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되는 질병코드 등록으로 인한 우려, 인식 개선이 앞장 서야

[게임플] 역사적으로 ‘뉴미디어 포비아’는 지속되어 왔다. 현재는 아무런 문제 없이 매스 미디어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텔레비전도 ‘바보 상자’라는 오명을 거쳐왔고, 현재로서는 게임이 이러한 대중들의 ‘포비아’를 이어받았다.

지난 5월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로 등록하면서 ‘게임 포비아’는 근거를 얻었다. 물론 이 질병코드 등록이 ‘게임=질병’이라는 공식을 성립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게임을 싫어하는 기성 세대, 일부 의료계와 정신학계, 학부모 등에게는 게임 이용자를 억압할 수 있는 하나의 ‘무기’로 작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게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즉,  ‘포비아’를 느끼는 이들은 게임을 ‘생산적인 활동’으로 보지 않는다. 직장 생활과 학업 등은 효율적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게임은 그저 시간을 낭비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심지어 여행, 독서, 영화 관람 등의 여가 활동까지도 ‘생산적인 활동’, 노동 이후의 ‘알찬 시간’으로 보지만, 게임은 이 분류에 끼지 못한다. ‘게임 포비아’를 지닌 일반적인 인식 안에서 게임 이용은 가치 없는 행위이며, 돈을 벌기 위한 생계 활동과 학생들의 학업을 방해한다고 여겨진다.

분명 국내에는 게임 산업을 이끌어가는 유수한 게임사들이 많고 개발자, e스포츠 선수(프로게이머) 등의 관련 업계인들이 ‘생산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원래도 ‘시간의 낭비’가 아니었으나, 그들의 논리에 빗대어봐도 충분히 생산적이고 긍정적인 효과를 지닌 활동인 것이다.

근본적인 인식의 개선부터가 필요한 상황이다. 사실 기자만 해도 이 업계에 들어오기 전까지 e스포츠, 게임 산업 등은 너무나 먼 이야기였다. ‘페이커’를 직접 눈앞에서 볼 줄 몰랐고, 넥슨이나 엔씨소프트의 사옥에 직접 들어가볼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즉, 너무나 먼 이야기였던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존 세대, 미디어들이 좋아하는 것을 함께 연계해야 한다. 말하자면 좀 더 친하게 지내야 할 필요가 있다.

지난 5일, 젠지e스포츠는 서울 강남에 위치한 서울HQ에서 ‘젠지 엘리트 e스포츠 아카데미(이하 아카데미)’ 설립을 발표했다. e스포츠 선수 육성을 위한 트레이닝과 미국 중, 고등학교 학력 인정 과정까지 동시에 제공하는 곳이다. 게임 플레이 외에도 코딩, 방송 제작 등도 배우게 되며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된다.

이날 젠지의 아놀드 허 지사장은 “e스포츠 산업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기회들과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e스포츠에는 간극이 있다”라고 말했다. 즉, ‘게임 포비아’는 해당 분야의 무지에서 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젠지e스포츠가 기획한 학업과의 연계는 기존 게임을 싫어하던, 학업의 대척점이라 여겼던 이들에게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 줄 수 있다. 아카데미 설립을 위해 젠지e스포츠가 MOU를 체결한 곳은 ‘엘리트 교육 그룹’으로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세계적인 교육 기업이다.

해당 아카데미의 활성화는 앞서 말한 간극을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학업과의 연계를 통해 게임이 더 이상 낭비가 아니며, 학업의 대척점도 아님을 말할 수 있는 것이다. MOU를 맺은 곳이 저명한 교육 기관이라는 점도, 학부모나 기성세대에게 좋은 인식을 심어 줄 수 있다.

이번 아카데미 설립 외에도 게임 산업 전반에서는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이 지속되어 왔다. 넷마블은 2016년부터 가족 소통 및 관계 증진 프로그램인 ‘게임 소통 교육’을 진행하고 있고, 넥슨은 ‘from a CHILD’라는 슬로건을 내건 넥슨 재단의 설립을 통해 공헌 사업을 시작했다.

아이, 학생, 학업을 통해 게임에 대한 ‘포비아’를 없애는 것이다. 에픽게임즈 코리아 또한 오늘(12일) 대교와 가족화합, 게임제작체험, 4차산업 유망 직업 및 진로 탐색 등의 경험을 제공하는 ‘미래인재 양성 사업’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결국 ‘게임 포비아’는 무지에서 오는 것이다. 하지만 점차 게임은 생활 전반, 학업까지도 다가오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채널A에서 방영되고 있는 게임 예능 ‘같이할래? GG’ 또한 교사와 학생들 간의 교류를 중심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서로 절대 만날 일이 없을 것 같았던 학업과 게임이, 이제는 함께 연계해 새로운 국면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를 시작으로 언젠가는 게임도 ‘포비아’를 넘어서 낭비, 질병 등의 오명을 벗어 던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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