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플] 세기말(포스트아포칼립스)이란 소재는 게임과 영화에서 오래전부터 꾸준하게 사용된 '단골 소재'다. 소설 ‘On the Beach’ 를 원작으로 한 1959년 영화 ‘그날이 오면’ 부터 2016년 재개봉한 영화 ‘매드맥스’, 게임으로는 ‘폴아웃4’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품에서 세기말의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흥미롭게도 이런 영화나 게임에서 세상에 끔찍한 멸망을 불러오는 원인을 찾다보면 항상 몇 가지 공통된 형태로 나타나는 현상을 볼 수 있는데, 주로 생화학무기, 자연재해, 핵전쟁이다. 

사람들은 언제부터 이런 소재들이 끔찍한 세계 멸망을 가져올 수 있다는 공포감을 가지게 됐을까? 이번 연재에선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인류의 재앙 '생화학 무기'

폭발력이나 운동에너지를 이용한 물리적 살상 대신, 생물학적, 화학적 물질 또는 매개체를 살포하거나 투사하여 적을 살상하기 위한 무기를 총칭하는 말이다. 여기에 핵 혹은 방사능 무기를 더하면 흔히 말하는 화생방(NBC) 물질이 된다.

생물학 무기는 이미 고대시대 부터 사용됐으며 화학무기 또한 고대에서도 사용된 기록이 보이지만 유독한 화학물질이 대량으로 양산되기 시작한 산업시대 이후인 제1차 세계대전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됐다.

‘빈자의 원자폭탄’ 생화학 무기

생화학 무기의 무서움은 핵무기 같은 가공할 파괴력이 아닌, 광범위하고 빠른 전염성과 신체적 파괴, 또한 가시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무엇보다 평범한 민간인들의 경우 생물학 무기가 언제 어디서 생산되고 살포될지 정확한 정보를 접할 일이 없기 때문에 무지로 오는 두려움은 오히려 핵폭탄이나 자연재해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다.

2001년과 2013년에도 미국 상원의원을 노린 독극물 우편테러가 있었다

생화학 무기라고 하면 우리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불과 지난 2001년 미국에서는 탄저균이 우편을 통해 정부와 언론에 배달돼, 집배원을 비롯한 기자, 병원 직원 등 5명이 사망하는 비극이 있었다.

이는 9.11 테러가 일어난 직후 벌어진 일이라, 당시 미국 전역은 생화학 테러의 공포에 휩싸이게 됐고 탄저균은 ‘공포의 백색가루’라는 별명이 붙게 된다. 지난 2015년에는 이런 탄저균이 국내 주한미군의 기지에 불법 반입돼 배양, 실험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공분을 낳았다.

역사 속에서도 생화학무기를 사용한 다수의 예시들이 고대에 기록돼 있다. 기원전 6세기 당시 아시리아인은 정신착란을 일으키는 곰팡이를 모든 성벽에 발랐다는 기록이 있다. 또한 최초의 생물학 무기는 기원전 184년에 한니발 장군에 의해 사용됐다.

카르타고의 장군 한나발은 한니발은 페르가몬 유메네스 왕과의 해전에서 온갖 종류의 독뱀을 가득 넣은 흙 단지를 적국페르가몬의 배에 던져 넣어 승리를 거뒀다. 

이후 인류는 전염성 질병이 집단생활을 하는 군대에 치명적인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질병에 걸린 개체나 열악한 위생 상태를 이용해 적군을 약화시키기 위한 시도들을 전개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죽은 사람이나 동물의 시체를 적군의 우물에 던져 넣는 것과 같은 방법을 사용했다.

1346년 몽골족의 일파인 타타르인들이 흑해 연안의 항구도시인 카파(오늘날 우크라이나의 도시)를 장기간 공격했을 당시 타타르 진영에는 전염병인 페스트가 크게 돌았는데, 이때 타타르인들은 전염병에 죽은 자신의 동료들을 투석기를 이용해 카파 시내 안으로 던져 넣었다는 기록이 있다.

