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KBS 라디오 ‘열린 토론’과 MBC ‘100분 토론’에서 논의된 게임

[게임플] “고혈압으로 손목이 저린다고 해서 손목에 파스 처방을 해서 되겠는가? 현상이 표출된 곳이 손목일 뿐이고, 또 게임일 뿐이다”

카카오게임즈의 남궁훈 대표가 어제(2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전한 말이다. 게임에 몰입하는 것은 현상일 뿐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게임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게 아닌, 그럴 수 밖에 없게 만든 원인을 치료해야 한다는 것이 남궁훈 대표의 설명이다.

KBS 열린토론(출처: KBS라디오 영상 갈무리)

같은 날 21일, 지상파 방송인 KBS(열린 토론)와 MBC(100분 토론)에서는 ‘게임 중독은 질병인가?’를 두고 토론이 진행됐다. 현재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되고 있는 세계보건총회를 염두에 둔 주제였다.

KBS1 라디오 ‘열린 토론’은 ‘WHO 게임 질병 등재 논의… 게임중독, 질병인가 아닌가?’로 진행됐다. 토론에는 문화체육관광부 박승범 과장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이장주 소장이 반대 패널로, 국립정신건강센터 조근호 정신건강사업과장과 감사와기쁨심리상담소 이형초 센터장이 찬성 패널로 자리했다.

토론의 시작은 용어에 대한 정의부터였다. 찬성 측에서는 ‘장애’, ‘게임 중독’과 같은 단어를 사용하길 바랐으나, 반대 측에서는 “용어 자체가 부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며, ‘게임과몰입’이란 용어를 사용하기를 권했다.

이장주 소장(반대)은 “선의로 중독이라는 표현을 써도 용어 자체로 부정적인 효과를 빚을 수 있다”며, “게임과몰입의 원인이 게임인지, 외부적 요인인지도 증명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WHO(세계보건기구)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에서도 열띤 공방이 오갔다. 조근호 과장(찬성)은 “질병코드 지정 자체가 생각만큼 심각한 게 아니다”라며, “의사들 간의 의사소통을 위해 정립을 하는 것 일뿐, 이를 진행해야 유병률, 위험요인 분석, 치료기술 개발 등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는 오늘처럼 토론에서 다뤄야 할 영역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WHO의 질병 등재는 의사와 같은 관련 전문가들이 더 확실한 판단을 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대해 박승범 과장(반대)은 “진단은 의료인의 몫이지만, 문제는 게임 이용장애를 질병코드로 등록하는 게 맞냐 아니냐이다”라며, “질병코드 문제는 소수 엘리트만이 다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여러 사회 구성원의 동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문제로 인해 질병 등록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근거와 사례도 미약하기에 과잉 치료의 문제도 있다는 것이 박승범 과장의 설명. 여기에 너무나 극단적인 사례들 만을 다루는 행위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MBC 100분 토론(출처: 100분 토론 영상 갈무리)

이날 새벽(22일 00시 5분)에는 MBC ‘100분 토론’에서 같은 주제를 두고 토론이 진행됐다. 찬성 패널로는 노성원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교수, 김윤경 인터넷과의존예방 시민연대 정책국장이, 반대 패널로는 '대도서관' 나동현 크리에이터,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이 참석했다.

‘열린 토론’과는 달리 ‘100분 토론’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만한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김윤경 정책국장은 “게임 중독은 타인에게 피해를 준다”, “국가의 지원을 받은 게임산업은 세금으로 컸으면 당연히 게임에 대한 폐해에 책임을 지고 중독세를 내야 한다” 등 다소 감정에 치우친 발언들을 내세웠다.

이에 대해 반대 측이었던 ‘대도서관’은 “쇼핑에서도 돈을 구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피해가 있다”며, 김윤경 정책국장의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다”라는 발언에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이 그 말이다”라며 반박했다.

중독세에 대해서는 위정현 학회장이 답했다. 그는 “게임 산업은 정부가 육성하지 않아, 스스로 성장한 유일한 사업”이라며, “해당 주장은 우리나라 게임 산업을 이끈 이들에 대한 모독이다”라고 말했다.

게임의 연속성과 사행성 등이 중독의 주 원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김윤경 정책국장은 “게임이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데다가, 확률형 아이템으로 수천만 원을 지불한 사례도 있다”며, “게임사의 주 수입원이 확률형 아이템이기에, 그들은 방관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연속성이 문제라는 주장에 ‘대도서관’은 “학생들이 성취욕을 느끼는 게 게임 밖에 없기 때문이다”라며, “학교에 갔다가 학원까지 가고, 집에 오면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건 게임뿐이다”라며 현 아이들의 환경을 문제로 지적했다.

노성원 교수는 의학적으로 접근해 “프로게이머는 통제력을 담당하는 전두엽 대상피질이 발달했지만, 게임중독자는 그러하지 못하다”며, WHO의 질병 등재가 ‘게임 유저 모두 중독자’라는 프레임을 갖게 된다는 말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대도서관' 나동현(좌측)과 김윤경 정책국장

결론적으로 두 토론 모두에서 합의점은 도출되지 못했다. 그렇다 해도 이번 토론은 현재 WHO의 게임 질병 등재를 널리 알리고, 현 사회와 기성 세대가 게임에 가지는 인식을 대변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실제로 ‘100분 토론’이 끝난 후에는 학부모들이 ‘대도서관’의 SNS를 찾아 쓴 소리를 게재하기도 했다. 아이들의 게임 중독 현상을 알지도 못한다는 비판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이러한 중독, 장애 등이 공식 등재된다면, 자식들이 ‘중독자’로 분류되는 것인데 왜 그런 건 생각하지 못하냐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두 토론 모두에서는 서두에 상술한 남궁훈 대표와 같은 주장이 반대 입장에서 나왔다. 즉 사람들이 과몰입하는 게임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과몰입할 수 밖에 없는 현 사회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상파에서 진행된 이번 토론으로 세계보건기구의 게임 질병 등재가 더 널리 알려지고, 사회적인 논의가 오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세계보건총회는 현재 진행되고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에 대한 결론이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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