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광고 모델 통해 발전한 산업의 모습, 이젠 그 이상의 성과를 기대한다

바야흐로 다방향 매스미디어 시대다. 매주 숨 쉴 틈 없이 쏟아져 나오는 게임들. 살아남는 게임은 극소수이고, 대부분이 잊히거나 사장된다. 업체들은 이러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도의 전략을 펼친다.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첫 번째 생존 관문은 '광고'였다. 특히 스타 마케팅은 친숙한 이미지의 연예인들을 모델로 발탁해 게임을 알리는 것이 목적이다. 이번 연재에선 스타 마케팅의 비하인드스토리와 더불어 실제로 벌어졌던 일화를 바탕으로 그려내보고자 한다.

초창기엔 천대받았던 게임 광고

'XXX도 한물갔네... 게임 광고나 나오고' 지난 2007년 한 게임업체의 모델로 나온 가수 겸 배우 J 씨에게 던져진 악플이었다. 공감과 비공감이 나뉘던 시기, 지금으로부터 약 10년도 더 된 이야기다. 당시만 해도 한국의 온라인게임은 끝을 모를 정도로 비약적인 발전을 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콘솔 진영에선 닌텐도가 장동건, 이나영 등 당대 최고의 톱스타를 채용 TV, 잡지 등에 광고를 개제하며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던 시기이기도 하다. 대중에게 익숙한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게임 광고의 효과는 확실히 좋았다. 광고도 게임적인 성격보다는 '두뇌 트레이닝' 이라는 기능성 소프트였다. 

게임에 대한 인식이 당시만 해도 국내에선 그 가치를 완전히 인정받지 못하던 시기였다. 게임기이긴 하지만 두뇌의 운동을 시켜준다는 '기능성 소프트'로 게이머를 넘어 대중 깊숙이 들어가고 싶은 닌텐도의 전략과 당시 유행했던 '뇌호흡'에 대한 니즈가 맞아떨어졌던 시기다.

엄밀히 말하면 이 소프트는 의학적으로 '치매 예방'을 제외한 나머지 부문에선 기능성 다운 기능은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치매 예방에는 '한게임 맞고'가 더 좋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자매품으로 나온 영어 트레이닝 역시 중학교 수준에 머물렀다. 성문 기초 영문법 수준도 안됐다는 평가다.

당시 TV에 등장했던 톱스타 들은 게임 자체에 대한 광고엔 심한 부담을 느꼈다. 게임에 대한 사회적 부정적 시각과 더불어 게임업계가 가지고 있는 입지가 이전처럼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대중적 역사를 가져온 닌텐도였기에 가능했던 스토리로 보인다.

"그래서 내가 말했지. 게임 광고 싫다고"

중국에서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게임업체의 자회사는 수년 전 A 온라인(가칭)이라는 게임의 모델로 톱스타 레벨의 K양을 발탁하고 CF 촬영을 했었다. 그러나 K양은 게임업계의 CF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고, 촬영장에서 연이어 불만 섞인 표정과 말투로 주변을 불편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사진작가가 포즈를 요구할 때마다 한숨을 내쉬었고, 심지어는 모든 관계자가 다 있는 앞에서 "그래서 내가 게임 광고하기 싫다고 했잖아" 라는 말까지 했다. 결국 K양는 촬영이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잠시 쉬겠다고 어디론가 사라졌는데 알고 보니 집으로 갔고, 촬영장은 발칵 뒤집어졌다. 

결국 촬영을 끝내기는 했지만 이로 인해 K양은 게임 업계의 블랙리스트에 올랐고 현재까지 게임 CF에서 목격하지 못 했다. 게임업계의 네트워크는 작기 때문에 옆 동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면 24시간 이내로 고스란히(혹은 와전되기도 한다) 모든 정보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이슈는 단순히 한 연예인의 돌출적 행동이었지만 그 내면에 보편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게임의 입지가 얼마나 좁은지를 보여줬던 사례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 시기를 지내오며 게임업계는 산업적 측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게임 1세대의 순수함보다는 여타 제조업종과 비슷한 패턴으로 흐르며 더욱 고도화되고 조직 시스템은 촘촘해졌다.  사업부와 마케팅 홍보의 역할이 분명해졌고 각 부서의 책임도 분명해진 시기다. 그러면서 광고의 세계도 더욱 고도화됐다.