성내로 전파된 페스트는 도시를 쑥밭으로 만들었고, 이 무서운 역질을 피해 본국으로 철수한 이탈리아인들이 상륙한 순서에 따라 메시나, 제노아 등지를 거쳐, 유럽 전역으로 전파되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1347년부터 1351년 사이 유럽에서 2천만명의 희생자를 낸 페스트

제국주의 시대의 영국은 미국의 영토를 넓혀 가는 과정에서 천연두를 무기로 사용했다. 1767년 영국 장군 제프리 암허스트는 프랑스와 함께 저항운동을 펴던 인디언의 대표에게 천연두 환자의 분비물이 묻은 모포를 일부러 선물해 인디언들에게 치명타를 가한 바 있다.

천연두에 고통받는 원주민을 묘사한 판화

현대적 의미의 생화학무기가 최초로 사용된 것은 제1차 세계대전 때이다. 화학무기를 실전에서 사용한 악명 높은 군대는 독일군이다.

1915년 4월22일 독일군은 벨기에 국경의 이쁠전투에서 염소가스를 사용했는데 적군 사상자만 1만5000명에 이르렀다. 1917년에는 영국군을 수포가스로 공격해 1만 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이처럼 제1차 대전 중 200여 회의 화학무기가 사용됐으며 이로 인한 사망자만도 무려 9만 여명에 이른다.

1차 대전 당시 생화학 무기 공격 (이미지 출처= 네셔널지오그래픽)

1차 대전에서 생화학무기가 가져온 참상을 경험한 세계 각국은 1925년 독성물질과 기타 가스, 세균전 등을 금지하는 제네바 의정서를 채택했다.

그러나 이후 벌어진 전쟁에서 간헐적이나마 생화학무기는 꾸준히 모습을 나타냈고 여전히 전 세계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1935∼1936년에 이탈리아가 독립전쟁 시 화학무기를 사용했고, 1937∼1942년, 중·일 전쟁 시 일본은 중국군에게 수포가스를 사용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생화학무기가 사용된 예는 많다. 1979년부터 1981년까지 구 소련군이 아프가니스탄 회교 반군을 향해 무려 47회의 화학공격을 벌여 3000여 명이 사망한 바 있다. 가장 최근의 예로는 1980년부터 8년간 지속된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이라크군이 이란 군에게 화학무기를 사용하여 5만여 명이 사망했다.

생화학 무기가 현실 속의 공포로 등장한 것은 1995년 일본의 옴 진리교에 의해 자행된 사린가스 살포사건부터다. 

옴 진리교 사건 당시 실제 피해 모습 (사진= NHK 방송 캡쳐)

도쿄 중심부의 지하철에서 발생한 이 사건으로 12명이 사망하고 550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빈자의 원자폭탄’이라고도 불리는 생화학무기는 이처럼 소규모 시설을 통해서 값싸고 쉽게 제조할 수 있어 제3세계 국가로까지 널리 확산될 뿐만 아니라 일본 도쿄 사린가스 공격에서 경험한 것처럼 테러리스트 단체에 의해서도 무분별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생화학무기가 사용된다면 희생자는 비단 인간에 머물지 않고, 공격 대상국은 물론 인접국의 자연환경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 전시는 물론 평화 시에도 그 실험, 보유만으로도 갖는 위험도가 주는 공포는 지속되고 있다.

게임과 영화 속에 나타난 생화학 무기의 공포

게임과 영화 속에서도 생화학 무기의 공포를 그려내는 모습은 비슷하다. 전염성으로 인한 통제 불능의 세상과 질병으로 인한 피해자들의 생물학적 변화, 그리고 항상 관련 정보를 은폐하려는 원인 제공자들의 갈등과 기괴하게 변해버린 감염된 인류와 맞서 싸우는 소수의 생존자들이 등장한다.

생물학 무기가 가져올 세기말적 상황을 리얼하게 그려낸 작품은 게임 ‘바이오하자드’와 이를 원작으로 한 영화 ‘레지던트 이블’이 있다.

영화 레지던트 이블 포스터

영화 ‘레지던트 이블’에서는 강력한 부와 권력을 자랑하는 의료기업 엄브렐라가 비밀리에 개발하던 생체 강화 목적의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유포되고 전 세계 인류 대부분은 인간성을 잃은 감염체가 되어 인류 대부분이 좀비의 모습으로 변해간다.

