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워치' 영웅들은 왜 궁극기를 쓸 때 대사를 외칠까

일본 애니메이션 '블리치'

[게임플] "저렇게 주문 외울 시간에 한 대라도 더 때릴텐데 저러다 맞으면 어떻게 되지?"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이다. 흔히 ‘필살기’라고 불리는 기술을 주인공이 사용할 때면 언제나 멋들어지게 기술이름을 외치며 사용하는 것을 누구나 봤을 것이다.

서양에는 없는 동양, 특히 일본 쪽 콘텐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것은 일본의 고대 신앙과 관련이 있다. ‘고토다마(言霊)’ 신앙과 게임, 그리고 말의 힘에 관한 이야기다.

■ 언령 신앙···말이 가지고 있는 힘

'쿠라이 야가레' 라고 외치는 KOF '쿄'의 시그니처 필살기 대사 (사진 출처: SNK)

단순히 일본에만 있는 신앙은 아니다. ‘말이 씨가 된다’, ‘부정 탄다’, ‘죽을 사(死)’를 의미할 수 있는 숫자 4를 건물에서 쓰지 않는 등 많은 사례가 있다.  한국 역시 말에는 영혼이 깃들어 있으며 불가사의한 힘이 있다는 '언령 신앙'을 믿어 왔다.

언령 신앙은 일본에서 특히 발전된 것으로 일본에서는 ‘고토다마(言霊)’라고 부른다. 말에 보이지 않는 힘이 깃들어 좋은 말을 하면 행복이 오고, 나쁜 말을 하면 불행이 온다고 믿는 것이다.

학자들은 ‘말(言, 코토)’와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事 고토)’이 발음이 같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일본의 신 고토시로누시(事代主)가 고사기(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책)에서는 고토시로누시(言代主)라고 쓰이기도 했다고 한다.

일본 일상 생활 깊숙히 스며든 언령 신앙의 사례를 찾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일본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변신을 하거나 기술을 쓸 때 주문이나 기술 이름을 입 밖으로 외치는 것이 언령 신앙과 관련이 있다. 이를 통해 작 중에서는 캐릭터가 사용하는 기술의 힘을 더 강력하게 하고, 보는 사람에게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효과가 있다.

■ ‘류진노 켄오 쿠라에’ 오버워치에서 활용된 언령

겐지가 용검을 대사없이 조용히 쓴다면?

반면 서양에서는 TRPG ‘던전앤 드래곤(이하 D&D)’에서 ‘파워 워드(Power Word)’라는 주문으로 사용된 사례가 있긴 하다. 하지만 일본의 사례처럼 역동적이고 멋스럽게 기술이름을 외치는 첫 사례가 바로 블리자드의 '오버워치'라고 할 수 있다.

오버워치에서는 유저가 궁극기나 특정 기술을 사용하면 캐릭터가 대사를 크게 외쳐 모든 유저가 들을 수 있다. 본래 궁극기 대사는 장르 특성상 게임 흐름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아군이나 상대방에게 ‘어떤 영웅이 궁극기를 사용했다’고 알리는 용도로 기획된 것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경고음이 나는 식의 알림은 재미가 없으니 오버워치 개발팀이 일본 문화 콘텐츠에서 대사를 외치는 것에 착안해 오버워치에 대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오버워치의 궁극기 대사는 아군과 상대 유저에게 궁극기 사용을 알리는 기본 목적에 충실할 뿐 아니라 그 자체로도 독립적인 콘텐츠로도 충분해 보인다.

■ 음식의 부패속도도 다르게 하는 '말의 힘'

영화 '컨택트(Arrival, 원제)'

무언가 뚜렷하지 않고 두리뭉실 하던 것을 입 밖으로 내뱉으면 신기하게 명확해지는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말로 설명하며 공부하는 것이 최고의 공부법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기도 하다.

반대로 말, 언어가 가지는 힘이 인간의 사고방식을 달라지게 할 수도 있다는 가설도 있다. 영화 ‘컨택트(Arrival, 원제)’로 재조명 되기도 했던 ‘사피어·워프’ 가설이 그것이다. 작중에서 외계 언어 헵타포드 어를 익힌 주인공 루이스는 언어의 힘으로 시간 개념을 초월해 미래를 보게 된다.

사피어-워프 가설이라고 불리는 ‘언어적 상대성(Linguistic Relativity)’ 이론은 ‘강한(Strong)’ 해석과 ‘약한(Weak)’ 해석으로 나눌 수 있는데, 강한 해석은 현대에 와서 틀렸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지만 가설 자체가 기본적으로 증명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도 논쟁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통에 밥을 넣고 통속으로 말을 했을 때 어떤 말이냐에 따라 부패되는 속도가 달라졌다(출처: MBC)

말의 힘이 강력하다는 것은 그 동안 나온 관련 서적과 연구, 방송 등을 통해 이제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것 또한 말의 힘이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역사적인 사건을 겪으며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지금, 말의 힘이 가지는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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