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 없이 규제 장벽만 높아져.. 게임 산업의 긍정적 발전 위해선 변화 절실해

[게임플 이장혁 기자] '청소년 보호법 제26조(심야시간대의 인터넷게임 제공시간 제한)'의 내용은 이렇다. "인터넷게임의 제공자는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오전 0시부터 오전6시까지 인터넷게임을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일명 '셧다운(Shutdown)제'라고 불리는 이 법은 지난 2011년 11월 20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청소년들이 인터넷게임 과몰입을 막기위해 게임 플레이 제한을 두는 제도다. 국내 게임업체들은 제한 시간동안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게임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된다. 이를 두고 업계는 물론 당사자인 청소년들도 이 법에 대한 반감이 상당히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원래 '청소년 보호'를 명분으로 하다보니 여성가족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콘텐츠가 '게임'이다보니 문화체육관광부도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어 결국 양부처가 제도 시행을 합의하면서 일단락됐다.

셧다운제를 위반하게 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제도 시행 초기 미처 셧다운제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게임업체는 아예 서비스를 종료하기도 했다. 

게임을 사행성 산업으로 보는 시각이 기본바탕이 되면서 청소년 인터넷 게임 중독 예방 및 치료, 재활을 위한 2000억원의 기금을 신설하려고까지 한 전력이 있다. 게임사의 연간 매출액의 1%를 징수하려는 조치에 당시 게임업계는 충격 그 자체였다. '청소년 보호'라는 대전제 앞에 건전 게임을 권장한다거나 게임문화를 발전시키자는 의견는 전혀 온데간데 없는 모습이었다.

정작 청소년을 위해 필요하다고 했지만 그 실효성에는 의문 투성이다. 해외 선진국의 경우 이런 제도 자체가 없거나 혹은 시행했다가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해 폐지한 전력도 있다. 게다가 16세 미만이기 때문에 고등학생의 경우에는 해당사항이 없다. 이게 과연 모든 청소년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셧다운제 실시 이후 게임업계에서는 '이럴 바엔 아예 성인게임만 만들겠다'라는 자조적인 모습도 나왔다. 한 게임은 15세 등급을 받았는데 18세 등급으로 바꾸기 위해 일부러 욕설 및 비속어를 게임에 삽입해 재신청을 하는 웃지못할 상황도 연출된 것. 이후 게임업계는 모바일게임으로 방향을 급선회 한다. 물론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자연스럽게 게임업계도 그쪽으로 이동한 것이겠지만 말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바일게임의 경우에는 2019년까지 셧다운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를 두고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모바일 게임 셧다운제는 근본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맞다"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최근들어 국회 및 정부에서 게임산업진흥을 위해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취임 이후 게임규제개선협의체를 신설했으며 4개 정당 국회의원들은 대한민국게임포럼까지 출범시켰다. 한국e스포츠협회장 출신인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을 비롯, 블루홀 의장인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 그리고 웹젠 최대주주인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게임업계 관련 인사들의 정계 진출도 게임업계 차원에선 게임산업진흥에 기대가 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정작 당사자인 게임업계에서는 이렇다 할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지난 정부와는 달리 분위기는 게임업계에 분명 우호적인데 정작 '총대를 메고' 전쟁에 나서는 모습은 볼 수 없다. 게임업계의 목소리가 이제 나올법도한데 도통 소식이 없는 것. 자칫 그나마 나아진 분위기에서 전면에 나섰다가 괜한 트집을 잡힐 수도 있다는 걱정일까. 과거 영등위 등급심사 관련한 이슈에서는 게임업체 대표들이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등 함께 목소리를 낸 전력이 있었다.

좀 다른 얘기지만 일년에 1백일 이상 한국영화를 의무 상영해야 하는 '스크린쿼터' 축소나 폐지 방침에 맞선 영화인들의 행동은 (밥그릇 싸움이라는 반론도 있었지만) 결국 이해당사자들의 목소리와 행동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에 대한 방증이다. 게임업계의 '한 방'이 아쉬운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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