리처드 매드슨의 공포소설, ‘나는 전설이다’를 원작으로 한 71년 개봉한 영화 '오메가맨' 역시 소련과 중간의 전쟁에서 사용된 생화학병기로 인해 변해 버린 인류와 유일한 생존자 간의 사투를 그리고 있다.

이 처럼 생화학 무기의 피해자들은 곧 잘 좀비나 괴물 등의 형태로 그려지고 있다. 실제 탄저균이나 사린 가스 같은 생화학 무기의 피해자들을 보면 참혹하기 그지 없는 모습을 찾아 볼 수 있는데 그런 모습에서 연상된 공포를 표현한 경우가 많다.

생물병기로 인한 세기말의 공포를 다룬 오메가맨

게임 ‘바이오하자드’에서도 역시 몇몇 연구자들의 손으로 시작한 생체 바이러스 연구가 세대를 거듭해오면서 점점 더 강력하고 위험한 결과물을 만들어내지만 광신적인 연구자들은 예상되는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바이러스의 연구를 강행하고 결국 강력한 생체 변형 바이러스는 외부로 유출돼 세계는 절멸의 위기에 처한다.

반복된 역사에서 많은 피해 사례가 있었음에도 아직도 생화학 무기를 포기 못하는 인류도 마찬가지  결과를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바이러스의 공포를 다룬 바이오하자드

2016년 출시된 톰 클랜시의 '더 디비전' 역시 생물학 무기의 공포를 다룬 게임이다. 정체불명의 세력이 블랙프라이데이를 겨냥해 엄청난 치사율과 전염성을 지닌 생물학무기인 통칭 그린 플루를 지폐를 통해 뉴욕 전역으로 퍼트리면서 뉴욕은 무정부 사태에 이르고 감염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돼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정부와 경제가 파괴된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실제 미 국방부의 시뮬레이션을 스토리화 한 더 디비젼

'더 디비전'에서 차용한 설정은 사실 2001년 미국 정부에서 실제로 시행한 바 있는 대 바이오 테러리즘 시뮬레이션 '오퍼레이션 다크 윈터'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더 디비전'에서 등장한 방식의 바이러스 테러가 실제로 미국서 벌어진다면, 백신 부족으로 지역별 폭동이 일어나고 천연두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치료법이 인터넷과 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면서 엄청난 사회적 혼란이 야기된다는 끔찍한 결론을 얻었다고 한다.

가상의 시뮬레이션이지만 내용이지만 이미 신종플루나 메르스로 난리를 치룬 우리나라의 경우 더 심각하게 받아들일 만한 연구 결과라 생각된다. 낙타고기를 먹지 않는 것으로는 이런 생화학 바이러스 테러를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무력함을 상징하는 자연재해

세상을 멸망시킬 위협으로 자주 거론되는 소재로 거대한 자연재해가 있다. 자연재해는 자연 현상으로 인해 인적, 물적 피해를 입는 경우를 뜻한다. 지금이야 자연재해가 일어나는 원인이 밝혀져서 대비책이 어느 정도 세워졌기에 자연재해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현 인류는 이런 폭발적이고 거대한 위력의 자연재해 앞에서 여전히 무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 역사적으로도 지진, 해일과 같은 자연재해는 핵폭탄이나 생물학 무기보다 훨씬 많은 사망자 수를 낼 정도로 강한 파괴력을 자랑하고 있다. 20세기 이후 전 세계에서 자연재해로 800만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21세기 최악의 자연재해로는 2010년 일어난 아이티 대지진이 있다.

아이티 대지진

아이티의 수도인 포르토프랭스 인근 지표면으로부터 발생한 규모 7.0의 지진으로 아이티 대통령궁과 국회의사당을 포함한 포르토프랭스의 주요 건물들이 붕괴했거나 손상됐다. 심지어 교도소까지 무너져 4000명에 이르는 수감자가 탈출해 실제 세기말과 같은 풍경이 연출됐다. 추산 사망자는 31만 6000명으로 이 인구는 아이티 전체 인구의 1/3에 달하는 수치다.

