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종료를 겪는 그저 그런 게임이 아닌 이유

[게임플] 온라인게임의 특징 중 하나는 영속성에 있다. 출시 후 생명력이 고갈되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출시와 함께 계속해서 유지보수를 통해 생명력이 늘어나는 것이 온라인게임의 특성이다.
 
하지만 이러한 온라인게임의 특성이 발현되지 않을 때가 있다. 바로 후속작이 출시될 때다. 전작의 특징은 살리면서 새로운 장점을 지닌 후속작이 나오게 되면 자연스럽게 전작은 관심 밖으로 밀려나게 된다. 이때가 게임이 생명력을 잃는 순간이며, 이런 게임들은 서비스 종료 수순을 밟게 된다. 
피파온라인 시리즈는 이런 과정을 가장 많이 겪은 온라인게임이다. 피파온라인3가 출시될 때 피파온라인2는 무대 뒤로 걸어들어갔다. 그리고 이제 피파온라인3가 같은 길을 걸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피파온라인2가 그랬던 것처럼.
 
넥슨은 피파온라인4의 출시를 알리며 피파온라인3가 서비스 종료 수순에 들어갈 것임을 알렸다. 5월 3일을 시작으로 8월 초까지 피파온라인3의 서비스 종료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온라인게임의 서비스 종료 소식은 워낙에 흔한 일이다. 게다가 언젠가는 후속작이 출시될 것이 당연시 됐기에 피파온라인3의 서비스 종료는 언젠가는 반드시 다가올 일이었다.
그럼에도 피파온라인3의 서비스 종료가 아쉬운 것은 이 게임이 남긴 족적이 워낙에 뚜렷하기 때문이다. 넥슨의 발표에 따르면 피파온라인3에서 생성된 계정의 수는 총 1,300만 개가 넘으며,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104억 회의 경기가 치러졌다. 
 
유저들이 플레이 한 시간을 모두 합하면 26만 년이란 결과가 나온다. 지금으로부터 이만큼의 시간을 뒤로 돌리면 구석기시대가 된다는 이야기다. 축구는 커녕 생존을 위해 수렵과 채집에 열중해야 하던 시기다. 이 시간 동안 이뤄진 득점은 363억 골. 골망에 들어간 축구공으로 하늘에 은하수를 놓을 수 있는 숫자다.
또한 이 시기 국내 PC방 점유율 시장의 절대자로 군림한 리그오브레전드를 잠깐이나마 2위로 끌어내리는 것에 유일하게 성공한 것도 피파온라인3였다. 물론 PC방 이벤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덕에 폄하되기도 하지만, 다른 면에서 본다면 피파온라인3 정도가 아니면 그런 시도조차 할 수 있는 게임이 없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기록들보다 피파온라인3를 통해 넥슨이 얻은 경험적 자산이 대단히 크다는 것이 은퇴를 준비하고 있는 이 게임의 진정한 가치라 할 수 있다. 피파온라인4의 모든 시스템은 피파온라인3를 개발 및 서비스하며 스피어헤드와 넥슨이 얻은 노하우와 유저 피드백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유저들이 어떤 이벤트를 좋아하고, 반대로 어떤 이벤트를 싫어하는지. 어떤 콘텐츠를 좋아하며, 어느 시기에 어느 정도의 유저들이 몰려드는지. 이 모든 것들에 대한 데이터는 피파온라인3를 통해 넥슨이 얻은 자산이다. 이는 피파온라인4 서비스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노하우로 활용될 것이며, 그를 통해 넥슨은 보다 원숙한 운영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족적 덕분에 피파온라인4는 신작임에도 신작 같지 않은 게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넥슨은 소통의 속도와 빈도를 모두 높이고, 서버와 인프라 구축에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피파온라인3에서 유저들이 지적했던 부분이 벌써부터 피파온라인4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피파온라인3는 넥슨의 퍼블리싱 역사에 큰 획을 그은 게임이며, 그 영향력은 피파온라인4에도 한동안 이어질 것이다. 몇달 후에 무대 뒤로 사라질 피파온라인3가 서비스 종료 되는 흔한 게임 중 하나가 아닌 '유산'(Legacy)라 불릴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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