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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들의 게임 캐릭터화' 이유는?
차정석 기자 | 승인 2017.06.30 14:48

게임의 역사는 영화나 문학과 같은 여타 문화콘텐츠보다 짧은 편이다. 하지만 게임은 영화나 문학에는 없는 엄청난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한번 발표하면 '빼도 박도 못하는' 기존 콘텐츠들과 달리 얼마든 수정, 보완이 가능하며, 영화, 애니메이션, 음악 등 세상의 모든 콘텐츠들을 한꺼번에 게임에 융합시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은 문화 융합의 결정체라 불릴 가치가 충분하다.  

이러한 기준으로 봤을 때 영화배우, 스포츠 스타 등 유명인들의 캐릭터화는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그렇기에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접근은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을까? 유명인들의 캐릭터화가 공식적이든 비공식(?) 적이든 말이다. 비공식적으로 캐릭터가 묘사되는 경우를 보면 게임상에서 그래픽이 허용할 수 있는 최대치를 이용해 캐릭터의 특징만을 잘 살려 캐릭터로 등장시킨다. 사실 말이 특징일 뿐 누가 봐도 “어~ 그 사람이네”라는 말이 절로 나올만한 캐릭터 들이다.

이는 게임의 장르마다 등장하는 실존 인물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도 비례한다. 영화에서 굳어진 이미지가 게임에서 그대로 재현되는 것이다. 대전 액션 게임을 예로 들면, 이소룡이나 성룡과 같이 싸움을 잘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이미지를 가진 영화배우를 모티브로 삼은 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하는 식이다. 
  
전설이 되어버린 이소룡(브루스 리)은 철권에서 '마샬로우' 혹은 ‘포레스트 로우’ 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사실 이름만 새로울 뿐, 이소룡의 트레이드마크인 특유의 제스처와 게임에서 구현되는 절권도는 누가 봐도 이소룡 그 자체다. 진위에 대해 남코는 공식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도 합의되지 않은 사안이니까 그럴 것이다. '알아도 모르는 척' 그런 것이 게임의 묘미이기도 하다.

철권에서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 ‘레이 우롱’ 역시 성룡(재키 찬)을 모티브로 삼았다. 그의 대표작 '취권' 등 이소룡의 계보를 이은 쿵후 영화는 물론, 과거 성룡이 주연을 맡았던 영화 ‘폴리스 스토리’ 시리즈에서 그는 경찰로 등장했다. 특히 철권의 캐릭터와 ‘폴리스스포리:구룡의 눈’에서 등장하는 성룡의 모습과 레이 우롱의 모습은 여러모로 상당히 흡사하다.

게임 혼두라 (가운데) 코만도의 아놀드 슈워제네거(좌측)와, 람보의 실베스터 스텔론 (우측)
브루스 윌리스의 대표작 '다이하드'와 '다이너마이트 형사 브루노델린' 프로젝트 x존

수많은 유명인들이 등장하는 이유

그렇다면 왜 많은 유명인들이 게임에 등장하게 된 것일까? 게임사와 영화배우들은 출연료를 받을까? 답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핵심만 보면, 게임사들은 타이틀을 만들면서 대중들에게 가장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는 것이다.  
     
이미 알려진, 이름만 들어도 혹은 생긴 것만 봐도 단번에 알 수 있는 그러한 캐릭터를 선호하는 것이다. 게임을 판매하며 알려 나가는 초기 유저들에게 쉽게 잊혀지지 않을 수 있는 확실한 장치의 역할을 할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영화에서 보여준 이미지를 바탕으로 게임에서 기획한 성격과 매칭이 잘 되는 캐릭터를 선정한다. 

즉, 유저들이 플레이하면서 그 대상이 영화 속, 혹은 스포츠에서 가지고 있는 큰 이미지를 연상시킬 수 있는 캐릭터에 카리스마를 극대화해 제작하는 것이다.