2004년 일어난 인도 쓰나미 사태때는 약 23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인도 쓰나미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부근 인도양에서 진도 9.0의 지진 때문에 발생했으며 이 쓰나미는 인도네시아 뿐 만 아니라 스리랑카, 인도, 태국, 말레이시아, 싱카포르, 소말리아에까지 걸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당시 발생했던 쓰나미는 전 세계 역사상 가장 강력한 쓰나미로 실제 파도의 높이가 100m에 달하기까지 했다.

압도적인 대자연의 공포를 그린 영화와 게임

자연재해는 그 특유의 파괴력과 시각적인 압도 때문에 헐리웃 블록버스터의 단골 소재로 등장한다. 주로 거대한 쓰나미나 지진, 폭풍 같은 대자연 앞에서 한없이 무력해지는 인간의 공포를 담고 있으며 기존의 과학과 기술로는 대처 불가능한 자연재해의 위력을 그리고 있다.

자연재해를 다룬 종합 선물세트 같은 영화로는 '2012'가 있다. ‘2012’는 한때 노스트라다무스, 마야의 달력 등에 근거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던 2012년 세계 멸망설을 기초로 만든 영화다. 영화 ‘2012’에서는 지진부터 쓰나미. 화산 분출까지 온갖 자연재해가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다.

특히 엄청난 크기의 해일에 눈 덮인 에베레스트 산과 브라질의 랜드마크인 예수상이 잠겨가는 씬은 자연재해의 위력을 충분히 보여주고도 남는다.

보통의 자연재해 영화가 인간의 동지애와 인류애로 결국 위기가 극복되고 해피엔딩을 맞는데 반해 영화 '2012'에서는 노아의 방주라 불리는 거대한 배에 탑승한 소수의 생존자만이 살아남아 인류의 명맥을 잇는 결말을 보여줬다.

2006년 국내 개봉한 영화 ‘일본 침몰’ 또한 전 세계의 멸망은 아니지만 진도 10의 대지진으로 인해 일본 열도 전체가 침몰한다는 충격적인 내용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다.

일본 침몰

지진으로 인해 일본의 수도 도쿄가 처참히 박살나는 모습이나 도쿄타워와 롯봇기 힐즈같은 일본의 상징적인 장소들이 거대한 해일에 무참히 삼켜지는 장면은 매우 충격적이다. 심지어 후지산이 폭발하며 일본의 총리가 타고 가던 비행기가 추락하는 모습까지 나온다.

자연재해의 모습 뿐 아니라 극중에서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나 먼저 살자고 도망부터 치는 일본 수뇌부들의 모습은 극한의 자연재해에서 인간의 비열함과 나약함을 절실히 보여주고 있다.

자연재해의 공포를 다룬 게임으로는 ‘아이엠 얼라이브’와 ‘절체절명의 도시’가 대표적이다.

2002년 처음 발매된 ‘절체절명의 도시’는 콘솔 게임 중 최초로 오로지 "재해 환경 속에서 생존한다"는 것만을 내세운 생존게임이었고, 안 그래도 지진이 빈번히 일어나는 일본에서 발매하였기 때문에 북미 쪽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절체절명 도시 1’의 경우 지진으로 인해 인공섬이라는 외딴 공간에 갇힌 주인공의 탈출기를 그리고 있는데 일본의 방재 전문 저널리스트의 감수까지 받아 제작된 게임으로 지진으로 인한 재난상황의 도시를 실제와 유사하게 구현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한 실제 게임 스토리 상에서 입수하는 재난 메뉴얼들은 실제 위기 상황을 대비하는 지침으로도 사용할 정도로 자세하다.

'절체절명도시 1'은 재해현장에서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위험에 대한 공포나 경각심을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게임의 주인공은 극한의 재난상황에 처해 있는 완전히 평범한 일반인으로 설정되어 있어 극한의 상황에 대한 몰입이 배가 되고 있다.

