다. 캐릭터의 디자인과 대본까지 그가 직접 제작에 참여했으며, 이는 게임 캐릭터를 이용한 최초의 TV 연재 방송으로 온게임넷을 통해 방영되기도 했다.

현재 마비노기는 넥슨 라이브 본부로 이관되어 데브캣 스튜디오에서는 업데이트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그는 “G3가 마감될 때쯤 참가한 오프라인 유저 간담회에서, 세계를 만드는 것과 유지하는 것은 다르다고 느꼈다”며, 이를 기점으로 마비노기 개발 일선에서 손을 뗐다.

그렇다면 과거를 지나 현재, 그리고 미래의 마비노기는 어떨까? 김 프로듀서는 현재 데브캣 스튜디오에서 개발하고 있는 마비노기 모바일에 대해 “마비노기 모바일의 개발은 과거의 마비노기를 미래로 전해주는 작업이다”라며, “과거의 마비노기가 현재까지 이어지듯, 마비노기 모바일이 미래로 연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연 막바지. 그는 앞서 언급한 ‘과거’에 대해 “과거 이야기를 해야 하는 이유는 미래를 위해서다”라며, “한국 게임이 변화가 없는 이유는 과거가 너무 빨리 유실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여러분의 기억, 경험들을 기록하고 나누는 것이 더 나은 게임을 만드는 방법일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김 프로듀서는 마비노기 개발 완수보고서를 보여주며, 타 게임사들도 이러한 완전한 포멧의 개발 완수 보고서를 만들어보는 것을 권장했다. 과거의 이야기를 보전해 미래로 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저도 현재 열심히 미래를 위해 선을 이어나가고 있다. 여러분도 과거의 게임이라는 점을, 각각 이어 미래의 선으로 이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라며 강연을 끝마쳤다.

정진성 기자  js4210@gamep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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