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들과 함께 모험하는 게임을 만드는 것

[게임플] 엔씨소프트는 자사 MMORPG의 리니지에 높은 자유도를 주었다. 상대적으로 타 유저에 대한 PK 자유도가 높은 것이었는데, 이로 인해 리니지는 하나의 ‘전쟁터’와 같이 변했다. 유저들은 살아남기 위해 ‘혈맹’을 결성했고, 이후 리니지의 콘텐츠는 ‘공성전’과 같은 PvP가 주를 이뤘다.

리니지는 당시로서 획기적인 콘텐츠로 유저들의 단합을 이끌어냈고, 하나의 사회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현재까지도 온라인 MMORPG에 좋든 나쁘든 많은 영향을 끼쳤다.

개발진이 리니지에 바랐던 목표는 또 하나의 ‘생태계 구축’이었다. ‘아덴’이라는 세계를 유저들 손에 직접 쥐어줌으로써, 많은 사건과 에피소드들을 유저들이 만들어나가게끔 만들었다. 이러한 요소들이 바로 리니지를 20년이 넘도록 유지되도록 만든 원동력이었다.

지난 8일 '하이델연회'를 통해 유저와 만난 펄어비스(제공: 펄어비스)

지난 8일 펄어비스는 자체 서비스 전환 이후 처음으로 유저들과 만나는 자리를 가졌다. 행사에는 오랜 기간 검은사막을 즐겨온 유저 250여명이 참석했고, 정경인 대표를 비롯 여러 펄어비스의 개발진들이 자리했다.

해당 행사에서는 펄어비스가 가진 검은사막, 즉 MMORPG에 바라는 목표를 엿볼 수 있었다. ‘추억’이라는 이름의 인포그래픽 발표, 업데이트 발표, 유저들과의 대화 등 모든 면에서 펄어비스의 목표는 하나로 귀결됐다. 바로 유저들이 원하는 ‘모험’을 게임 내에 만든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재희 총괄 PD는 유저들과의 Q&A 자리에서 “여러분이 원한다면 적극 검토하겠다”라는 말을 빈번하게 했다. 캐릭터의 상향에 있어서는 직접 유저들의 의견을 물었고, 유저들이 말하는 에피소드, 의문점에 대해서는 모두 꿰고 있었다.

인상 깊었던 것은 검은사막을 깊게 즐기고 있지 않다면 모를만한 에피소드들까지 모두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는 고도성 서비스 실장도 마찬가지였다. 인포그래픽 발표 당시 유저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에피소드를 언급하는 것만 보아도, 그들이 검은사막에 가지는 애정을 알 수 있었다.

김재희 검은사막 총괄 PD(제공: 펄어비스)

정확히는 그들은 단순히 게임을 고치고 개발하는 사람이 되기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김재희 PD는 “단순히 게임을 고치고 개발하는 것을 넘어, 재미를 만드는 펄어비스가 되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즉, 이는 하나의 세계관을 유저들과 함께 만들어나가겠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검은사막은 첫 등장 당시, 높은 수준의 그래픽과 각 직업군들의 전투액션이 돋보인 MMORPG였다. 여타 MMORPG에 등장하는 힐러, 버프 직군은 존재하지 않았고, 이후 콘텐츠 업데이트에 있어서도 거점전, 점령전 등 PvP 위주의 콘텐츠를 만들어갔다.

하지만 검은사막은 본디 생활과 무역, 해양 등이 엮인 종합 모험 콘텐츠가 더 방대했다. 그럼에도 게임은 계속해서 유저간 전투를 목표로 흘러갔고, 상대적으로 PvE나 여러 모험 콘텐츠는 소외받았다.

지속적으로 개선해왔지만 역부족이었다는 게 맞겠다. 하지만 자체 서비스 이후 이제는 펄어비스가 유저들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더 많은 점을 개선하려 하고 있다.

먼저 ‘대양의 시대’를 열어 해양 콘텐츠를 더욱 다채롭게 만들고, 신규 클래스 ‘샤이’를 통해 전투가 아닌 회복과 버프 효과를 주는 클래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여러 PvE 콘텐츠와 생활 콘텐츠를 강화하는 것 또한 계획에 포함됐다.

무대 아래에서 따로 유저들과 소통 시간을 가진 개발진들(제공: 펄어비스)

실제로 이번 자체 서비스를 계기로 잠시 들려본 검은사막은 많은 것이 변해있었다. 아는 사람만 즐기던 보스 콘텐츠도 많은 변화가 이뤄졌고, 다소 이해하기 힘들었던 스토리 측면도 각종 분기점과 선택지를 제시해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개선돼있었다.

다양한 니즈를 가진 유저들이 게임 내의 모험을 즐길 수 있게끔 개선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자체 서비스와 유저 간담회를 계기로, ‘Meet&Greet’, ‘Voice of Adventurers’, ‘FESTA’ 등 여러 소통 창구 또한 마련할 계획이기에 유저들의 니즈는 더욱 반영될 기회가 많아질 전망이다.

지난 ‘하이델 연회’ 행사에서 김재희 PD는 유저 Q&A가 끝난 뒤에도 무대 아래에서 유저들과 함께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마 많은 유저들과 못다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함께 논의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는 장차 검은사막이 변해갈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검은사막의 운영에 있어 펄어비스는 자신들이 직접 유저들과 소통해, 그 유저들을 위에 두고 있다는 인상을 각인시켰다. 이러한 정책은 지금까지도 입을 모아 말하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유저의 재미가 우선이다’라는 개념을 이미 실천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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