주위의 모든 것이 위험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재해 상황 속에서 마주치는 많은 것을 조심해야 한다. 여진이 올 때 아무생각 없이 걷게 되면 균형을 잃고 조작 캐릭터가 쓰러지고 대미지를 입기 때문에, 일단 행동을 멈추고 지면에 최대한 밀착하여 자세를 유지하는 버티기를 해야 하며, 떨어지는 바위에 맞으면 즉사,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도 즉사하기 때문에 다른 게임에서의 간단한 위험 요소도 이 게임에서는 엄청난 위협으로 느껴지곤 한다.

특히 특정 위험 포인트에서는 갑작스레 다리가 무너지거나 건물이 무너지고, 폭발이 일어나는 등 한 번의 잘못된 선택이나 조작이 죽음으로 이어지는 연출 등은 재난 상황에 실제감을 높이고 있다.

절체절명4의 게임 화면

특히 절체절명도시 3편에서 등장하는 게임 상의 지진의 날짜와 강도가 실제 2011년 3월 일어난 진도 9.0의 일본 도호쿠 대지진의 모습과 너무 흡사하게 그려져 더욱 화제가 됐다.

그러나 18,182명이 사망할 정도로 큰 재앙이었던 도호쿠 대지진의 피해와 그로 고통 받을 재해민들을 생각해서인지 후속편은 개발이 취소되었다가 2014년 다른 개발사에 판권이 넘어가며 다시 부활을 예고했다.

‘아이엠 얼라이브’는 10.3 강도의 지진으로 인해 아비규환이 된 시카고가 배경이며 지진 속에서 행방불명 된 딸과 아내를 찾아 나선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렸다.

먼지로 인해 사방이 제한된 시야나 유독가스, 극한 상황에서 마주치는 위협적인 NPC들은 자연재해로 인한 극단의 상황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 게임에서는 재난상황에서 마주치는 NPC를 어떻게 잘 다루느냐가 중요한 요소다.

유저가 살아남을 유일한 희망은 생존자들을 모아 구조대의 관심을 끌만한 집단을 형성하는 것으로 플레이어는 생존자들을 모아 통솔하고, 음식, 물을 노리는 습격자들의 공격을 막아내며 7일을 버텨내야 한다.

이런 갈등상황도 발생한다

또한 재난으로 파괴된 험준한 지형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벽을 등반하거나 빌딩에서 미끄러져 내려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제 재난 상황과 같이 항상 스테미너와 체력 게이지를 잘 관리해야 한다.

제대로 된 길을 찾기 어렵다

걷기를 제외하고 주인공의 모든 행동(빨리 뛰기, 벽 오르기, 난간에 매달리기 등)은 스태미너 게이지를 소비하는데, 만약 스태미나가 없는 상태에서 행동을 강행하면 움직임이 더디고 체력이 지속해서 줄어들게 되니 철저한 계산과 관리가 필요하다.

스태미나 회복은 캐릭터 이동이 없는 상태에서의 자동 회복을 빼면, 물과 구급약 그리고 음식 등 체력 효과도 겸한 소비용 아이템으로만 가능하다. 때문에 유저는 ‘지금 이 아이템을 사용해야 하는가’에 대해 항상 고민해야 한다. 진정한 재난 속에 생존법을 고민하게 하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버튼 하나로 벌어질 최악의 참사. 핵전쟁

핵전쟁은 기존의 많은 영화와 게임 등의 매체에서 익숙하게 접할 수 있지만, 어찌 보면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가장 피부로 와닿지 않는 공포라 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실제 역사 속에서는 아직까지 핵전쟁이 일어난 기록이 없다. 만약 핵전쟁이 일어났다면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을 수도 없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과거 1940년대 냉전 시대 때만 해도 언제 핵전쟁이 시작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 많았다. 이른바 ‘우발적 핵전쟁’이라 불리는 이 상황은 컴퓨터 센서 혹은 프로그램의 자체 오류나 관리자의 부주의로 적국이 핵공격을 시도했다고 착각하고, 그 보복으로 핵무기를 사용해서 핵전쟁이 시작되는 것을 의미한다.

말 그대로 한 순간의 착오나 실수로 지구의 종말을 가져올 뻔 했던 장면이 냉전 기간인 50년간 약 150번이 넘게 일어났다고 한다.

