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스포츠로 진출하기 위해 겪는 새로운 경험

[게임플]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 게임이 게이머들과 e스포츠 팬들 사이에서 화제다. 이번 대회에서는 시범종목이기는 하지만 e스포츠 종목이 사상 처음으로 아시안 게임 현장에서 펼쳐지고 있다.
 
이번 아시안 게임은 대회가 열리기 전부터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어느 팀이 우승을 할 것이냐에 대한 점도 관심사지만 대형 국제 스포츠 이벤트에서 e스포츠를 주목하고 있다는 그 상징성이 워낙에 '감개무량'했기 때문이다.
 
e스포츠가 전에 없는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일까? e스포츠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대회와 경기가 진행된 바 있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는 전에 없는 경험을 더해가고 있다. 도핑테스트 이야기다.
 
시범종목이기는 하지만 리그오브레전드와 스타크래프트2 종목에 참가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 역시 아시안 게임에 참가한 다른 종목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도핑테스트 대상이다. 각종 국제 스포츠대회에서 공정한 경쟁을 위해 도핑테스트를 엄격하게 실시하는 것은 낯선 장면이 아니지만 e스포츠 선수들이 도핑테스트를 받는 장면은 그동안 e스포츠를 즐겨보던 이들이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장면이다.
 
e스포츠 선수들이 도핑을 할 일이 무엇이 있냐고 반문하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도핑테스트 적발 항목에 속하는 약물 중에는 단순히 근력, 순발력을 향상시키는 약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집중력을 극대화하는 약물도 있다. 
 
소위 '베타 차단제'라 부르는 약물은 각종 국제 스포츠대회에서 선수들의 사용을 엄격하게 금하고 있는 약물이다. 아드레날린으로 인해 생기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협압을 낮춰 차분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효과를 지닌다. 이 계열의 대표적인 약물로는 프로프라놀롤이 있다.
 
이 약물은 특히 양궁, 사격, 골프 같은 집중력을 요하는 종목의 선수가 사용하면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웨덴 연구진의 연구에 따르면 '베타 차단제'를 복용한 사격 선수들의 실력이 13% 가량 향상됐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심적부담 때문에 생기는 실수가 약물로 인해 예방됐다고 풀이할 수 있는 수치다.
 
실제로 이 약물을 사용해서 적발된 사례도 있다. 진종오 선수가 금메달을 차지했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남자 50m 권총 결선에서 2위를 차지한 북한의 김정수가 이 약물을 사용한 것이 발각되어 메달을 박탈당한 바 있다. 남한 선수와 북한 선수가 나란히 시상대에 오르는 장면을 기대했던 이들을 실망시켰던 장면으로 유명하다.
 
효과도 증명됐고, 실제 대회에서 사용한 선수가 결선까지 올랐다가 적발되기도 했으니 아시안게임 운영위에서 이 약물에 대한 도핑테스트를 벌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다행스럽게도 e스포츠 종목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도핑테스트를 신기하고 즐거운 경험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도핑테스트를 하면 기분 나쁘고 번거로운 일로 받아들이는 선수들이 많다고 알려진 바 있는데 이에 비하면 무척 긍정적인 마음가짐이라 하겠다.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가 시범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생긴 이번 '도핑테스트'는 향후 클래식 스포츠로 진출하려는 e스포츠가 견뎌내야 할 일이고, 관계자들이 집중해서 신경을 써야 할 사안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양심적이지만 만에 하나라도 비양심적인 선수가 섞여 있을 때 종목과 다른 선수 모두가 어떤 피해를 받게 되는지는 이미 수차례 증명된 바 있다. 도핑 역시 이런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사안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여러모로 e스포츠 역사에 남을 대회다. 게임의 틀을 깨고 스포츠로 진출하기 원하는 e스포츠가 신경써야 할 잠재적 문제 요인을 또 하나 제기하는 계기가 됐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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