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추어 파이터 시리즈와 함께 3D 격투 게임의 양대산맥, 신작 출시도 기다려진다

사실 ‘철권’(TEKKEN) 시리즈를 처음 접했던 당시 기자 입장에선 이 게임이 크게 성공할 것으로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래픽이야 둘째 치더라도 묘한 개성의 캐릭터들이 잔뜩 등장하는 폴리곤 덩어리 격투 게임은 썩 재미있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기자의 첫 인상과 달리 철권 시리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사랑 받는 격투 게임 중 하나가 됐고 경쟁작 ‘버추어 파이터’ 시리즈를 따돌리고 가장 많은 시리즈를 배출한 3D 격투 게임의 최고봉 자리에 올랐다. 현재까지 격투 게임 중 가장 많이 팔린 게임이기도 하다.

투박함이지만 나름의 매력이 가득했던 철권1

기자와 같은 의심을 한 사람들이 분명히 있었겠지만 철권 시리즈의 선전은 정말 예상을 뛰어넘은 대목이 아닐까 싶다. 물론 든든한 경쟁자 버추어 파이터 시리즈의 선전과 운명과도 같았던 ‘초월 이식’ 등 예상치 못한 효과가 철권을 여기까지 오게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

오늘의 이야기는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격투 게임 철권 시리즈다.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의 철권은 1994년 12월 아케이드 용으로 처음 선을 보였다. 당시 세가의 버추어 파이터와 유사한 게임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아케이드 버전은 당시 버추어 파이터2의 출시 시점에 맞물리면서 그리 썩 좋은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버추어 파이터2의 그래픽은 당시 놀라움 그 자체였고 세밀하게 다듬어진 전투는 3D 격투 게임은 ‘사실적인’ 대전을 지향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분위기를 제시하고 있었다.

지금보면 충격과 공포.. 기계 로봇과 기계 닌자.. 곰.. 등이 총출동했다.

그러다 보니 철권1은 뛰어난 OST와 모션 갭쳐 사용, 공들이 텍스처 맵핑 기법 등 새로운 기술들이 다수 도입됐음에도 불구하고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물론 이 흥행 참사의 직접적인 요인은 버추어 파이터2의 대선전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철권1의 아케이드 버전이 한국에서 큰 흥행을 했다는 점이다. 세가의 버추어 파이터 기판의 가격 다소 비싸게 측정된 것도 있었고 그에 비해 저렴했던 철권 기판 가격의 대비 효과가 작용해서 생긴 이슈였다. 덕분에 한국 국적의 캐릭터가 꾸준히 등장하는지도 모르겠다.

일본 내 부진을 씻겠다는 당시 남코 측은 세가세턴의 경쟁 콘솔 플레이스테이션 독점 노선을 채택한다. 소니 측에서도 버추어 파이터 시리즈의 아성을 이길 작품이 필요했고 이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보냈다. 3D 머신이라는 플레이스테이션의 강점을 살릴 간판 타이틀이 된 것이다.

여기서 씨익 웃는 카즈야의 모습은 당시 큰 화제였다.

1995년 3월 출시된 철권1 플레이스테이션 버전은 큰 호평을 이끌어낸다. 아케이드 버전과 다르게 스토리 모드와 CG 영상의 엔딩, 풍성한 캐릭터 볼륨 등으로 초월이식이라는 평가와 함께 일본 내 인기를 구사하기 시작한다. 이후 등장한 버전들이 모두 초월이식에 목숨을 건 이유이기도 하다.

철권1은 이 시리즈의 전통성을 마련한 작품이기도 하다. 왼손, 오른손, 왼발, 오른발로 규정된 4개의 공격 버튼과 과장된 느낌의 액션, 2D 격투 게임과 같은 타격 효과, 그리고 링아웃이라는 요소가 없다는 점, 10단 콤보라는 일종의 시그니처 커맨드 등이 그것이다.

초월이식 버전의 대성공에 맞춰 남코는 1995년 8월 아케이드용으로 후속작을 선보인다. 철권2는 시리즈의 특징을 확실하게 다잡은 작품이자 비약적인 그래픽 상승으로 경쟁작과의 차별성을 극대화 시킨 작품으로 유저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버그도 문제였지만 역시 밸런스가... 큰 문제였던 것 같다.

하지만 짧은 개발 기간으로 인한 버그 문제들과 특정 캐릭터에게 집중된 캐릭터 밸런스 등은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출시 한달 뒤에 버그를 수정한 B 버전이 나오지만 밸런스 측면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고 주연급 캐릭터들의 ‘풍신권’ 논란으로 말이 많았다.

다만 1996년 3월 출시된 플레이스테이션 버전은 이번에도 뛰어난 초월이식을 달성, 경쟁작과의 확실한 차이를 만들어낸다. 특히 2편에서 추가된 ‘연습 모드’는 이후 나오는 수많은 격투 게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사례로 기록돼 있다.