1956년 냉전시대 당시 미국이 핵 미사일 투하를 고려했던 장소들

미국의 경우 외부로부터의 핵공격을 알리는 조기경보장치는 아주 사소한 징조도 감지할 수 있을 만큼 거의 완벽에 가깝기 때문에 하루에도 서너 번씩 잘못 울리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1979년부터 1984년 사이의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매년 평균 2천6백회의 비상을 알리는 경보가 발동됐다고 한다. 물론 대부분은 그 원인이 쉽게 판명됐지만 1백 여회 정도는 정밀분석을 요구했다. 그중 한두 번 정도는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까지 전개된 경우가 있다.

1980년의 경우 불량 컴퓨터칩이 말썽을 일으켰고 이때 잘못 울려진 비상경보로 인해 초비상사태로까지 이른 경우도 있다. 당시 관련당국은 긴급 비상체제에 돌입했으며 원인이 규명된 후에는 담당자의 책임을 물어 다음날 바로 해직 조치했다고 한다.

인류가 핵무기를 보유하고 관리한 역사가 이제 50년이 다 됐지만 아직까지 한 번도 의도되지 않은 대형 사고나 핵전쟁은 다행히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핵무기 관리와 통제가 완벽하기 때문에 우발적인 핵전쟁이 일어날 위험이 전혀 없다고 단언하기란 극히 어렵다.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부문에서도 체르노빌원전 사고나 드리마일 원전사고 등 대형사고가 인간의 실수로 인해 일어났음을 볼 때 인간의 실수에 기인한 핵전쟁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영화 디바이드의 핵폭발 장면

핵무기 실제 발사가 쉬운가?

미국 소련 등 핵강대국들은 이러한 우발적 핵전쟁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우선 핵무기를 쏘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일반이 염려하는 것처럼 한 두 사람이 임의적으로 핵무기를 발사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돼 있다.

미소 모두 핵무기를 발사하려면 여러 가지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대통령과 국가최고의사결정기구를 통한 핵공격을 알리는 암호의 '개봉'과 발사명령의 지시 전달체제다. 

90년대 러시아는 이런 소형 핵가방을 보유하기도 했다

흔히들 '핵가방'이라 부르는, 대통령이 직접 들고 다니는 검은 가방은 바로 이 '암호'와 관계된 가방인데 미소 모두 이 암호를 독립적으로 분산 전달하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핵 기지의 종사자가 이 지시된 암호들을 대조한 뒤 복수의 열쇠를 작동하도록 돼 있다.

완전한 멸망과 비인간화, 핵전쟁 이후의 세계를 다룬 영화와 게임

미국 ABC 방송국에서 1983년 만든 영화 ‘그날 이후’는 역사상 핵전쟁을 소재로 한 최초의 영화다.

최초의 핵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 그날 이후

1960년대 영국에서 나온 페이크 다큐멘터리 "전쟁 게임"이후 나온 핵전쟁 영화 걸작으로서 당시로서는 매우 이례적으로 핵전쟁이 벌어지는 과정과 그것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를 현실적으로 묘사해 냉전 당시의 긴장 속에서 살던 사람들에게 많은 충격을 준 것으로 유명하다. 

영화 속에서 소련과 NATO군의 갈등으로 벌어진 핵전쟁은 미소 양국의 핵전쟁으로 불거지고 결국 휴전이 선포되지만 이미 두 나라 다 방사능에 오염되고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뒤다.

캔자스에 핵폭탄 두 발이 떨어지는 장면이 특히 유명하다. 지금 보면 조악한 특수효과와 기록 영상들을 합친 것이지만 당시로서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첫 방송 때 미 전역에서 1억 명이 시청했으며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도 감상 후 매우 우울해졌다고 소감을 남겼다. 영화의 직접적 영향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후 레이건은 소련과의 핵 감축 협정을 맺게 된다.

