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추얼, 게임 다변화, 이미지... 오랜 약점을 알차게 채우다

트위치 한국 철수를 둘러싸고 벌어진 아프리카TV(숲)와 네이버 신규 서비스 '치지직'의 스트리머 영입 경쟁이 일단락됐다. 

이름이 알려진 트위치 방송인들은 모두 차후 행선지를 정했으며, 플랫폼을 완전히 넘어오거나 동시 송출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맞춰 치지직은 19일 오픈 베타를 실시했다.  한국 트위치가 완전히 종료되는 2월 27일부터 각 방송은 완전히 각자의 길을 걷는다.

아프리카TV는 경쟁 시작부터 잃을 것이 없었다. 최근 수년 동안 점유율 1위를 가져간 트위치가 한 순간에 사라지고, 치지직은 이제 막 베타를 시작한 만큼 전반적 환경에서 갈 길이 바빴다. 1위 탈환은 당연했고, 극소수 방송만 데려온다 해도 그만큼 플러스가 되는 조건이었다. 

적극적인 영입 공세를 퍼부은 결과, 결과는 기대 이상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트래픽이나 매출 상승을 넘어 "가려운 곳을 정확하게 긁어줬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아프리카TV의 약점으로 늘 골을 썩였던 빈 공간이 모두 채워진 것이다.

한국 최대 버추얼 오프라인 행사였던 지난 10월 이세계 페스티벌 현장
한국 최대 버추얼 오프라인 행사였던 지난 10월 이세계 페스티벌 현장

■ '왁타버스', 버추얼 콘텐츠와 거대 팬덤

숫자만 따지면, 아프리카TV 내 버추얼 방송은 트위치 못지 않았다. 그러나 중량감은 비주류에 속했다. 트위치는 이세계 아이돌, 스텔라이브 등 다양한 그룹이 대형 팬덤을 키우면서 국내 시장을 이끌고 있었다. 

세계적으로 버튜버 시장 규모가 폭등하는 가운데, 원체 이용 연령층이 높던 아프리카TV는 차세대 시청자도 계속 빼앗기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왁타버스'가 새로운 시청자층 확대를 위해 아프리카TV 이적을 선언하면서 상황은 완전히 급변했다.

우왁굳의 이적은 한 사람 이동이 아니었다. 그가 발굴하고 기획한 그룹 이세계 아이돌, 고멤(고정멤버), 중간계 방송인, 이를 따르는 버추얼 후발주자들까지 이미 완성된 거대 생태계가 넘어온 것이다. 버추얼 콘텐츠에서도 국내에서 독보적이기 때문에 선순환을 기대하기도 편해졌다.

물론 전체 트래픽에서도 확실하게 우세를 휘어잡는 결정적 한 방이었다. 왁타버스 전체가 발생시키는 고정 시청자는 동시간 트래픽으로만 따져도 5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만약 이들이 치지직으로 갔을 경우 양 플랫폼 점유율이 50:50에 근접할 수 있었다.

1월 아프리카TV 게임 점유율 랭킹
1월 아프리카TV 게임 점유율 랭킹

■ 이제 '롤스타배그마크'가 전부 아니야... 종합 게임 생태계

그동안 유입을 걱정해온 또다른 이유는 소재 다양성이었다. 대형 BJ와 시청자 모두 신선한 게임보다는 익숙한 게임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다. 게임은 부수적인 소재고, 유동층이 곧바로 적응할 수 있는 방송간 스토리 쌓기를 중요시하는 문화다.

방송용 신작 게임 유행은 언제나 트위치에 비해 한 발짝 늦게 왔다. 혹은 아예 오지 않았다. 반면 트위치는 어떤 게임을 좋아하더라도 전문 방송이 하나씩 있을 만큼 다변화되어 있었다. 게임 트렌드에 민감한 신규 시청자는 대부분 트위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아프리카TV에 '중간층' 방송이 텅 비었던 것도 비슷한 이유다.

이런 빈 공간이 급격히 채워졌다. 격투게임 전문 스트리머 짬타수아, 종합게임 전문 버튜버라는 독특한 포지션의 마왕루야가 대표적이다. 타요 등 다양한 게임을 다루지만 파트너가 부족해 애를 먹었던 기존 BJ들과 시너지가 만들어지며 관심이 급증했다. 그밖에도 '니케 전도사'로 불리는 버튜버 9호처럼 다양한 비주류 게임 방송이 눈에 띈다.

아직 실체화되진 않았지만 종합 게임 크루를 형성하겠다는 말도 나온다. '헬다이버즈2' 같은 최신 스팀 신작의 합방 콘텐츠는 평소 아프리카TV라면 극히 보기 힘들었을 것들이다. 그런 것들이 최근 충분한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다. 상상할 수 없던 변화다.

■ '이미지', 되돌릴 기반을 찾다

객관적으로, 당장은 아프리카TV의 방송 환경이 치지직보다 위다. 10년 이상 쌓인 시스템과 막 시작된 베타 서비스의 차이는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위치 시청자들이 치지직 이적을 선호한 큰 이유 중 하나는 이미지다. 

'엑셀 방송'으로 대표되는 선정적 단체 방송, 사회부 뉴스에 종종 등장한 논란 등이 근거가 됐다. 건전하게 진행하는 주류 방송도 많지만 외부에서 보는 대중적 시선을 돌리기는 어려웠다. 이번에 각기 유입된 거대 팬덤과 유망주 방송 다수는 기존과 다른 스타일을 가졌다. 외부 시선도 함께 집중된 시기라 분위기를 전환할 기회다.

이미지는 단기간에 바뀌기 어렵다. 하지만 상승세로 돌아선다면 언젠가 결과는 온다. 3월 '숲' 리브랜딩과 명칭 개선이 겹쳐진다면 플랫폼, 나아가 인터넷 방송 문화를 향한 시선도 달라질 수 있다. 선의의 플랫폼 경쟁이 모두가 승리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길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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