철권2는 어떤 의미에선 정말 대단했던 게임이었다.

특히 2편은 1997년 1월 스퀘어에닉스의 ‘파이널 판타지7’이 출시되기 전까지 플레이스테이션의 대표 3D 타이틀로 자리매김했다. 엄청난 퀄리티의 오프닝 영상은 많은 유저들에게 지금까지도 회자될 정도였다.

또한 가정용 버전에서 강조된 이야기 구성은 ‘패륜’ 격투 게임이라는 신조어와 함께 많은 화제를 모았다. 전작에서 버림 받았던 카즈야가 아버지인 헤이하치에게 복수하는 결말로 끝난 1편 엔딩에서 이어진 2편의 이야기는 다시 헤이하치가 카즈야에게 복수하는 방향으로 전개됐다.

한국 캐릭터 화랑과 폭삭 늙어버린 헤이하치

그리고 1997년 3월 등장한 철권3은 시리즈 최고라는 찬사는 물론 3D 격투 게임의 대표작으로 불리며 승승장구하게 된다. 뛰어난 그래픽과 체계화된 밸런스 및 격투 시스템, 그리고 새롭게 도입된 횡 동 기능 등은 3D 격투 게임으로써의 진정한 재미를 이끌어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전작에서 19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상당수 캐릭터가 사라지거나 리뉴얼 됐고 이로 인한 유저들의 반발도 컸다. 당시 하라다 카츠히로 프로듀서는 이런 파격적인 시도로 많은 주목 받았다. 그러나 향후 인터뷰에선 이 일에 대해 여러 가지 이유로 후회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손자의 등장까진 좋았으나.. 뒷감당이 너무 어려웠다..

한국인 캐릭터의 본격적인 등장을 알린 것도 3편이었다. 철권3의 주요 캐릭터 중 하나였던 화랑은 한국 국적의 태권도를 사용하는 반항기 가득한 캐릭터다. 전작에서 백두산이 있었지만 한국 배경과 정확한 한국 국적의 플레이어블 캐릭터는 화랑이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집안 싸움도 심해지기 시작했다. 1998년 3월 출시된 플레이스테이션 버전에서는 헤이하치의 손자인 카자미 진이 등장해 할아버지에게 풍신권을 날리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 이야기 상에서도 가족 대립이 부각되고 있었기 때문에 패륜 격투 게임이라는 놀림은 계속 이어지게 됐다.

이후 공식 후속작인 철권4는 여러 모로 많은 화제를 만든 작품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 사이 출시된 철권 태그 토너먼트의 대성공과 비싼 가격의 아케이드 기판으로 인한 몰락, 너무 많은 시스템의 변화로 기존 팬들에게 외면을 샀기 때문이다.

돌아온 카즈야.. 그러나 시스템적으로는 너무 난해했던 철권4

특히 시스템의 변화는 컸다. 철권 시리즈의 트레이드 마크 중 하나였던 제한 없던 링 대신 공간의 차이가 생긴 스테이지가 생겼고 벽이라는 제한 요소의 등장으로 링 아웃 방식과 유사한 패널티가 도입됐다. 작지만 고저차가 있는 지역도 있어 공중 콤보에도 제한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기존 시리즈 (철권 태그 토너먼트 포함)의 재미 중 하나였던 공중 콤보가 약화 됐고 근접 앉아 펀치 공격 등이 득세를 하는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가장 실험적인 시도가 많았지만 시리즈의 재미 면에서는 많은 장점을 잃은 작품으로 기록됐다.

물론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철권4는 이후 철권 시리즈가 나가갈 방향을 확고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며, 스테이지와 바운스 콤보, 스테이지 파괴 등의 새로운 요소들의 기초를 만드는데 일조하게 된다.

패륜아에게 정의의 무서움을 손수 보여주고 계신 한국의 불량배..

2004년 11월 아케이드 센터에 등장한 철권5는 그야말로 호평이었다. 철권3에 버금가는 명작이라는 평가와 함께 이후 철권7까지 이어지는 특징, 밸런스를 잡은 작품으로 기록되고 있다. 기존 시리즈의 장점들을 집대성해 공간적인 측면과 액션 등의 요소가 극대화 됐다.

특히 철권 태그 토너먼트와 철권4의 결합처럼 느껴지는 재미 요소는 그야말로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ALL. NET 시스템의 도입을 통해 카드와 계급 시스템이 도입된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이로 인한 배틀 이벤트 및 e스포츠 등도 다수 열리게 된다.

PSP로 이식됐던 철권5.. 정말 휴대용 콤보 연습기가 따로 없을 정도였다.

PS2로 이식된 마지막 작품이자 남코라는 이름으로 나온 최후의 작품이다. 이후 남코는 반다이와 합병돼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로 새롭게 시작하게 됐다. 물론 철권 개발팀은 큰 영향을 받지 않았고 이후에도 계속 시리즈를 배출했다.

