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성적인 이벤트를 그리워 할 일이 있을까

[게임플] 추석하면 성룡이 떠오르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오래된 이야기도 아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추석이면 자연스레 방송 3사 중 어느 한 곳에서는 성룡 영화를 방영하기 마련이었다. 

이런 성룡 영화를 눈에 불을 켜고 보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영화가 재미없어서라기보다는 그만큼 많이 방영됐기에 내용과 장면이 익숙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럼에도 프로젝트A에서 성룡이 시계탑 꼭대기에서 맨몸으로 떨어지는 장면이나 폴리스스토리에서 백화점 샹들리에를 맨몸으로 타고 내려오는 장면에는 눈길이 갈 수 밖에 없었지만.

하지만 친숙한 '한국 최대 명절을 상징하는 외국인'인 성룡도 언제부터인가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성룡을 영화에서 보는 것보다 뉴스에서 보는 일이 많아지는 시대가 오면서 자연스레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

성룡이 텔레비전에 나오지 않는 것을 제하더라도 추석 분위기는 과거와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변했다. 명절 문화를 바꿔야한다는 지적은 이제 추석 연휴 전후로 각종 미디어에서 꾸준히 흘러나오며, '달라진 추석 풍경'이라며 공항 국제선 터미널을 비춰주던 뉴스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제는 이런 풍경이 추석의 기본값이 됐다는 의미일 것이다.

허나 국내 게임시장의 추석 풍경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듯 하다. 각 게임사는 자사에서 서비스 중인 게임에 추석을 맞아 이벤트를 실시한다. 게임들은 유저들에게 더 많은 경험치를 제공하고, 재료를 모아 송편을 만들도록 유도한다. 몬스터는 송편을 떨구며 쓰러진다. 전통적인 한국 온라인, 모바일게임의 추석 풍경이다.

이런 추석 이벤트를 바라보고 있으면 '관성적으로 열리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매년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이벤트가 진행되는데다가, 각 게임마다 이렇다 할 차이점도 부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저들의 반응 역시 기자와 별 다를 바 없다. 자신이 즐기는 게임에서 이득을 얻을 수 있으니 추석 이벤트를 꺼릴 이유는 없지만 이벤트 자체에서 재미를 느끼는 이들은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유저들의 눈높이는 과거와는 비할 수 없이 높아졌다. 단지 게임성에 대한 기준만 높아진 것이 아니라, 게임의 운영 방침과 게임에 불어넣는 운영진, 개발진의 센스에 대한 평가도 까다롭게 하는 요즘이다. 이런 유저들에게 관성적으로 펼쳐지는 이벤트가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시간이 오랜 지난 지금도 추석이 되면 성룡을 그리워하는 요즘이다. 하지만 이런 관성적인 추석 이벤트는 앞으로 시간이 한참 더 지나더라도 그리울 일이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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