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프트라이벌즈로 떨어졌던 국제대회 위상을 회복한 LCK

[게임플]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서울 장충 체육관에서 치러진 ‘2019 리프트라이벌즈’에서 한국(LCK)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는 삼성 갤럭시(현 젠지)가 우승했던 2017년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이후 첫 국제대회 우승이기에 더 의미가 크다. LCK는 두 번의 미드시즌인비테이셔널(MSI)를 포함, 롤드컵, 리프트라이벌즈, 심지어 지난해 시범종목으로 치러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우승을 놓쳤다.

사실 이번 리프트라이벌즈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그리핀과 담원 게이밍의 국제대회가 처음이라는 점, 그리고 킹존드래곤X가 지난해 리프트라이벌즈에서 LPL에게 2패를 당했던 것은 우려를 사기에 충분했다. 최근 국내 리그에서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SKT T1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를 불식 시키듯, LCK는 그룹스테이지에서 7승 1패로 결승전에 직행했고 어제(7일) 치러진 결승전에서도 시원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가장 눈에 띄었던 점은 지난해 무수히 지적됐던 ‘LCK식 운영’에 갇혀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킹존드래곤X(이하 킹존)는 펀플러스피닉스(FPX)와 인빅터스게이밍(IG)를 상대로 교전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이었으며, 되려 바텀에서는 상대를 압살하는 그림까지 연출했다.

어제 있었던 IG와의 경기에서도 IG가 선보인 초반 압박에도 불구, 바텀에서는 계속해서 이득을 취하는 모습이었다. 탑에 있던 ‘라스칼’ 김광희는 경기 초중반까지는 집중 견제로 인해 힘들어 보였으나, 중반이 넘어가자 엄청난 교전 센스를 발휘했다.

초반에 밀리는 상체는 탑-정글-미드 라이너 간의 호흡으로 버텨내고, 원거리 딜러의 성장 이후 이를 최대한 보존하며 경기를 마무리하는 모습은 지난해 극강의 폼을 선보였던 ‘우지’ 지안즈하오의 로얄네버기브업(RNG)를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

‘챌린저스 출신’ 팀들의 경기력도 돋보였다. 비록 결승전에서 패배하긴 했으나, 그리핀은 그룹스테이지에서 안정적인 경기력으로 팀의 결승 직행에 한 몫을 더했다. 정글러인 ‘타잔’ 이승용의 플레이를 중심으로 경기 흐름을 이끄는 그리핀의 색깔은 국제대회에서도 충분히 통했던 것이다.

담원 게이밍은 초반의 불리함이 있었음에도 선수들의 뛰어난 개인기로 교전을 승리해 경기를 매조짓곤 했다. 이는 결승전에서도 확실히 드러났는데, 초반 ‘뉴클리어’ 신정현의 실수 플레이와 더불어 지속적인 불리함에도 이를 교전으로 풀어낸다는 점이 인상깊었다.

SKT T1의 색깔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기존과 같이 이득을 축적하고 스노우볼을 안정적으로 굴려 경기를 승리하는 것은 동일했다. 하지만 이전보다 속도는 확실히 올라갔다. 기존의 스타일은 유지하지만 ‘클리드’ 김태민의 적극적인 라인 개입으로 초반 이득을 빠르게 굴려나갔고, ‘페이커’ 이상혁도 라인에만 눌러 앉아 있지 않았다.

가끔 이해할 수 없는 벤픽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 부분만 잘 넘긴다면 상술한 ‘클리드’와 ‘페이커’가 이를 풀어냈다. 킹존과 같이 SKT T1도 원거리 딜러인 ‘테디’ 박진성이 최고의 창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간단히 말하자면 ‘줄건 줘’ 메타가 사라졌다. 물론 결승 3세트에서 그리핀은 이러한 ‘줄건 줘’가 필요해 보였으나, 불리한 상황이라고 해서 모든 오브젝트를 상대에게 헌납하는 모습은 거의 사라졌다.

이 부분은 LCK가 지속적으로 지적 받던 부분이었다. 얻은 이득을 유지하고 불려나가기 위해 교전을 최소화하고 운영으로 풀어나가던 경기 색깔은 LCK로 하여금 지난해 엄청난 쓴 맛을 보게 만들어왔다.

이제는 운영도 하지만 불리한 상황에서 교전을 적극적으로 여는 모습이었다. 이는 비단 이번에 출전한 4팀 외 다른 팀들에서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LCK의 새로운 색깔로 인해 LPL 특유의 호전성은 다소 묻혔다. 용병의 비중이 줄어들고 자국 선수들의 수준이 올라갔다 평가받았던 LPL이었지만, 이번 리프트라이벌즈를 살펴보면 그 또한 맞지 않았다. ‘루키’ 송의진, ‘더샤이’ 강승록, ‘도인비’ 김태상 등 이번 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낸 LPL 선수 모두 한국인이었다.

물론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리핀이 패했던 3세트에서 드러났듯, 단판제에서의 변칙적인 벤픽에 LCK의 대응은 다소 미흡하다. 킹존이 이러한 ‘변칙 픽’을 자주 선보이긴 하지만, 전체적인 LCK팀들은 정석 챔피언, 대세 챔피언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예컨대 자신들이 원했던 벤픽 흐름이 아니라면 눈에 띄게 당황하는 것이다. 이는 국제대회뿐만 아니라 LCK 리그 내에서도 다수 연출되고 있다. 이번 리프트라이벌즈에서 LCK팀 감독들이 새벽 4~5시까지 머리를 맞대고 연구를 했던 것처럼, LCK에 와서도 그러한 메타 분석, 변칙적인 조합에 대한 대응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국제대회 첫 단추였던 MSI에서는 다소 아쉬운 모습이었으나, 이번 리프트라이벌즈에서는 중국이라는 큰 산을 넘었다. 남은 것은 LCK 서머에서 정련해 롤드컵에서 다시금 성과를 내는 것이다. 이번 리프트라이벌즈에서 4팀이 보여줬던 시원한 경기력은,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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