그러나 아케이드 센터의 하락세와 격투 게임의 인기가 주춤하는 시기가 오면서 콘솔 중심의 환경에 맞춘 개발이 이루어지게 된다. 2007년 11월 출시된 철권6는 ‘ SYSTEM 357’ 시스템 보드를 사용한 첫 번째 작품이자 바닥 붕괴, 바운드, 레이지 시스템이 추가된 작품이다.

꽉 채워서 등장했지만 콘솔 이식은 꽤 늦은 시기에 이루어진다.

기존 캐릭터들의 모션을 새롭게 수정하고 추가하는 등 캐릭터들의 모습이 대폭 일신 했으며, 몇몇 밸런스적인 측면을 제외하면 재미 면에서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아케이드 센터의 하락세로 인해 2009년 10월 출시된 PS3, Xbox360 버전으로 이목이 집중됐다.

온라인 대전을 최초로 도입한 버전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으나 기대보다 렉이 많이 발생해 원활하게 즐기긴 어려웠고 ‘와이파이’ 환경 등에서는 비약적으로 로딩이 늘어나는 등의 문제로 인해 제대로 정착되지는 못했다. 이후 PSP 버전이 나오는 등 꾸준히 플랫폼을 확장했다.

철권6는 5편에서 잡은 특징들이 확실하게 정착, 지금의 재미를 유도한 게임이다.

당시 밸런스 측면에서는 여러 모로 논란이 많았다. 워낙 ‘사기’ 같은 능력을 자랑하는 캐릭터들이 많다 보니 특정 캐릭터 위주의 선택이 이루어졌고 강력한 기술들이 연속적으로 터지는 콤보 등이 많아 몇 초 만에 승부가 나는 상황도 자주 생기는 등 재미 측면에서 아쉬움 부분을 많이 보였다.

철권 영화 블러드 벤전스는 실험적인 시도였지만 한 편으로는 위험했다.

이후 철권 시리즈는 정식 후속작 보다는 외전 또는 플랫폼 확장 등으로 사업을 유지해나갔다. 격투 게임의 하향세가 두드러지면서 사업 측면의 변화를 요구하는 내부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3D 애니메이션이나 부분 유료화 모델의 게임도 등장했다.

이로 인해 공식 후속작은 7년이 넘게 지나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2015년 2월 첫 모습을 드러낸 철권7은 시리즈 20주년 기념 작품답게 한층 발전된 모습을 선보였다. 특히 시리즈 최초의 단발성 초필살기인 ‘레이지 아츠’는 시리즈의 큰 변화를 준 시도로 유저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새로운 초필살기 레이지 아츠를 도입한 철권7

또한 상대방의 공격을 받아도 공격을 멈추지 않고 끝까지 공격을 이어나가는 파워 크래시 기능과 직선으로 무조건 뜨는 바운드와 다르게 약간 사선으로 날아가는 스크류 바운드, 그리고 크로스 카운터 상황에서 보여지는 슬로우 모션 등 다양한 추가 사항 등으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라이트 유저를 겨냥한 변경 사항들이라 찬반이 쏟아졌다. 특히 콤보 위주로 풀어내던 기존 시리즈보다 한방 위주로 흘러가는 분위기는 부정적인 평가로 넘어가는 단초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밸런스 측면에서도 문제가 많았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내진 못했다.

논란을 일으켰던 철권7 아케이드 기기

그리고 1대에 1,500만원이라는 높은 가격과 수익 로열티 문제 등이 발목을 잡으면서 20주년 기념작이라는 명칭이 무색해질 정도로 저조한 흥행을 기록하게 된다. 이로 인한 다수의 잡음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여러 반발로 이어지며 시리즈의 아성에 발목을 잡고 말았다.

다만 이후에 유저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한 확장판 ‘철권7 페이티드 레트리뷰션’에서 원작 시리즈의 재미 측면이 보강했고 온라인 문제 및 그래픽 개선, 밸런스 조정, 레이지 드라이브 추가 등이 이어지면서 게임 자체에 대한 불만은 많이 해소됐다.

니나의 등장만으로도 하고 싶어지는 철권7 페이티드 레트리뷰션

그리고 2017년 6월 PS4, Xbox ONE, PC 등 3개의 플랫폼으로 이식작이 출시될 예정이다. 다수의 신 캐릭터부터 온라인 토너먼트 모드 등의 콘솔 전용 기능들이 추가돼 팬들을 즐겁게 만들어줄 것으로 보인다.

철권 시리즈는 가장 오랜 시간 시리즈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격투 게임 중 하나다. 특히 3D 격투 게임 중에서는 거의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 7편 콘솔 버전을 끝으로 미시마 집안 싸움의 종지부를 찍을 예정이기 때문에 팬이라면 꼭 즐겨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오늘 ‘이야기’ 글에서는 철권 정식 시리즈에 대한 내용만 다뤘지만 향후 공개할 다음 편에서는 외전 및 기타 작품, 그리고 철권이 끼친 여러 상황에 대해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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