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 네 번째 리그 쓰리핏 달성, 새로운 '왕조' 역사로
'쵸비' 커리어 첫 파이널 MVP 선정, '피넛' LCK 정글 최초 6회 우승

[게임플] 격차는 분명 있었다. 디펜딩 챔피언 젠지가 T1을 3대0으로 꺾고 2023 LCK 서머 우승 타이틀을 차지했다.

젠지가 리그 3회 연속 우승을 가져가면서 SK텔레콤, T1, 담원에 이어 네 번째로 LCK 왕조 건설을 이룩한 팀이 됐다. 젠지는 밴픽과 인게임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승리 플랜을 짜온 듯한 모습이었다. 부활한 T1을 완벽하게 해체 분석한 듯한 젠지는 한 치의 틈도 내주지 않으며 시리즈를 가져왔다.

■ 1세트 - 완벽한 준비, 완벽한 경기력, 시리즈 지배의 시작

양 팀은 비슷한 밴픽 전략을 가져왔다. 젠지와 T1은 캐리력과 변수를 만들어 내는 미드의 챔프 폭을 줄이고 상대 바텀 캐리력을 낮추는 데 집중했다. 문제는 젠지의 4, 5픽 탈리야, 카밀에서 시작됐다. 두 챔피언의 등장은 이번 시리즈가 예상치 못할 방향으로 흘러갈 것임을 예고하는 듯한 전주로 느껴졌다.

경기 9분 젠지가 카밀, 탈리야의 세트 플레이를 펼쳤다. 젠지가 먼저 ‘제우스’의 아트록스를 잡아내며 킬을 가져갔다. 젠지는 픽의 중점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T1 역시 이를 놓치지 않고 카밀을 뚫어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쵸비’의 탈리야가 협곡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17분 용 둥지 앞 결정적인 한타 장면, 젠지는 ‘도란’의 카밀과 ‘딜라이트’의 라칸을 앞세워 한타를 완전히 가져갔다. T1 역시 놓치지 않고 ‘페이커’를 중심으로 상체 힘을 주면서 카운터를 치고 ‘오너’가 바론을 스틸하는 등 저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미 성장한 젠지의 압도적인 힘을 막을 수 없었다.

젠지는 밴픽과 인게임까지 모든 것이 준비된 것처럼 유기적으로 게임이 흘러갔다. 각 선수들의 플레이까지 부드럽게 흘렀고 결국 마지막 한타에서 T1을 먼저 눕히며 승리를 가져갔다. 1세트 젠지는 디펜딩 챔피언의 위엄을 제대로 보여줬다. T1이 젠지를 올려다볼 수밖에 없었다.

■ 2세트 - 이번 시리즈는 ‘피넛’ 손바닥 안에 있다

1세트 결과에 따라 이번 시리즈 젠지가 밴픽에서 더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T1은 다시 마오카이를 가져가고 ‘아펠-룰루’ 조합으로 바텀을 완성했다.

젠지는 아펠리오스의 빠른 성장을 막을 수 있는 블리츠크랭크를 뽑았다. T1은 1세트에서 활약한 ‘쵸비’의 탈리야를 닫았다. 젠지는 제이스, 그라가스를 닫으면서 잭스 밴을 강제했다. T1은 아리, 크산테를 가져가면서 아펠리오스에 힘을 더욱 싣는 밴픽으로 마무리했다. 젠지는 5픽 사일러스를 가져가면서 T1 조합의 허점을 다시 완벽히 비집고 들어갔다.

밴픽에서 우위를 가져간 젠지는 경기 초반부터 ‘피넛’의 세주아니를 앞세워 몰아쳤다. 피넛은 미드에서 ‘페이커’의 아리를 잡아내고 위기의 ‘도란’ 바로 뒤에서 나타나는 등, 마치 ‘오너’의 모든 동선을 꿰는 듯한 플레이를 보여줬다.

꾸준히 킬 포인트를 쌓은 젠지는 다시 ‘페이즈’의 제리를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T1 역시 다시 반격의 기회를 가지면서 젠지의 압박을 벗어나며 용 스택을 쌓았다. ‘구마유시’의 아펠리오스의 성장과 함께 오브젝트에서 유리하게 앞서 나간다면 경기 후반 분명 승산은 있었다. 하지만 젠지는 T1을 상대로 절대 멈추지 않았다.