마이크 타이슨(실존 인물) 스트리트파이터의 M 바이스

이와 같은 이유로 현실의 스토리를 게임에 맞춰 각색하는 경우도 있다. 전설의 복서 ‘마이크 타이슨’을 모티브로 만든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의 ‘M 바이슨’을 살펴보면 ‘타이슨’의 일대기와 게임 속 ‘바이슨’은 상당 부분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실에서 타이슨은 뉴욕의 브루클린 빈민가 출신으로 유년시절 소매치기 등 범죄에 노출된 유년기를 겪었고 복싱으로 성공하자, 섹스 스캔들이 멈추지 않은 호색한이었다.

게임에서 바이슨 역시 빈민가 출신의 싸움꾼으로 범죄에 노출돼 살아왔고, 돈과 여자를 많이 밝힌다는 스토리를 만들었다. 이후 스트리트파이터가 예상을 넘어 세계에서 히트되고 타이슨에 대한 아이덴티티 논란이 생기자 분쟁을 우려한 캡콤은 ‘발로그’로 개명했다.

캐릭터화를 공식적으로 요청하고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도 있었다. 게임계의 큰손 EA는 2007년 C&C 라이징 선을 개발할 당시, 미드 ‘로스트’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보인 영화배우 김윤진을 눈여겨 봐왔다. 그러나 일본군 여자 장교로 섭외하면서 5억 가량을 제의했지만 하필 일본군 여자 장교를 맡아달라고 한 그 제안으로 김윤진이 출연을 고사해 성사되진 못 했다.

2000년대 초 논란의 폭풍을 맞았던 이승연의 사진

그 이전, 배우 이승연이 위안부를 미화시키는 듯 찍은 사진 한 장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공분을 일으키고 석고대죄를 했던 전력이 있었기 때문에 이후 공인들이 과거의 일본과 관련된 역할은 기피하고 있으며, 일본군과 관련된 활동은 현재까지 금기시되고 있는 분위기다. 

피파나 UFC, NFL 등 EA 특유의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스포츠 게임들을 제외한 과거의 여타 게임들은 이미지가 비슷한 배우 혹은 스포츠 스타들의 출연료는 전무에 가까웠다. 

위에 언급했듯 '마이크 타이슨(M 타이슨)을 M 바이슨 식으로 만든 게 대부분이다. 마치 '너훈아'와 '나훈아'의 관계처럼 말이다.

이러한 면으로 봤을 때 EA가 막장 운영으로 빈축을 많이 사긴 했어도 초상권에 대한 보상 마인드와 이와 유사한 가치적 판단은 게임업계의 성숙된 발전적 차원에서 존중받을만하다고 생각한다.

게임과 영화의 본격적 융합의 시작

이러한 바람이 불며 영화배우들의 초상권 이용료는 굳어지는 분위기가 됐다. 이와 더불어 과거, 단순히 유명인을 게임에 넣어 세계관을 맞추고 유저의 환심을 사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었다면 게임업계서도 스타마케팅의 고도화된 전략이 시작된다.

배우 이병헌이 공식적으로 등장한 로스트플래닛의 시기는 당시 ‘뵨사마’로 일본열도를 들썩이던 때였다. 일본에서의 인기는 일본과의 교류가 왕성한 대만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이러한 아시아 공략으로 한류스타가 게임 타이틀로 등장했던 1호가 이병헌이었다. 

게임 캐릭터로 글로벌에 먼저 알려진 이병헌은 이후 '지 아이 조'시리즈와 같은 히어로 영화에 출연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는 후문이다. 아시아의 스타 금성무 역시 귀무자에서 게임 속 캐릭터로 존재감을 드러낸 배우중 한 명이다. 대만과 일본의 혼혈인 금성무(일본명 카네시로 타케시)는 귀무자에서 퇴마사 ‘사마노스케’ 캐릭터로 등장했다.

여성 게임 유저가 희귀한 한국의 경우 금성무 마케팅은 성공 못했지만, 게임 자체가 상당히 잘 만들어졌기 때문에 유저들 사이에서 귀무자는 인기가 높았다. 반면, 일본 대만의 여성 게임 유저들은 금성무 마케팅이 적중해 높은 인기를 얻었다.