B급 광고로 이목 끌기 '절반의 성공' 성장통의 시작

AV 여신 아오이 소라'드라고나 온라인' 와 허경영 '불패'

다시 과거로 회귀해보자. 사실 B급 광고는 게임업계선 흔한 일이었다. 화장품이나 향수같이 고급화 전략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자동차나 휴대폰같이 고성능이나 실용성을 어필할 필요도 없다. 게임의 광고는 영화와 상당히 유사한데 보는 이로 하여금 얼마만큼 잊혀지지 않고 오랫동안 각인시키고 다운로드를 받을 수 있게 만드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영화가 광고를 통해 많은 관객을 매표소 앞에 세우는 게 목표이듯 말이다. 이러한 목적이기에 이미 90년대부터 일본에선 소위 '약빨고 만든 광고'로 볼 수 있는 광고들을 흔하게 볼 수 볼 수 있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010년  게임업계와 연예계 모두 발칵 뒤집어진 사례가 있었다. 일본 AV 업계의 톱스타인 '아오이 소라'가 국내 게임사가 서비스했던(?) '드라고나 온라인'이라는 게임의 간판 모델로 채용되면서 부터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보통 게임 광고 모델의 미디어 인터뷰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는데 이 경우 언론에 공개하면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아오이 소라. 현재는 중국에서 여신급 대우를 받고 있다.

보통 '갈매기'나 '따오기' 폴더를 가져본 유저들이라면 모를 리 없는, 아오이 소라가 한국 온라인게임의 모델로 등장했다는 사실에 열광한 유저들도 상당히 많았다. 이를 노린 듯 회사도 유저와의 팬미팅(?)과 사진 촬영회 등 적극적인 밀착형 전략을 펼치며 크고 작은 이슈들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게임은 결국 망했다) 

또 같은 회사에서 '불패'라는 RPG 게임의 모델로 '허경영'을 발탁해 다시 한번 이슈몰이를 한 바 있다. 이때는 정치적 이슈와 함께 물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는데 업계 전반에 선 '허경영 마케팅은 무리수'였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참신함을 넘어 이목 끌기에만 성공했을 뿐 게임과는 동떨어진 이미지와 뭘로 봐도 개연성이 없었다는 평가다. (정말 안타깝게도 이 또한 게임은 결국 망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회사는 게임 사업도 철수했다)

'언어 유희'의 결정판 세가 광고. 세가 세턴의 상징 세가타 산시로가 등장해 끊임없이 세가 사탄 시로!(세가 세턴 해라!)를 외치며 세가 세턴을 즐기지 않는 무도한(?) 무리들을 처 부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발악(?)에도 불구하고 결국 세턴의 쇠락을 막아내진 못 했다.

개성 넘치는 광고의 시작 개성파 배우들의 전성기

업체의 자본이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었다. 넥슨과 같이 국내 게임 시장을 장악한 게임사도 필요에 따라선 약빤 광고를 만들었다. 던전앤파이터를 대표적으로 볼 수 있는데 당시 3등급 TV 홈쇼핑에서 후킹 광고(많은 시간을 되풀이하는 고문적인 광고)로 악명을 떨치던 장미 칼 광고를 패러디해서 이목을 집중시키거나 '개념 독설가'로 많은 버라이어티에서 활동 중인 김구라나 십 년 동안 '의리'컨셉으로 자리 잡은 '김보성' 30년 가까이 '호랑나비' 한 마리로 인기를 구가하는 '김흥국' 3김 '三金'트리오가 대표적 예이다. 

하스스톤의 김보성, 천하를 탐하다의 김구라, 그리고 김흥국 게임 광고계의 '삼김시대'를 열었다.