미드에서 ‘딜라이트’, ‘페이즈’ 듀오가 ‘페이커’의 아리를 잡아내고 경기 17분경 미드에서 T1을 강하게 밀어내며 킬과 타워를 가져갔다. 경기 20분 킬스코어 8대2까지 벌어졌다.

곧 이어진 21분 한타에서‘딜라이트’가 ‘구마유시’를 완벽히 막아내면서 한타를 가져왔고 바론까지 가져갔다. 양 팀의 격차는 더욱 빠르게 벌어졌다.

경기 30분 ‘쵸비’의 사일러스가 한타의 시작을 알리는 것과 동시에 세트의 끝을 알렸다. T1은 젠지의 파상 공세에 맥 없이 무너졌다. 1세트와 마찬가지로 다시 경기 30분 만에 세트를 가져왔다.

■ 3세트 - 안간힘을 다해 격차를 줄인 T1, 그러나 거인은 무릎 꿇지 않았다

앞선 두 세트의 밴픽 구도에서 젠지에게 완벽히 말린 T1은 레드 사이드를 선택했다. T1은 판을 다시 짜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블루 사이드 젠지에게 라칸을 먼저 내주고 세주아니, 노틸러스를 가져왔다. 소규모 교전과 바텀 라인전을 유리한 고지에서 시작하고 싶어했다. 젠지는 마오카이를 가져가며 닐라를 뽑아 들고 바텀 싸움에 힘을 줬다. T1 역시 드레이븐을 뽑아 들면서 바텀 라인전에 힘을 줬다.

이번 세트 역시 밴픽 구도에서 예고된 대로 바텀 힘싸움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젠지는 경기 시작 3분 만에 T1 바텀의 힘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피넛’과 함께 듀오 킬을 낸 젠지의 바텀은 빠르게 힘을 받기 시작했다. ‘페이즈’의 닐라의 성장 커브가 급격히 올라섰다.

킬을 교환하던 양 팀의 균형은 경기 13분 젠지를 향해 기울기 시작했다. 미드에서 닐라, 라칸 듀오가 ‘페이커’의 탈리야를 잡아내고 동시에 탑에서 마오카이, 잭스가 ‘제우스’의 나르를 잡아냈다.

T1은 마지막 변수 ‘구마유시’의 드레이븐을 중심으로 게임의 판을 다시 짜야했다. 경기 15분 T1이 용 둥지 한타에서 앞서면서 분위기를 전환했다.

20분 용 둥지 앞에서 T1이 한타를 가져가며 후반 교전의 기틀을 마련했다. T1은 ‘구마유시’와 ‘페이커’를 중심으로 승점을 조금씩 쌓았다. T1 캐리력의 중심인 ‘제우스’의 나르 역시 빛났다.

하지만 중요 순간마다 젠지를 완벽히 무너뜨리지 못했다. 거인은 잠시 휘청였을 뿐이었다. T1은 끝까지 물고 늘어졌지만, 젠지를 끝내 그라운드로 데려가지 못했다. 오늘 시리즈에서 가장 길고 긴장감 넘친 이 경기는 35분 라인을 조금 넘어선 ‘제우스’를 젠지가 쫓아가기 시작하면서 향방이 결정되기 시작했다.

젠지는 곧바로 T1의 약점을 찾아 한타를 벌렸고 과정에서 오늘 계속해서 상수로 팀에서 활약을 해준 ‘딜라이트’와 ‘도란’이 활약하면서 이번 시리즈의 끝을 장식했다.

한 때 언더독으로 불리고 또 우승에 간절히 목말라했던 젠지는 2023년 왕조를 건설했다. PO와 정규 시즌 불안한 모습도 있었지만, 지난 스프링과 마찬가지로 결승전마다 보여주는 젠지의 저력은 믿을 수 없이 강력했다.

젠지는 밴픽부터 인게임까지 항상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모든 선수가 고른 활약을 보이며 슈퍼플레이보다 유기적인 팀 게임을 펼친 젠지는 지난 스프링에 이어 다시 성장한 모습으로 왕좌에 올라섰다.

‘피넛’은 LCK 정글러 최초 6회 우승 기록을 달성했다. ‘도란’은 탑 라이너 최초 리그 3회 연속 우승, ‘페이즈’는 로얄로더 등극 후 다시 우승을 가져가면서 기록을 써내려 간다. '쵸비'는 이번 시리즈 파이널 MVP로 선정되면서 커리어 최초 파이널 MVP 기록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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