또한 영화배우 장 르노도 미래의 환마 공격을 받는 프랑스를 배경으로 잭 브란 이란 캐릭터로 등장해 금성무와 호흡을 맞춰갔다. 

이런 고도화 전략들은 게임과 영화의 경계가 무너지는 시작에 불과했다. 상업적 측면에서 영화와 게임은 상당 부분 유사한 콘텐츠였다. 특히 게임은 확장성과 변형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음악, CF 등 무엇을 가져다 접목해도 낯설지 않았다.

이를 방증하듯 영미권에서도 많은 배우들이 적극적으로 게임에 참여하며 게임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과거 짝퉁과 같은 이미지적 묘사가 전부였다면 업계의 초상권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시작되면서 영화배우들도 적극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과거, 같은 듯 다르게 표현된 캐릭터들이 그래픽과 더불어 영화적 연출까지 가까워지며 영화 같은 게임들이 비디오 및 패키지 게임들을 바탕으로 속속 등장하며 배우의 가치가 더욱 상승하고 있다. 배우들의 입장에서도 또 다른 수익원이 되는 것이니 마다할 리가 없다. 게다가 직접 연기를 하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편한 수단일까? 

영화배우 팀 필립스는 데빌메이크라이 단테의 성우까지 담당하며 캐릭터와 배우로서의 이격을 좁히는데 주력했고 재키 에인슬리는 헤비레인 여주인공 메디슨 페이지의 모션 캡처 및 모델링을 담당했다. 

또한 '콜오브듀티: 블랙옵스2'에 등장하는 마이크 하퍼는 마이클 루커가 얼굴과 성우, 모션 캡처까지 모두 소화하며 게임과 영화의 싱크로율을 99%까지 높였다. 또, '데드스페이스 2'에 등장하는 엘리 랭포드는 소니타 헨리 역시 성우 겸 모델링 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러한 바람 속에 된서리를 맞은 게임사도 있다. 의도된 것인지, 아닌지의 진위는 유저의 몫으로 남게 됐지만, 어쨌든 무임승차 구설수에 오른 건 유저들의 사람을 받고 있는 스튜디오인 '너티독'이다. 

라스트 오브 어스에 등장한 소녀 주인공이 엘렌 페이지와 매우 유사했기 때문이다. 논란이 일어나자 너티독은 다른 이미지의 캐릭터로 수정하는 해프닝을 빚었다. 과거와 같이 배우와 유사한 캐릭터를 만들기가 녹녹치 않은 시대가 된 것이다.

비욘드 투 소울즈

스타들의 본격적인 게임 캐릭터화 참여, 성우까지 자청... 원인은 무한한 확장성에 의한 밝은 미래

영화배우들의 캐릭터화를 분석해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드러나는데 그중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어떠한 배우든 영화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보이며, 자기만의 뚜렷한 색깔을 가진 배우라는 점이다. 또한 게임에서 접목이 용이한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배우들이 주로 등장하는 것이다. 

게임에서 만들 수 있는 캐릭터에는 기술적 한계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캐릭터의 강렬한 인상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비욘드 투 소울즈는 인셉션, 엑스맨 등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은 엘렌 페이지를 위해 만든 게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게임에선 지금까지 그녀가 출연했던 어떤 영화보다 더욱 몽환적이고 우수에 찬 캐릭터를 만들어 냈고, 영화보다 더욱 영화 같은 시나리오와 스토리의 전개로 작품성까지 인정받은 명작 중의 명작이 탄생한 것이다. 이 게임은 OST까지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영화를 넘어선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러나 단점으로는 너무 영화적인 요소에 편중돼 있어서 게임성에선 호불호가 크게 갈리고 말았다.

