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과 검의 이야기,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거대한 이야기로 매료, 20주년 신작 공개 있을까?

90년대는 그야말로 격투 게임의 전성기였다. 1992년 출시된 캡콤의 ‘스트리트 파이터2’는 아케이드 센터를 장악해버렸고 이에 맞춰 수많은 명작들이 쏟아져 유저들의 이목을 사로 잡았다.

특히 2D와 3D의 과도기였던 90년대 후반은 정말 주옥 같은 게임들이 출시된 시기이기도 하다. 오늘 이야기를 나눌 ‘소울 칼리버’ 시리즈 역시 이때에 시작됐다.

소울 칼리버 하면 생각나는 소피티아의 행복(?) 잡기.

1993년 12월 아케이드용으로 발매된 세가의 ‘버추어 파이터’와 1994년 12월 등장한 ‘철권’은 3D 격투 게임의 대표적 작품이자 3D 붐을 이끌어낸 장본인이다. 둘의 경쟁은 치열해졌고 남코 측은 경쟁 분야를 넓히면서도 3D 주도권을 잡을 수 있길 바래왔다.

그래서 선보인 작품이 1996년 아케이드용으로 등장한 ‘소울 엣지’다. 당시 3D 격투 게임들은 대 부분 주먹 대 주먹이라는 형태로 전개 됐는데 이 게임은 검 또는 무기를 들고 싸우는 방식이었다. 1995년 PS1용으로 출시된 ‘투신전’과 흡사한 무기 기반 대전 게임이었던 것.

비운의 게임이자 고전 팬들에게 슬픈 추억의 게임 투신전2

(투신전 시리즈와 철권, 버추어 파이터 시리즈 이야기는 담에 다루는 것으로 함)

아케이드 용으로 등장한 소울 엣지는 2~3번의 수정 패치를 거듭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악의 평가를 받았다. 시리즈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인 가드 임펙트가 거의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고 움직임이나 캐릭터 밸런스 측면에서 최악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개발 당시 철권의 4버튼 체제가 아닌 버추어 파이터와 흡사한 버튼 체계를 사용한다고 해 화제가 됐다. 하지만 완성도 면에서 너무 떨어졌고 여러 수정 단계를 거쳐 조금 나아졌지만 결과적으로는 아케이드 시장 내 참패라는 성적표를 받게 됐다.

초월 이식의 대표 주자 드림캐스트용 소울 칼리버

하지만 독특한 캐릭터성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있었던 것을 참고한 남코는 이미 ‘초월 이식’으로 큰 성공 및 시리즈 부활을 이룬 철권 시리즈를 참고, PS1으로 이식해 보란 듯이 반전에 성공한다. 밸런스 및 게임성이 탄탄해졌고 엄청난 볼륨의 콘텐츠로 즐기는 재미가 극대화 됐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점은 소울 엣지라는 이름 자체가 상표권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의견 때문에 일본판은 소울 엣지, 북미와 유럽판은 소울 블레이드(Soul Blade)로 변경돼 출시된 점이다. 이로 인해 소울 엣지는 다음 편에서 ‘소울 칼리버’라는 이름을 달게 되고 시리즈를 이어나가게 된다.

전작이 미완의 게임성을 가졌다면 1998년 출시된 소울 칼리버(소울 엣지2)는 격투 게임으로선 그야말로 최고의 완성도를 가진 명작으로 기록됐다. 획기적인 8방향 이동 시스템과 종, 횡 방식의 공격과 다양한 커맨드 콤보 기술 등은 타 게임을 한참 능가하는 수준이었다.

iOS로 이식됐던 소울 칼리버

특히 완성형으로 변한 가드 임펙트는 무기 싸움이 가진 특유의 공방을 극대화 시키며 화제가 됐다. 당시 고수들 사이에서는 가드 임펙트를 얼마나 잘 쓰는지로 언쟁을 할 정도였다. 가드 임펙트는 상, 하로 공격이 들어올 때 가드 버튼과 레버를 앞, 뒤로 하면 발동되는 반격 기술이었다.