블리자드 하스스톤의 김보성은 게임 CF에서도 본연의 컨셉 '의리', 엔터메이트가 서비스하는 '천하를 탐하다'의 김구라는 현실에서도 무엇인가를 자주 탐할 것 같은 컨셉으로 CF와 매칭을 시켰다. 재미있게도 김흥국은 본업보다 취미가 더 강조되 축구게임의 모델로 등장했다. 이렇게 연예인들이 기본적으로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던 컨셉들은 게임의 성격과 매칭이 용이하다. 무엇보다 게임은 생명과도 같은 캐릭터성이 강조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네오플의 던파 광고는 3급 홈쇼핑 광고를 패러디해 이목이 집중됐었다.
던파는 아이유와 신봉선의 콜라보로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다. 예상대로 삼촌팬들에게 거센 질타도 함께 받았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광고비용 왜?

머라이어 캐리가 등장했던 이 게임의 광고비는 7500억 원을 사용했다. 리암 니슨, 로스트 킹덤의 올랜도 볼룸 그리고 영원한 터미네이터 아놀드 슈워제네거 모두 일반적 상상을 넘어서는 광고비를 사용했다.

스타가 CF 모델이 된 만큼 최소한 유저의 눈도장은 확실히 찍을 수 있다는 인식은 국내보다 국외에서 바람이 더 거세게 일었다. 모바일 게임 광고에  영화 테이큰의 '리암니슨'이 앵그리 니슨  이라는 닉네임으로 돌풍을 일으켰고 클래시 오브 클랜은 글로벌 톱 수준의 게임으로 현재가지 각광받고 있는 상태다. 

모바일 태생의 한계를 적절한 스타마케팅과 버무려 게임에 대한 가치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 게임사들도 온라인을 넘어 모바일 게임에서 톱스타들을 모델로 내세우기 시작했다. 

십수 년 전 닌텐도 기능성 게임 광고 이외에 한 번도 게임업계에서 못 봤던 톱스타 장동건은 앵그리 니슨의 대항마로 그 시절과 똑같은 외모를 자랑하며 미소까지 변함없이 게임 모델로 컴백했다. 그리고 영화 '7광구', '해운대' 그리고 드라마 '시크릿가든'등 에서 변함없는 대스타임을 재확인 시켜준 배우 하지원 역시 게임 모델로 등장해 엄청난 존재감을 과시했다. 

차승원, 이정재, 정우성, 유아인 등 쟁쟁한 대 배우들은 물론, 10대들의 우상이자 30~40대의 삼촌들에게까지 사랑받았던 '소녀시대', '티아라' 부터 '크레용팝' 최근 한참 주가를 올리는 '여자친구' 등의 아이돌 그룹도 게임업체 광고에 총출동했다. 거의 게임 광고에 노출되지 않은 아이돌을 찾는 게 더 힘들 정도다.

덕분에 아이돌 그룹을 가진 기획사의 매니저들은 국내외 모든 게임사의 신작 게임 일정을 전부 소화해야 하는 업무가 추가됐고, 게임 모델을 위한 별도의 교육을 시키는 기획사도 생겨났다고 한다. '게임 유저가 역시 중요한 팬층이고 이를 통해 충분히 팬덤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개념이 몇 해 전부터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부작용도 있다. 게임사에선 여러 아이돌 멤버 중 핵심만 모델로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소속사에선 당연히 모든 멤버를 함께 하길 바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광고 모델료도 핵심 멤버 한 명만 선택하면  8천만 원인데 5명 모두는 8천9백만 원이라는 가격 테이블을 만들었다고 한다.

영화 잠복근무에서 여고생 깡패로 등장했던 홍수아는 이후 개념 시구로 불리는 두산 불펜의 시구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받았고 결국 야구게임 모델로 이어지는 나비효과를 경험했다.

게임 광고의 특징은 개성이 넘치고 컨셉만 맞는다면 외모나 나이 성별은 크게 중요시되지 않는 분위기로 자리 잡아가는 것도 위에서 언급했던 것과 같은 이유다. 동세대를 대상으로 한 게임에서 동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모델이면 누구든 가능하다는 타당성이 생겼다.

