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 에픽, 블리자드, 유비소프트 등 각자 노림수 준비

[게임플] 밸브의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은 전세계 PC게임 시장에서 가장 거대한 규모를 지닌 생태계다. 서비스 초기에 불안정함 때문에 시기상조라는 평을 받기도 했으나, 네트워크 기술의 발전과 밸브의 자체적인 개발력 발전이 맞물려 초가삼간 같았던 스팀은 하나의 성과 같은 존재가 됐다.
 
많은 게임사들이 이 성 안에 자리하기를 원했고, 스팀은 기꺼이 그들에게 성의 한 자리를 내줬다. 매출의 30%를 세금으로 걷는 조건으로. 이러한 스팀의 수수료 정책은 약 15년 간 이어졌다. 이는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자신이 거둔 매출 1/3을 기꺼이 내주고라도 스팀에 들어가기 원하는 게임사가 많았다는 의미다. 
 
이렇게 견고하던 게임 온라인 유통 플랫폼 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밸브가 직접 수수료 인하 의사를 밝힌 것이다.
 
스팀은 지난 12월 1일 스팀 수수료를 매출 대비 30%에서 매출에 비례해 20~25%로 하향했다. 게임, DLC, 게임 내 판매 및 커뮤니티 마켓 수수료를 포함하여 1,000만 달러(한화 약 111억 3천만 원)을 달성할 시에는 75%대 25%로 조정되며, 5,000만 달러(한화 약 556억 4천만 원)의 수익을 달성하면 수익 분배율은 80%대 20%까지 조정된다. 
 
스팀이 이렇게 수수료를 하향한 것은 스팀에 대한 게임사들의 의존도가 과거에 비해 다소 낮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올해는 포트나이트, 어쌔신크리드 오딧세이, 콜오브듀티: 블랙옵스4 등 스팀 영향력을 벗어나 개발사 자체 플랫폼을 통해 출시되어 성공을 거둔 게임이 부쩍 늘어났다. 스팀을 배제한 게임 흥행공식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게임사들이 자사 유통 플랫폼의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공격적 행보에 돌입한 것도 스팀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에픽게임즈는 포트나이트의 PC버전과 모바일 버전 모두 자사 플랫폼을 통해 유통하기 시작했다. 에픽게임즈 플랫폼 이용 시 수수료를 12%만 부과하고, 자사의 게임개발 엔진인 언리얼엔진4 사용 기업에게 5%의 요금 감면 혜택을 제공하는 공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포트나이트의 성과를 통해 콘텐츠, 플랫폼, 엔진 등 게임과 연관된 분야를 모두 아우를 심산이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는 배틀넷에 자사 게임 뿐만 아니라 자회사인 액티비전의 게임도 선보이기 시작했다. 콜오브듀티: 블랙옵스4의 성공에는 널리 퍼진 배틀넷의 저변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이제는 하나의 게임이 흥행하면 단순히 게임 콘텐츠 관련 매출만 높아지는 아니라 게임이 속한 플랫폼의 인지도를 높이고, 이용자를 늘리는 역할까지 하는 시대가 됐다. 
 
스마일게이트의 플랫폼 스토브 역시 이런 순환구조 아래에서 그 영향력을 높이고 있는 대표적 플랫폼이다. 로스트아크의 성공으로 스토브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해외에 로스트아크가 출시되면 스토브의 글로벌 입지가 커질 것으로 기대하는 여론이 많아진 것은 이미 이를 증명하는 사례가 시장에 잔뜩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렇게 '게임의 흥행이 플랫폼을 견인하는' 모습은 스팀 플랫폼의 주인인 밸브의 약점이다. 도타2를 보유하고 있지만 밸브는 최근 몇년간 온라인 TCG 아티펙트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신작 개발 소식을 전혀 전하지 못해 '플랫폼 견인 타이틀'을 확보하지 못 했다. 어떤 면에서는 경쟁자들이 발전하는 사이 답보상태에 빠져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스팀이 온라인 유통 플랫폼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후발주자들이 부쩍 상승세를 타고 있다지만 스팀의 입지가 하루 아침에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류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이런 흐름에 따르지 못한다면 스팀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과연 2019년에도 스팀이 제왕적 입지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후발주자들의 성장으로 플랫폼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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