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낯선 VR, 높은 가격도 한몫

정진성 기자

[게임플] 1980년대만 해도 텔레비전(TV)은 ‘재산 목록 1호’였다. 결혼을 해 살림을 꾸릴 때도 TV를 혼수목록에 둔다면 ‘잘사는 집이네’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다. 이후 흑백 TV를 거쳐 컬러 TV까지 대중화를 이뤘고, 이제 TV는 결코 낯설지 않은 물건이 됐다.

1990년대에는 컴퓨터(PC)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당시에는 가정용 PC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한 시대였으며, 딱히 컴퓨터가 있다고 해도 인터넷이 활성화되지 않았기에 큰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갖추지 않은 집이 다수였다.

하지만 10년도 채되지 않아 PC는 앞서 언급한 TV와 같이 가정에서 없어서는 안될 물건이 됐고, 이후 온라인게임의 발달과 더불어 PC방 사업도 함께 성장하는 등 여러가지 면에서 PC 또한 자연스럽게 우리 일상에 자리잡았다.

지금은 당연시되는 물건들이 도입 당시에는 낯선 경우가 많았다. 현재로서는 VR이 바로 그런 위치에 자리해 있다. 좁은 사용 범위, 높은 가격은 사람들에게 거리감을 두게 했고 현재로서 VR은 그저 ‘애물단지’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최근 게임을 이용해 본 응답자들을 대상으로 ‘VR게임을 이용해 본 경험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한 결과, 전체의 16.3%만이 ‘경험이 있다’라는 답변을 했다. 게다가 VR게임 경험자임에도 ‘이용하거나 체험할 수 있는 VR 콘텐츠의 양이 적다’, ‘VR게임에 관한 정보는 믿을 수 없다’ 등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높은 가격도 VR을 쉽게 접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가장 저렴하다 평가받는 소니의 PSVR의 가격은 약 33만원 가량이며 오큘러스 리프트는 약 44만원, HTC 바이브의 경우 56만원에 육박한다.

물론 최근 가정용 PC의 가격을 생각하면 크게 비싸지는 않으나, 그 활용도와 VR기기 단일로만 사용이 불가능하단 점을 감안해보면 결코 저렴하지 않다. 그리고 PC는 그 가격이 비싸더라도 국내에 발달해 있는 PC방에서 다소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이 가능하지만, VR의 경우 VR방, 테마파크 등을 이용하는 가격조차 비싼 경우가 허다하다.

개인 사업자, 관련 부처부터 크게는 국가까지. VR 관련 사업을 확장하고 대중화하려는 움직임은 다양하다. 게임, 의료, 군사, 교육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VR을 연구 개발하고 있으며, 이를 상용화 하기위한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어제(5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코리아VR 페스티벌(KVRF)에서 KT VR 사업 팀의 이영호 팀장은 “5G를 상용화하고 발전시키는 것에 VR은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 중 게임이 가장 접하기 쉬운 콘텐츠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KT는 현재 네오라마와 함께 VR게임인 태권브이 리얼리티 개발을 위한 협업을 진행 중에 있다.

KT뿐만 아니라 SKT, CJ 등 다양한 기업들이 자사가 지닌 VR 기술력을 자랑하기 위해 KVRF에 참여했다. 이 페스티벌에는 참관객들도 많았다. 주최 측 자료에 의하면 행사 사전 등록자는 작년 대비 2배를 넘어섰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관심은 단발성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여러 노력들이 더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VR은 ‘이런 행사 아니면 언제 해보겠어?’라는 느낌이 크다. 물론 이러한 행사로 사람들의 이목과 관심을 집중시키는 것 자체는 좋다. 전혀 VR을 경험해보지 못한 이들도 흥미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TV, 컴퓨터가 그랬듯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활용도이다. 아직까지 VR은 걸음마 단계라 볼 수 있으며, 일반인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분야인 것이 사실이다. VR 테마파크, VR방 등도 아직은 낯설고 쉽게 즐기기에는 다소 높은 이용 가격이 사람들의 호기심과 관심을 갉아먹는다.

그저 현실에 근접한 무언가를 보여주는 것에 그치기보다는 실생활에서 불편하지 않고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여러 기업과 부처들이 게임을 그 ‘키’로 선택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분명 TV도 사람들의 환심을 끄는 스포츠, 드라마 등으로 인해 대중화가 이루어졌으며, PC 또한 게임으로 인해 자리 잡을 수 있었다.

TV, PC, 스마트폰 등도 처음엔 낯설었지만 분명 현재는 자연스레 우리네 일상에 스며들었다. VR도 가능할 것이다. 관건은 어떤 방식으로 ‘다가오느냐’이다. 아직까지 우리에게 VR은 다소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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