가드 임펙트는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자신에게 유리함을 만드는 과감한 시도였다. 이게 실패할 경우 100% 카운터 공격으로 반격 당했기 때문. 검으로 베어 내는 느낌보단 때리는 느낌이 강했던 작품에서 무기로 싸우는 살벌함을 잘 느끼게 해줘 호평 받았다.

그리고 8방향으로 움직이는 이 획기적인 기능은 외형만 3D에 가깝던 다른 격투 게임 시리즈와 달리 정말 자유로운 3D 환경 내 결투를 이끌어내면서 호평 받았다.

한국인 캐릭터 성미나(오른쪽)도 있지만 4편부턴 나오지 않게 됐다. 왜?

격투 게임 자체로서의 밸런스도 상당했다. 기본적으로 가드와 회피, 카운터가 상당히 잘 짜여 있었으며, 잡기, 가드 임펙트, 막을 수 없던 공격 ‘소울 차지’ 등으로 3D 환경 내 재미를 충실하게 보여줬다. 아케이드 센터에서 한 동안은 이 게임의 열풍이 다른 게임들을 제쳤을 정도다.

그리고 당연하듯 나온 초월 이식은 PS 진영이 아닌 세가의 드림캐스트에서 이뤄졌다. 당대 뛰어난 성능과 ‘센무’ ‘버추어 파이터3’ 등의 독점 작품으로 강세를 띄던 드림 캐스트로 나온 소울 칼리버 이식작은 엄청난 수준의 초월 이식으로 화제를 만들어냈다.

캐릭터 수만봐도 기분이 좋다.

1999년 격투 게임으로는 처음 ‘올해의 게임’(GOTY)에 선정됐으며, 일본 패미통 크로스 리뷰에서는 역대 두 번째로 격투 게임으로는 최초로 40점 만점을 달성했다. 해외 언론이 선정한 역대 게임 100선에 3위로 랭크되는 기염도 토했다. 그야말로 ‘초대박’이었다.

이 높은 완성도는 향후 나올 시리즈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아케이드용과 초월 이식 콘솔 버전이 계속 나오며 많은 유저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남코의 독특하면서도 과감한 시도는 계속됐다. 2002년 출시된 ‘소울 칼리버2’의 경우는 아케이드 용에서는 소울 엣지의 저주에 맞춰 형편 없는 밸런스를 자랑했지만 역시 가정용 이식에서 초월 이식을 달성, 밸런스와 재미 모든 면에서 완벽함을 보여줬다.

소울 칼리버 시리즈의 상체를 담당했던 타키, 하지만 아이비한테.. 넘겨줘버렸다.

특히 당시 PS2와 게임큐브, Xbox 기종에 맞춰 게스트 캐릭터를 다르게 했다는 점은 많은 화제가 됐다. 각 지역, 유저들의 특색을 반영한 각각 다른 캐릭터를 독점 캐릭터를 넣었던 것이다. 그래서 기종이 1개이지만 게임은 수집용으로 3개 사는 유저도 많았다.

최고의 그래픽과 최고의 게임성, 격투 게임 특유의 완벽한 심리전까지 드림캐스트 이식작 1편에 뒤쳐지지 않은 수작으로 찬사를 이끌어냈다. 참고로 PS2용 소울 칼리버2는 현지화 돼 국내 정식 출시됐다. 많은 유저들의 엄지 척을 받은 작품이다.

PS2는 헤이하치, 큐브는 링크, Xbox은 스폰이 독점 캐릭터로 등장했다.

2005년 나온 후속작 소울 칼리버3는 아케이드용 대신 콘솔 버전으로 먼저 개발된 첫 번째 작품이다. 유저들의 성화로 아케이드용이 나오긴 했지만 전체적인 콘텐츠와 형태는 콘솔에 최적화된 느낌을 준다.

엄청난 수집 요소와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던 시스템, 30시간 이상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모드 등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전 세계 동시 발매를 의식한 무리한 개발 작업 진행 때문에 대전 밸런스가 좋지 못했다. 

