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환경 생기면서 '게임 속 경제'의 중요성 커져..

[게임플] 통화량의 증가로 화폐가치가 하락하고, 모든 상품의 물가가 오르는 경제현상, 바로 ‘인플레이션(inflation)’이다. 

최근 해외뉴스를 보면 과거 남미의 최대 부국이었던 베네수엘라가 초인플레이션에 빠져있다는 소식을 쉽게 들을 수 있다. 돈의 가치가 떨어질때로 떨어져서 냅킨 대신 지폐를 사용한다는 믿을 수 없는 일이 실제로도 일어나고 있는 곳이다.

냅킨 대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베네수엘라 지폐(출처:트위터)

인플레이션 발생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우선 국가에서 돈을 많이 '찍어내는'데 원인이 있다. 과거 독일은 전쟁에서 진 이후로 막대한 배상금을 물릴 처지에 몰렸는데 국가가 일방적으로 돈을 만들어내다보니 화폐가치가 급속도로 하락하면서 중산층이 몰락하는 결과를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물론 이부분에 대해서는 반론도 있다. 중요한 것은 독일 마르크 화폐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거의 휴지조각 수준으로 된 것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화폐량이 많을수록 가치가 떨어지면서 상품 가격은 고공행진을 하게 되는데 실제 베네수엘라에서는 커피 한 잔 가격이 우리돈 수십만원에 이를 정도라고 하니 인플레이션이 경제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짐작케한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피해는 현실과 게임이 다르지 않다. 과거 디아블로 시리즈의 예를 들자면 게임 속 금화(골드) 통화량이 늘면서 가치가 하락했는데 이런 이유로 아이템 가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았다. 돈이 많이 도니까 당연한거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지만 문제는 게임 내 경제시스템이 붕괴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유저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 경우 신규 게임 유저들의 피해가 더 크다. 망가진 경제시스템에서 정상적인 게임플레이는 거의 불가능하다.  초기에는 저렴했던 무기 아이템 하나를 사고 싶어도 엄청나게 올라버린 가격에 엄두가 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게임을 포기하게 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는 구조다.

새로운 거래화폐로 등장한 디아블로 조던링

결국 유저가 먼저 나섰다. 금화 대신 거래통화를 '조던링'으로 바꿔버린 것.  화폐로서의 가치를 상실한 골드 대신에 모든 거래는 조던링으로 하게 됐다. 어느 정도 효과는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일정시간 화폐로서 사용되던 조던링도 가치 하락 후 매참, 독참 등 다른 아이템에 거래수단 지위를 넘겨주게 된다.

현실은 어떨까.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선을 억제하기 위해 국가가 스스로 화폐개혁에 나서는 경우가 많은데 앞서 언급한 독일의 경우 기존 구권(라이히스마르크)을 100:6.5의 비율로 신권(도이치마르크) 교체를 강행했다. 초기에는 물가상승 및 실업자증가 등 어려움이 있었으나 점차 경제시스템은 안정되어 갔다.  독일의 경우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이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낸 사례다.

1948년 여름 통화 개혁 후 상점의 진열대를 다시 채운 생필품을 구경하는 주부들(출처:네이버지식백과)

게임쪽도 개발업체측의 강력한 개입으로 게임 내 경제시스템을 유지하는 경우가 있어 눈길을 끈다.

'이브(EVE) 온라인'은 MMORPG 중 경제시스템이 정착된 최고의 사례로 꼽히는 게임이다. 2003년 5월 출시이후 지금까지도 순항하고 있는 이유는 경제 관련 파트를 담당하는 부서가 따로 있을 정도로 회사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게임 내 경제에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정착 시켰다는 평가를 받은 '이브온라인'

게임 내 화폐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및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바로 조치가 들어가는 등 공급량과 소비량을 적절하게 유지시키고 있는 것.  게다가 이브온라인은 게임 내 강력한 현금거래제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런 적극적인 활동들이 10년 넘게 장수게임으로 등극할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닐까.

베네수엘라는 작년 말 가장 많이 통용되고 있는 100볼리바르를 폐지하는 동시에 고액권을 발행할 것이라는 통화개혁을 단행했다. 이미 석유수출로 연명하는 베네수엘라는 유가 하락에 직격탄을 맞았다. 여기에 인플레 대책부재로 100볼리바르의 실제가치가 미화 2센트(한화 약 11원)에 불과할 정도로 하락하면서 화폐가치가 최악의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잘못된 운영으로 인한 경제시스템 붕괴는, 현실에서의 국가 부도는 물론 게임시장에서 서비스 종료라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한다. 이렇듯 게임과 현실은 많이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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