이 영화에는 영웅적인 등장인물이 따로 등장하지 않으며 방사능 낙진과 광기에 빠진 사람들로 인해 서서히 그리고 비참하게 죽어가는 인물들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최근 재개봉한 ‘매드맥스’ 또한 핵전쟁으로 적당히 멸망한 근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핵전쟁 이후의 광기의 세상을 시타델이라는 공간에 그려냈다. 시타델은 모든 것이 황폐화 되어버린 지구에서 몇 안 되는 사람이 모여 있는 도시로, 독재자 임모탄이 물을 비롯한 모든 물자를 독차지하고 있으며 자신의 자손들만을 신인류로 인정하고 다른 생존자들을 무자비하게 착취하고 지배하는 모습이 나온다.

이게 미래 인류의 모습이라니

임모탄이 만들어 놓은 야만스럽기 그지없는 부족 문화와 고철로 만든 차량 등은 애써 이룬 문명을 한 순간에 잃은 인류의 처참한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1997년 처음 출시되어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폴아웃’ 시리즈 역시 핵전쟁으로 인한 아포칼립스를 다룬 대표적인 게임이다. 자원이 고갈되고 있는 지구. 자원이 없는 대부분의 국가는 이미 파산했고 강대국 중심으로 인류는 본격적인 자원 전쟁을 시작하고. 결국 국가 간의 심화 경쟁은 핵전쟁이라는 비참한 결말로 치닫고 일부 생존자들은 미리 준비돼있던 볼트를 통해 살아남게 된다.

방사능으로 돌연변이가 된 인류
 

방사능에 노출된 인간과 동물들은 돌연변이나 괴물이 되었고 부족한 자원으로 인해 도둑과 강도들이 날뛰는 희망이 없는 세상은 핵 전쟁 이후의 세계가 어떤 끔찍한 모습을 하고 있을지 짐작해 볼 수 있게 한다.

인기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메트로 2033' 시리즈도 핵전쟁 이후의 비참한 인류의 삶을 리얼하게 그려낸다.

지하로 내려간 인류의 생활은 비참하기 그지 없다

시대적 배경은 2030년대 러시아로. 세계는 핵전쟁과 생화학전으로 완전히 파괴되었고 지상은 방사선으로 인해 인간이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상태다 겨우 살아남은 인간들은 어쩔 수 없이 지하로 숨어들었고 중심부인 러시아 모스크바 역을 중심으로 작은 도시국가들을 형성하게 된다. 처참한 지하 생활을 하는 가운데서도 인류는 공산주의, 파시즘, 경제무역 국가 등으로 나뉘어 또 다시 갈등과 전쟁을 이어나가는 한심한 모습을 보여준다.

인류를 기다리는 2033년의 미래

영원히 끝나지 않는 인류의 갈등과 방사능의 영향으로 탄생한 끔찍한 괴생물체들, 낙진으로 지옥이 돼버린 지상 세계 등 핵전쟁으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악몽들을 이 게임은 생생하게 그려냈다.

인류의 멸망이라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매체에서 활용돼 인기를 얻는 소재이기도 한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잠재의식 속에 인류가 언젠가는 맞이하게 될 종말에 대한 두려움과 호기심이 함께 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황폐해지고 뒤틀려버린 세기말의 기이한 풍경을 담은 게임들은 호러 게임과는 또 다른 몰입도와 진지함, 공포감을 제공한다. 또한 그 속에서 만나게 되는 각양각색의 인간 군상들을 통해 우리는 무너진 세계 속에 살아가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수많은 역경을 딛고 영광스런 생존자들과 함께 결국 망가져 가는 세계를 복원했을 때의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통쾌함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진짜 미래의 현실에서 맞을 인류의 종말은 게임이나 영화의 그것보다 훨씬 더 끔찍하게 끝날 가능성이 높다.

안타깝게도 반복되는 역사 속에서 수많은 피해와 아픔을 겪고도 우리 인류는 여전히 지금보다 더 강력한 생화학 무기와 더 많은 핵무기로 무장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으며 그칠 줄 모르는 환경파괴 또한 반복되고 있다.

아직은 게임과 영화로만 접하는 흥미로운 세기말의 모습이지만 인류가 계속 반성 없이 같은 실수를 반복해나간다면 조만간 매드맥스나 폴아웃과 같은 암담한 미래를 맞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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