각종 말도 안되는 캐릭터가 난무했던 소울 칼리버3

그래서 북미판, 일본판, 아케이드 순으로 계속 밸런스 조정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2편이 가졌던 밸런스만큼의 재미는 나오지 않았다. 여기에 황당할 정도로 잘하는 인공지능 캐릭터와 대전은 초보 유저들의 이탈을 이끌어냈다.

이때부터 소울 칼리버 시리즈는 다양한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밸런스 문제는 꾸준히 발목을 붙잡게 되고 게임성 하락으로 인한 팬들의 이탈이 이루어지게 됐다. 2008년 출시된 소울 칼리버4는 새로운 시스템 소울 게이지, 가드 크러시, 크리티컬 피니시 등을 도입한 신작이었다.

이때부터 반다이남코는 본격적으로 그걸(?) 시도했다. 고맙다..

방어에 대한 개념 자체를 좀 더 무기 전투화 시킨 것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좋지 못했다. 상대의 갑옷을 파괴하고 그 상태에서 한 방에 상대방을 무너뜨리는 크리티컬 피니시를 넣는 과정은 썩 재미있지도, 그렇다고 밸런스가 좋았다고 보긴 어려웠다.

그나마 스타워즈의 요다와 다스 베이더, 그리고 스타 킬러가 게스트 캐릭터로 참전해 북미 내에서 높은 판매량을 보였지만 게임성 자체는 2편 이후로 퇴보하고 있다는 비난을 벗어날 수 없었다. 이때부터 여성 캐릭터는 과도한 노출이나 가슴, 엉덩이 모핑 기능이 과해지기 시작했다.

누가봐도 노린 티가 나는 갑옷 파괴.. 왠지 황금성 게임이 생각난다.

한 동안 시리즈의 출시가 없이 흘러가다가 2012년 2월 등장한 PS3와 Xbox360용으로 후속작이 나왔다. 당시 일본에서 신문 전면 광고로 아이비의 상체 이미지와 “가슴의 설렌다”라는 캐치 프래이즈를 내걸어 국내에서 큰 화제가 됐다. (참고로 2개의 광고가 더 있다)

논란의 그 광고 중 하나. 이 외에도 엉덩이와 하체(?)가 있다.

현재까지 소울 칼리버 정식 넘버링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소울 칼리버5는 구세대 플랫폼의 성능을 최대로 사용해 나온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나 확 줄어든 캐릭터와 클론 캐릭터들이 대거 늘어난 점, 그리고 허무한 스토리 모드는 시리즈 최악의 평가를 기록했다.

다만 온라인 기능만큼은 그대로 뛰어나 호평 받았다. 최악의 평가는 최악의 매출로 연결됐다. 결국 이로 인해 시리즈의 존재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당시 자금 문제를 겪던 반다이남코 측 입장 때문이기도 하지만 멋진 시리즈의 몰락을 바라 보는 팬들의 입장에선 슬플 수 밖에 없었다.

여기까진 정상처럼 보였지만.. 게임은 최악에 가까웠다.

소울 칼리버는 정식 시리즈 외에도 Wii용으로 나온 괴작 소울 칼리버 레전드를 비롯해 PSP용 소울 칼리버 브로큰 데스티니, 온라인 무료 게임 소울 칼리버 로스트 소드, iOS용 소울 칼리버 언브레이커블 소울 등이 나왔다. 이식작도 여러 편이 있었다.

그런 소울 칼리버 시리즈가 벌써 20주년을 맞이했다. 여전히 후속작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고 있지 않지만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 측은 20주년을 기념한 작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물론 그 첫 번째 작품이 ‘파칭코’라는 점은 팬 입장에서 조금 괴롭긴 하지만 말이다.

뛰어난 캐릭터성이 아깝다. 어서 신작을...

오랜 시간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은 소울 칼리버 시리즈는 격투 게임이 낼 수 있는 다양한 기록 등을 생성한 것은 물론 3D 격투 게임들에 많은 영향을 끼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20주년을 맞아 어떤 작품들이 추가로 등장할지 아직 예측은 할 수 없지만 다시 한 번 현세대기로 소울 칼리버 시리즈를 만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그리고 더 오랜 기간 사랑 받을 수 있는 게임 시리즈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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