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라 미숙한점 다수, 인식 개선에는 충분

 아시안게임 e스포츠 리그오브레전드 국가 대표 선수들(사진=스포티비게임즈 공식 페이스북)
 정진성 기자

[게임플]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e스포츠 종목에 출전한 대한민국 국가 대표 선수들의 경기가 어제(30일)부로 모두 끝났다. 리그오브레전드 종목에서는 은메달을, 스타크래프트2 종목에서는 금메달을 기록했다.

메달의 색깔, 획득을 떠나 이번 e스포츠 경기는 많은 것을 시사했다. 첫 시도에서 드러난 많은 개선점들, 그리고 한 편으로는 바로 ‘게임’에 대한 인식 변화를 주도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으로 인해 e스포츠는 최초로 지상파에서 중계됐다. SBS, KBS가 그 주축에 섰으며, MBC에서도 잠시나마 그 대열에 합류했다.

SBS는 아프리카TV와 협업해 리그오브레전드 한국 조별리그 경기와 결승전을 중계했으며, KBS는 자사 어플리케이션인 My K를 통해 한국의 리그오브레전드 경기와 더불어 스타크래프트2까지 모든 경기를 중계했다. 주요 경기는 각 채널에서 생중계됐다.

아시안게임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언론, 방송사들은 너도나도 나서 e스포츠를 홍보했다. ‘페이커’ 이상혁을 알렸으며, 그간 e스포츠가 걸어온 길을 대중에게 알렸다.

그저 ‘게임’이라 여겨졌던 e스포츠가 이를 통해 대중에게 다가갔다. e스포츠를 보는 이들 만이 찾아보던 케이블 채널, 인터넷 방송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시청하는 지상파 채널에 중계되면서 시청 폭은 조금이나마 넓어졌다.

1969년 7월, 처음으로 달에 착륙해 그 발자국을 새겼던 닐 암스트롱(Neil Armstrong)이 “한 사람에게는 단지 조그만 한 발짝에 불과하지만, 전 인류에게는 하나의 큰 도약이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이 또한 그 ‘한 발짝’이라 말할 수 있다. 일부 경기의 중계였고 편성 시간의 제한, 통신 문제 등으로 인해 중계가 중단되기도 했지만, 이는 큰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스타크래프트2 부문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마루' 조성주 선수 (사진= 한국e스포츠협회)

피아노, 태권도, 미술 등 다양한 예체능을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는 부모들은 많다. 자신의 자식들의 재능을 발굴해 내기 위함도 있지만, 그저 어린 시절의 다양한 경험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다수다.

하지만 게임은 늘 기피 대상이었다. 아이들이 PC방이라도 가려고 하면 막아섰고, 집에서 즐기더라도 한정된 시간만을 허락했다. 일부 극성적인 부모들은 아예 금지를 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한 ‘한 발짝’으로 이러한 인식의 개선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각종 언론들이 ‘페이커’ 이상혁을 양지로 드러냈 듯 이제는 프로게이머, 즉 e스포츠 선수도 하나의 ‘당당한’ 직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실제로 국내에는 적지만 게임 학원, 게임 아카데미 등 게임의 개발, 기획 등 플레이 외적인 분야가 아닌 게임 플레이을 ‘잘하도록’ 가르치는 곳이 존재한다. 다만 “게임을 배우면서까지 해야 하나”라는 인식이 아직까진 팽패하기에 외면 받고 있다.

하지만 만약 이번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좀더 나아갈 수만 있다면, 게임도 하나의 스포츠, 그리고 직업의 한 수단으로 인정받아 활성화될 여지는 충분하다.

물론 아직 가야할 길은 멀고도 멀다. 규격이 갖춰진, 그리고 대형 국제 스포츠 대회인 아시안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시범 종목이라는 타이틀 때문인지, 환경은 다소 열악하고 운영에는 실수가 많았다.

출전한 선수들은 식사가 철저히 제한되어 지급되는 식사만을 할 수밖에 없었는 데도 불구. 식빵 몇 조각과 물 만을 먹어야 했고, 메인 스테이지를 제외한 경기장은 매우 협소하고 열악했다. 그마저도 2스테이지와 3스테이지에는 그 흔한 중계 카메라 하나 들어가지 않았다.

메인 스테이지에도 문제는 빈번히 발생했다. 서버상 문제, 통신상 문제가 벌어졌으며, 이로 인해 방송사들이 중계를 중단하기도 했다. 아시안게임 조직위의 ‘예고 없는’ 경기 시간 변경으로 인해 중계 자체를 못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하지만 ‘처음’이기에 수용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 시범 종목으로 채택했다지만, 지금까지의 스포츠와는 그 궤를 달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장과 장비의 준비만이 아닌 각종 서버 상황까지 체크해야 하는 점은 기존 스포츠 대회를 준비하던 이들에게는 다소 낯설게 다가올 수 있다.

문제는 다음이다.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정식’ 종목인 e스포츠다. 세부 종목의 변화는 있겠으나, 이번 아시안게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4년이란 시간은 그러한 개선을 취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며, ‘정식’과 ‘시범’이 지니는 의미는 분명히 다르다.

바둑이 스포츠로 자리 잡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물론 현재도 갑론을박, 스포츠냐 아니냐에 대한 의견이 오가고 있지만 분명 바둑은 지금 하나의 스포츠다.  

급해선 안되지만 지진부진 해서도 안된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라’라는 말처럼, 지금이 그 노를 서서히 저어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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