영입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차승원, 장동건, 소지섭 등 국내 톱스타는 기본이고 한술 더 떠 올랜드 볼룸, 리암 니슨, 아놀드 슈워제네거, 머라이어 캐리까지 글로벌 톱스타들도 게임판에 등장했다.

초호화 마케팅 그래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수천에서 수천억에 이르기까지 연예인들을 CF 모델로 발탁하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게임의 세계에서 불확실성은 재앙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톱스타들을 연이어 발탁했던 한 게임사 담당자의 말을 빌리면 "모바일 게임은 양 마켓을 필두로 매일 같이 쏟아져 나오는 추세이기 때문에 초반에 유저의 눈도장을 받지 못하면 잘 만들어진 게임이라 하더라도 외면받기 십상"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모바일게임 시대로 접어들면서 게임 광고와 모델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됐다는 점에서 분석해보면 스마트폰 시대로 접어들면서 보통 유저들은 일상에서 폰을 항상 곁에 두는 습관을 가지게 됐고, TV나 모바일 인터넷의 접근이 더욱 용이해졌다는 것이다. 

광고를 통해 충분히 자극을 받으면 스마트폰을 주변에 항상 두고 있기 때문에 곧바로 다운로드로 이어질 가능성이 온라인 게임보다 훨씬 높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부팅을 하지 않아도 되고 더운 여름 뜨거운 컴퓨터 앞에 앉아있지 않아도 얼마든 게임을 즐 길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인 것이다.

주류를 상징하는 광고의 이동 '조짐이 보인다'

과거 톱스타의 입지를 과시했던 광고는 여러 가지중 톱 수준이 '소주 광고'였다. 현재도 그 여세가 줄어들지는 않았지만 소주 광고만큼 게임 분야의 모델을 희망하는 연예인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정확히 말하면 패턴이 '게임'으로 넘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게임 업계 역시 개성에 맞는 배우를 찾는 게 기본 베이스이지만 말이다. 

시대를 미리 내다본 걸까? 이 소주 모델 들 중 한 명은 13년 전에 라그나로크의 광고모델을 했었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최근 위메이드의 소 우리 앤 스톤의 광고를 했다. 넘치는 에너지와 액션배우로 인정받은 덕에 여전사 이미지로는 최적화된 모델이 하지원이다. 청순 발랄 유쾌 상쾌 이미지의 이효리 역시 게임의 성격에 과 잘 맞는 라그나로크의 톱 모델로 활동했다.

지금도 수많은 스타들이 토크쇼나 버라이어티에 나와 은연중 "게임 CF를 찍고 싶다"고 너스레를 떨 정도로  CF 선호도는 급상승해 있는 상태다. 게임에 게 자도 모르면서 소속사에서 교육을 받고 게임을 너무 좋아한다는 아이돌이 나타날 정도다.

마치며

필자는 초기, 광고에서조차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가졌었다. 아무리 잘 만든 게임도 자본력이 바탕이 안되면 상대적으로 초호화 연예인들로 무장한 게임 광고, 그리고 매스컴의 노출 빈도를 당해낼 재간이 없기 때문이라는 제조업종적 사고를 했기 때문일 것이다.   
  
현실에서 저예산 업체들의 경우 톱스타 채용은 사실상 불가능 한게 현실이다. 그러나 기우에 불가했다. 소위 잘 나가는 회사는 톱스타를, 그렇지 못한 게임사는 형편에 맞춘 모델을 기용했지만 아무리 톱스타가 화려한 모습으로 게임을 광고해도 안될 게임은 비참할 만큼 무너지 반면, 잘 될 게임은 스타 없이 게임 자체만의 광고만으로도 충분히 성공하는 모습을 무수히 봤다. 

결국 콘텐츠는 기본이 최대의 무기이자 방패이다. 네트워크 시대에 좋은 게임은 금세 지인들을 통해 네트워크로 퍼져 나가기 때문이다.

<이 칼럼은 네이버에 원고료를 받고 진행됐으며, 이에 따라 소유권은 네이버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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