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야마 아키라가 작품으로 원했던 유일한 것 "소년의 행복"
유희를 넘어 모험과 우정 그리고 유머를 알려준 작품들

"제가 계속 그림을 그리며 원했던 유일한 것은, 일본 소년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뿐이었습니다"

만화뿐만 아니라 전 세계 대중문화에 많은 영향을 끼친 작가 토리야마 아키라가 세상을 떠났다. 그의 만화와 이야기를 사랑하고 영향받았던 팬들과 동료들의 애도가 이어졌다.

토리야마 아키라는 생전 부끄러움이 많아 외부에 자신을 많이 노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일본 소년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코멘트도 2013년 아사히 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나온 말이다.

토리야마 아키라를 논할 때면 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그의 간결하고 직관적인 액션 연출과 탁월한 데포르메다. 데포르메는 대상을 변형하거나 축소 과장해서 표현하는 표현 방식을 말한다. 일본 만화계에서 그의 데포르메는 필적할 만한 인물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몬스터’, ‘플루토’ 등의 대표작을 가진 일본 만화계의 거장 중 하나인 우라사와 나오키는 토리야마 아키라의 사망 소식에 애도를 표하며 소년 점프에서 ‘닥터 슬럼프’를 처음 보고 “와, 이 사람은 만화를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릴 것 같다”며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토리야마 아키라의 데포르메와 관련된 유명한 일화 중 하나는 ‘드래곤 퀘스트’의 슬라임 탄생 비화다. 토리야마 아키라는 호리이 유지의 거친 슬라임 스케치를 재탄생시켰고 게임 역사상 가장 유명한 슬라임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의 데포르메는 과감함 안에서도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다. 특히 그가 사랑한 기계와 탈것들이 유명하다. 데포르메와 리얼리티 그 사이의 절묘한 양립이 그의 독보적인 화풍을 만들었다.

그는 자신의 그림 안에서 동물을 포함해 인간과 사물까지 절묘한 데포르메를 거쳐 생명을 부여했다. 이것들이 모여 그 시절 소년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던 소년 만화로 총칭됐고 이는 여전히 팬들의 가슴 속에 남아있다.

그 스스로 직접 이런 데포르메 노하우에 대해 밝힌 바는 없지만, 그의 작업 방식과 가정 환경을 비롯한 생애, 재능 등이 비평가나 작가, 팬들에게 종종 소개되곤 한다.

그의 작품에서 주인공은 특유의 낙천적이고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성격에 유머를 잃지 않는 단단한 모습을 보인다. ‘닥터 슬럼프’의 아라레와 ‘드래곤볼’의 손오공 모두 세상과 동떨어진 곳에서 시작해 우연의 사건으로 사회 규범과 타자와 관계를 맺게 된다. 그리고 안에서 벌어지는 촌극이 작품 특유의 유머 코드로 나타난다.

이는 사회와의 관계를 막 맺기 시작한 당시의 청소년들은 물론 작가 자신처럼 성인이 되어도 사회적인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많은 어른들의 공감을 얻었다. 그리고 사랑스럽게 묘사되는 배경 세계와 인물들은 자신의 부족함이 못나지 않았다는 일종의 안도감을 주기도 했다.

토리야마 아키라의 어린 시절은 그다지 풍족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의 초대 담당 편집자 토리시마 카즈히코에 따르면 “집은 가난했지만 부모 모두 느긋한 사람이었고, 둘이서 왈츠를 추곤 했다”고 한다.

그는 생애 동안 동물을 사랑하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종종 작가의 말로 동물과의 일상을 전달하곤 했는데 작품 ‘닥터 슬럼프’의 펭귄 마을에는 이족 보행을 하고 사람과 같은 권리를 가진 동물들이 의인화되어 등장하기도 한다.

'샌드랜드' (자료: 스팀)
'샌드랜드' (자료: 스팀)

그는 ‘드래곤볼’ 이후 단편들에서 자연과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기도 했다. 4월 출시를 앞둔 ARPG ‘샌드랜드’의 동명 원작 만화에서는 인간과 마물의 관계를 통해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탄압, 빈부 격차 등의 사회 문제를 그려낸 바 있다.

주변인들에게는 장난기 많고 순수한 성격이지만, 부끄러움이 많았던 그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만화로 그려냈고 이는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팬들에게 닿았다.

토리야마 아키라는 JRPG 역사에도 큰 족적을 남겼다. 잘 알려진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와 ‘크로노 트리거’에서 그의 아트 스타일을 빼놓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희미한 경계의 단어로 모호하게 들리겠지만, JRPG라면 으레 떠올리게 되는 특유의 두근거림은 토리야마 아키라의 감성과 아주 닮아 있다. 무엇이 먼저라고 특정하긴 어렵다. 다만 토리야마 아키라 특유의 아트 스타일은 JRPG 내러티브의 특징과 아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크로노 트리거' (자료: 스퀘어 에닉스)
'크로노 트리거' (자료: 스퀘어 에닉스)

JRPG와 소년 만화, 당대 서브컬처의 중심에는 토리야마 아키라가 있었고 그의 이야기 전달 방식과 그림 모두 영향을 주고 받았을 것이다.

후대 아티스트들에게 토리야마 아키라는 재패니메이션과 JRPG 두 개의 축에 큰 족적을 남긴 거인으로 남았고 그의 어깨에 기댈 수밖에 없다.

토리야마 아키라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이후 쏟아진 안타까움은 그가 단순히 대중문화에 영향을 미친 뛰어난 아티스트여서가 아니다. 그의 작품은 유희를 넘어 동시를 살아간 이들에게 모험과 우정 그리고 유머를 알려준 일종의 지침서이기도 했다.

토리야마 아키라가 건넨 행복은 다행히 작품으로 그대로 남았고 앞으로도 계속 소개될 것이다. 또 한편, 그에게서 행복을 건네받은 소년과 소녀들이 대중문화 곳곳에 아티스트로 자리 잡았기에 그들의 작품에서 우리는 토리야마 아키라가 건넨 유산을 다시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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