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기업협회,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를 주제로 토론회 진행

(좌측부터) 이장주 소장, 김병관 의원, 박성호 사무총장, 정의준 교수, 곽성환 팀장, 김진욱 기자

[게임플] 세계보건기구(WHO)가 5월 2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한 제 72회 총회에서 ICD-11 개정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게임이용장애에는 ‘6C51’이라는 질병코드가 부여됐고, 그로 인해 관련 업계는 갑론을박인 형국이다.

오늘(3일) 서울 강남구 현대타워 7층에서는 ‘격동하는 게임시장, 봄날은 오는가’로 이번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부여와 관련한 토론회가 열렸다.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펄어비스 등이 후원하는 이번 토론회에는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이장주 소장이 진행을 맡았으며,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정의준 교수, 스포츠서울 김진욱 기자, 한국콘텐츠 진흥원 곽성환 팀장, 인터넷기업협회 박성호 사무총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이번 토론회는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문제점 진단 및 해결책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오갔다.

 

# ‘낙인’ 찍힌 게임

토론을 시작하는 목소리는 모두가 동일했다. 기존의 기성 세대들이 게임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낙인’을 찍었다는 것. 기존에 갖고 있던 편견이 이번 ICD-11 등재로 인해 확고한 ‘낙인’으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김진욱 기자는 “게임이용장애라는 것이 물질이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정치학적 영향이 크다보니, 미리 낙인을 찍어 놓고 ‘질병코드가 필요하다’라는 관점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편견을 넘어서려던 노력도, 이번 낙인으로 인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준 교수는 자신이 약 4년간 진행해온 청소년 연구를 근거로 이를 설명했다. 그가 게임과몰입에 대해 청소년 2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가장 두드러졌던 문제는 바로 자기통제력이었고, 이에 영향을 주는 것은 부모의 간섭이었다.

즉 게임은 이로 인한 현상 중 하나일뿐 원인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게임은 ‘학업의 성취’와 대척점에 있는 요소. 그렇기에 사회적으로 낙인이 찍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 정의준 교수는 이에 대해 “부모가 솔선수범해서 일관적인 태도와 약속을 지키며, 통제력을 보여야한다”고 꼬집었다. 게임을 없앤다고 해도 청소년의 과몰입은 해결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 일 중독, 쇼핑 중독, 운동 중독 등 많으나, 하필 게임... 왜?

이번에 대두된 게임이용장애 외에도 사회적으로는 많은 중독들이 존재한다. 일 중독, 운동 중독, 쇼핑 중독 등이 그것인데, 왜 하필 게임의 이용만이 질병으로 등재된 것일까?

정의준 교수는 이를 일종의 ‘포비아(공포증)’로 표현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새로운 메체가 들어오면 기성 세대는 규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며, “하지만 그 정도가 심했기에, 우리로서는 반박도 강하게 나갈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정의준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게임이용장애는 표준적으로 봤을 때 알코올과 마약 중독자와는 증상 자체가 다르다.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다. 따라서 만약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으로 등재된다면 쇼핑 중독, 일 중독도 질병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병관 의원은 다른 관점에서 바라봤다. 그는 “셧다운제 이전부터 디지털 전자콘텐츠, 디지털 기기, 인터넷 중독 등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으나, 게임이 가장 약한 고리였기에 타겟이 되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 ‘낙인’도 한 몫을 했다. 게임은 긍정적인 요소로 받아들여지지 않다보니, 자연스레 질병으로 등록되었다는 것이다. 즉, 담배나 마약, 술과 같은 취급을 게임이 받게 되었다는 말이다.

낚시, 쇼핑, 운동 등에도 중독이 존재하지만 이들은 긍정적인 면이 있기에 ‘낚시광’, ‘쇼핑광’ 등 비교적 너그러운 취급을 받는 것에 반해,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면모가 드러나지 않는 게임은 바로 질병 취급을 받는 다는 설명이다.

 

# 게임에서 끝나지 않는다. 모든 문화 업계가 목소리를 모아야

현재 갑론을박이 오가는 게임이용장애에 대해, 김병관 의원은 “비단 게임만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문화 업계가 함께 목소리를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게임을 많이 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동영상을 보면서 주말을 보낸다고 말했다. 즉 이제는 게임을 넘어 동영상 콘텐츠까지 질병코드 분류화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새로 등장하는 기기들과 더불어 디지털 콘텐츠, 오프라인에 있던 것들까지 온라인화 되면서 게임과 유사한 상황에 놓였다고 김병관 의원은 설명했다.

또한 이번 질병 코드 등재와 관련한 의료계의 움직임이 업계의 손발을 묶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 문화적 영역에서 부모와 업계, 학교가 함께 해결해야 할 게임이용장애라는 현상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순간 사회에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고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게임과몰입, 이용장애는 우리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건만, 의료계에서는 질병으로 보며 이를 진단, 치료, 약물 처방하는 것으로 납득화 시켜버렸다”라며, “아이들이 어떤 요소에 과몰입하는 것을 해결해줄 방안을 마련해야지, 게임 자체를 원인으로 보면 안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교 폭력이 만연하던 한 학교에서 매일 2~3교시 사이에 체육 시간을 도입했더니, 학교 폭력이 상당수 줄어들었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 즉, 게임 또한 아이들의 스트레스나 욕구를 분출할 요소일 뿐, 그 자체로 질병이 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김병관 의원은 최근 문화예술의 한 범주로서 게임을 인정해달라는 법을 발의했다. 그는 “최근 왜곡된 인식을 가지고 있었던 만화가 웹툰으로서 문화예술의 한 범주로 포함됐다”며, “게임도 그럴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힘을 실어달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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