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학교 정의준 교수이 말하는 청소년 게임 과몰입

[게임플] ABC, CNN 등의 해외 미디어에서는 한국과 중국의 청소년들이 게임 중독에 빠져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같은 시기를 보내는 미국과 유럽의 청소년들은 그러한 경향이 강하지 않은데, 왜 그런 현상이 발생하는 걸까?

건국대학교 정의준 교수는 이에 대해 게임 자체가 문제가 아닌 한국과 중국의 사회문화적 특성을 문제로 꼽았다. 즉 입시 경쟁이 치열한 두 국가의 청소년들이 그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오늘(25일) 경기도 성남시 넥슨 판교 사옥에서 진행되고 있는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 2019)에서 정 교수는 ‘4년 간의 여정 – 청소년과 게임에 대한 2천가지 기록’을 주제로 강연대에 올랐다.

정 교수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청소년 2천 명을 대상으로 게임 과몰입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결과적으로는 매년 50~60%의 게임 과몰입 집단에 속한 청소년들이 일반 집단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정 교수는 설명했다.

중요한 것은 이 청소년들에게 특별한 조치가 없었다는 것이다. 5년 간 게임 과몰입군을 유지한 청소년은 단 11명(1.4%)에 불과했다. 이에 정 교수는 여기에 미치는 변인이 무엇일지에 대해 알아봤다.

그는 “이러한 변화를 이끄는 변수에 ‘게임’ 자체는 없었다”며, “부모의 심리적 요인이 자녀의 심리적 특성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밝혔다. 즉 부모의 자기통제력, 고독, 행복, 우울과 같은 지수가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나타난 연구 결과에서 청소년은 부모의 심리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부모의 자기통제력이 낮아지면, 자녀도 함께 낮아지며 고독과 우울 등 심리적 불안이 있다면 자녀도 함께 불안해하는 모습이었다.

위 요인들로 인해 청소년들의 게임 과몰입 지수가 높아진 반면, 부모의 관리 감독과 함께 많은 대화가 병행된다면 게임 과몰입 지수는 낮아지는 모습이었다.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부모의 심리적, 환경적 요인이 자녀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더불어 자녀의 학업 성취에 대한 기대, 간섭 등도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인과 관계 모델로 보자면 크게 병리적 문제와 인지적 문제로 나뉜다고 정 교수는 말했다. 병리적 문제는 게임 자체를 원인으로, 인지적 문제는 자기 통제와 사회 심리적 요소를 원인으로 보는 모델이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지난 5년 동안 자기 통제력이 더 많은 영향을 줬음을 알 수 있다. 게임 이용량 자체는 영향력이 낮았으며, 심지어 연구 5년 차의 기록에서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

정 교수는 “자기 통제력이 높은 청소년일수록 게임 과몰입 지수가 낮았다”며, “이러한 자기 통제력에 영향을 주는 것은 학업 스트레스다”라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변인들과 함께 정 교수가 보인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부모의 과잉 기대, 간섭 등이 높을수록 학업 스트레스가 높아졌으며, 학업 스트레스가 높을수록 청소년이 게임에 빠져들어 과몰입군에 속하게 됐다.

결국 게임 과몰입의 가장 주된 영향은 게임 그 자체보다는 부모의 양육태도와 학업스트레스, 자기통제력 등의 사회심리적 환경에 기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고 정 교수는 설명했다. 이는 게임 과몰입군 청소년이 아닌 일반군 청소년들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한국과 중국의 청소년들이 특히나 게임 과몰입 지수가 높은 이유는 이 같은 결과로 설명이 가능하다.

즉 치열한 입시 경쟁이라는 문화적 요인이 있는 한국과 중국의 청소년들이 게임이라는 매개체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북미와 유럽에서는 학업 스트레스가 없기 때문에 게임 과몰입 지수가 낮다고 볼 수 있다.

정 교수는 “변화무쌍한 청소년 시기라는 점도 고려를 해야 한다”며, “이러한 사회문화적, 심리적 문제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게임이라는 요소가 없더라도 새로운 문제나 갈등이 양산될 것이다”라고 말하며 강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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