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메이드 어드벤처, 웰메이드 타이쿤... 이 둘의 환상적 궁합

[게임플] 아무래도, 넥슨이 홈런 한 방을 친 것 같다.

기존 문법에서 벗어나 재미에 집중한 개발. 넥슨 서브 브랜드 '민트로켓'이 출범하면서 내세운 문장이었다. 그와 함께 처음 공개한 게임이 바로 '데이브 더 다이버(이하 데이브)'였다. 

게임의 원형은 2018년 지스타에서 만난 적이 있다. 네오플이 개발한 모바일 해양 어드벤처 게임이었다. 바다에 깊이 들어가 물고기를 잡아 도감을 채우고 유적도 탐사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당시 시연으로는 뚜렷한 플레이 목적을 찾기 어려워 보였다.

민트로켓과 함께 스팀 얼리액세스로 출시된 '데이브'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점점 큰 물고기를 잡아나가야 할 이유가 생겼다. 저녁에 열릴 초밥집 장사를 위해서였다.

심해 공포스러운 연출도 곳곳에 잘 들어가 분위기를 살린다
심해 공포스러운 연출도 곳곳에 잘 들어가 분위기를 살린다

주인공 데이브는 아침과 낮에 해저를 탐험하고, 그 과정에서 얻은 재료를 저녁에 '반쵸 스시'에서 사용한다. 초밥집 파트 하나만으로도 어지간한 타이쿤 게임의 볼륨에 필적한다. 해양 어드벤처에 초밥집 경영을 섞자 게임 전체 시너지가 환상적으로 살아났다.

어드벤처 파트는 정석적인 단계별 성장 구조를 가진다. 처음에는 얕은 바다에서 작은 물고기만 잡을 수 있지만, 돈을 벌고 더 좋은 장비를 얻을수록 깊이 내려가 더 좋은 사냥감을 노리게 된다.  

큰 물고기를 잡는 수단은 자유롭다. 기본이 되는 작살은 탐험 과정에서 전기나 독 같은 속성으로 교체할 수 있고, 그 성질에 따라 포획 강점과 조작법이 다르다. 총기류를 사용하면 강력한 적을 제압할 수 있지만 초밥 재료로서 품질은 낮아진다. 네트건을 사용한 그물 포획이나 마취로 온전한 품질을 얻는 방법도 있다. 

뛰어난 타격감과 상어 등 강력한 적을 상대할 때의 긴장감도 잘 표현됐다. 대미지를 입으면 산소통이 크게 줄어들고, 산소가 0이 되면 사망해 수집품 대부분을 잃는다. 톱상어를 처음 만나 생존의 위기를 겪거나 대왕오징어와 사투를 벌일 때는 액션 게임을 떠올릴 만큼 격렬한 전투를 경험할 수 있다.

초밥집 파트는 '신의 한 수'다. 해저 탐험에서 어인족의 비밀을 파헤치고, 초밥집에서는 그 탐험의 보상을 얻는다. 게임의 동기부여가 부드럽게 순환되는 구조다.

데이브는 서빙을 맡으면서 식당 인테리어를 바꾸거나 점원을 고용해 성장시키기도 한다. SNS '쿡스타'를 통해 단골 손님을 유치하고, VIP를 만족시키는 이벤트는 게임 재미를 더한다. 메뉴 강화나 신메뉴 개발 등은 기본이고 나중엔 농작물까지 재배하게 되어 끝도 없이 이어지는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었다. 게임을 중간에 끄기 어려운 이유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내내 감탄하게 되는 것은 유려하고 섬세한 픽셀 그래픽이다. 100종이 넘는 해양 생물이 아가미 디테일까지 서로 다른 모습으로 구현됐다. 깊이 내려갈 때마다 제각각으로 변하는 배경 분위기는 게임을 지루할 틈 없게 만든다. 

적절하게 구성된 사운드도 해저 탐험 분위기를 살리는 데 제몫을 한다. 음악은 지상에서 평화로워지고 깊은 바다에서 신비해진다. 오락실의 아케이드 게임을 떠올리게 하는 효과음에서도 영리한 배치가 느껴진다.

픽셀 그래픽으로 빚어낸 컷신은 퀄리티도 좋고, 무엇보다 재치가 넘친다. 반쵸의 비장한 요리 개발 씬이나 더프의 장비 강화, VIP 손님이 최고의 초밥을 먹고 전율하는 장면 등이 과장되게 표현되어 곳곳에서 웃음을 짓게 만든다. 

기습적으로 튀어나오는 여러 패러디도 유머 요소로 합격이다. 잊혀진 넥슨의 게임들을 활용한 오마주도 있는데, 예컨대 더프가 아끼는 피규어 '레아스쨩'은 과거 서비스했던 '마스터 오브 이터니티(M.O.E)' 주인공 캐릭터였다. 게임을 즐겨봤다면 반가울 장면이다.

칭찬할 점은 또 남았다. 캐릭터 하나하나 매력이 빛난다. 할 일이 많은 게임이라 스토리를 굳이 보기 귀찮을 법도 한데, 인물 성격과 대사가 제각각 개성이 넘쳐서 대화를 모두 지켜보게 된다. 매력적인 게임을 만들기 위해 온 정성을 쏟았음을 짐작하게 한다. 

컷신 연출은 '데이브'를 더 감칠맛 나게 해주는 조미료다
컷신 연출은 '데이브'를 더 감칠맛 나게 해주는 조미료다

개선점으로는 사소한 것들이 몇 있다. 초밥 메뉴를 선택할 때 가격이나 만족도 순서로 정렬 기능이 있다면 한결 편할 것이다. 그리고 자동저장 시점이 좀 모호해서, 지금 게임을 종료하면 어디에서 다시 시작되는지 알기 어렵다. 그밖에는 간혹 튕기는 현상이 일어나는 버그를 고칠 필요가 있다. 

아직 얼리액세스 버전이고, 정식 출시는 아니다. 지금 구현된 3챕터까지 플레이타임은 넉넉하게 할 경우 10시간 정도 나왔다. 여기에 조금 더 도감 수집에 욕심을 부린다면 몇 시간 더 즐길 수 있을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망은 밝다. 게임의 기본 설계가 독특한 동시에 빠져든다. 글로벌 시장의 수많은 도트 게임들 가운데서도 이미 정체성이 뚜렷하다. 추가 지역은 정식 출시까지 천천히 넣기에 충분하다. 재미 면에서 이미 완성된 게임이다.

2022년 최고의 재미를 선사한 국산게임으로 꼽고 싶다. 아니, 글로벌 스팀게임 전체를 기준으로 잡아도 올해 이 정도로 인상적인 게임은 몇 없다. 사업 논리를 신경 쓰지 않고 '재미'에 집중하겠다는 자유로운 개발이 만들어낸 쾌거다. 넥슨 민트로켓의 빛나는 아이디어를 정식 출시에서도, 그리고 차기 신작에서도 오래 만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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