싱크로율 100%를 보여준 '콜 오브 듀티: 어드밴스드 워페어'의 케빈 스페이시

개인적인 견해로는 명품 배우들의 캐릭터화에서 가장 소름 돋도록 완벽했던 사례는 '콜 오브 듀티: 어드밴스드 워페어'의 캐빈 스페이시라고 생각한다. 유주얼 서스펙트를 비롯해 세븐, 아메리칸 뷰티, 슈퍼맨 리턴즈 등 내로라하는 영화들에서 악역을 도맡으며 아카데미 조연, 주연을 휩쓸은 그는, 게임에서도 싱크로율 100%를 보이며 영화와 같은 카리스마를 뿜어냈다.

미드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 2, 게임 속 성격과 상당히 흡사하다.

그는 콜옵에서 군사 기업의 회장 '조나단'으로 등장해 권력을 쟁취하는 배역이었다. 재미있는 점은 이 게임이 발매되기 전년도인 2013년 미드,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도 대통령이 되기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는 권력욕을 가진 '프랭크 언더우드'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1년의 시간차를 두고 소개된 게임과 미드 두 작품이 상당히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케빈 스페이시는 게임에서 초상권과 함께 음성 더빙까지 참여하는 적극성을 보였고, 이후 게임의 세계관까지 관여를 하면서 메인 디렉터와 마찰을 빚을만큼 열정적이었다고 한다.

부르탈 레전드에서 에디 릭스로 나온 잭 블랙

영화 '스쿨 오브 락'에서 초딩들에게 락(Rock)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이 소재의 영화가 잭 블랙이 등장하는 게임 '부르탈 레전드'로 이어졌다. 이 게임은 비욘드 투 소울즈와 마찬가지로 스쿨 오브 락에서 열연했던 '잭 블랙'을 위해 만들어진 게임이라 불린다. 

'부르탈 레전드'에서 주인공 에디 릭스는 강력한 기타의 비트로 악당을 처치하며 심각한 듯 만든 설정이 더욱 코믹하게 다가오는 등 위트가 끊임없이 전개되며 잭 블랙 특유의 익살을 그대로 녹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임 부르탈 레전드와 영화 스쿨 오브 락

앞서 언급된 혹은 언급되진 않았지만 게임에 참여한 많은 배우들이 게임에 참여하며 벌어진 공통사항이 있는데, 첫번째가 게임 제작자와의 충돌이었다고 한다. 배우들은 게임 역시 자신의 작품이라 여기고 더욱더 깊은 관여를 요구했고 그것이 제작자 사이에서 불협화음을 만들어내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마찰도 게임과 영화가 섞여 들어가는 과정의 일부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게임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현상은 문화적인 측면으로 봤을 때 분명히 좋은 신호이기 때문이다. 게임이 영화와 융합되면서 종합문화의 결정체라는 공식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을 정치적으로 풀이하자면, 게임은 아주 강력한 우군을 영입한 샘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영화계의 파워는 게임계와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짙은 정치색을 띄고 있으며, 한편의 영화가 백 마디의 정치인의 말보다 더욱 큰 힘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조금씩 나타나는 현상이긴 하지만 국내의 환경은 미국에 비하면 걸음마 수준이다.

장 클로드 반담 (모탈컴뱃), 하워드 휴즈 (바이오쇼크),  데스몬드 마일즈 (어쌔신 크리드), 콜 펠프스 (L.A Noire) 웨슬리 스나입스 (철권), 이윌륜 (슬리핑 독스) 자퀴 에인슬리 (헤비레인).. 정말 많은 배우들이 게임의 캐릭터에 녹아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도 더욱 발전할 것이다. 게임 산업이 견조 하다는 조건 하에,  더욱 많은 톱스타들이 게임 속 캐릭터의 문을 두드릴 것이고 많은 게임사들이 톱스타들을 찾아다닐 것이다. 언급했듯 게임은 모든 문화를 담을 수 있는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게다가 기술적 발전은 이미 영화를 넘어서고 있는 단계다. 즉, 게임과 영화의 경계는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영화와 게임은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한다.

차정석 기자  game@gamep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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