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인기 만큼 실패할 확률도 높아.. 원작 내용 못 담거나 엉뚱한 이야기로 실망

우리나라에는 '진주가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석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러한 속담이 앞으로 지속될지 불행의 고리를 끊어낼지는 제작자의 몫이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스코어를 보면 상황은 좋지 않다. 슈퍼마리오부터 철권, 킹 오브파이터까지 레전드급 게임들이 영화만 되면 여지없이 실패하는 신기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과 영화의 공통점은 주연이 있고 스토리가 있으며 액션이 펼쳐진다. 거기에 플러스 알파로 멋진 배우들이 게임 캐릭터와 같이 활약해주면 금상첨화다. 이러한 요건이 충족되면 영화는 흥행이란 대박을 만나게 되고 한 부분이라도 어긋나면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그것이 게임의 영화화다. 게임은 CBT와 OBT를 통해 수정 보완이 되지만 영화는 그야말로 한번 내놓으면  '낙장 불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개성들이 강한(?) 게임 영화들이 속출하는 것은 장인 정신이 들어간 제작자의 고집일까? 아니면 요행일까. 그렇게 망하면서도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은 끊임없이 나온다.

캐릭터의 부재 

대부분의 게임 캐릭터들은 외형부터 현실과 괴리감을 갖는다. 현실에선 도저히 찾을 수 없는 여신급 외모,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으로 뿜어내는 카리스마가 게임 캐릭터의 존재감을 나타낸다. 영화의 입장에서 보면 시작부터 사실상 세상에는 없는 주인공 찾기다. 

만에 하나 게임 캐릭터와 비슷한 캐릭터를 찾는다 해도 게임들은 주인공 한 명이 아닌 서너 명에서 많게는 수십 명의 캐릭터가 각자의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각 주연급들의 캐스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만에 하나 가능하다 하더라도 출연자들의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없다면 말짱 헛수고가 된다.  

먼저 게임 DOA를 원작으로 만든 영화 DOA를 살펴보자.

게임 DOA 5(좌) 영화 DOA (우)
DOA는 여성 출연자들의 몸매와 액션 대결만 내세워 혹평을 받았다

현실에서도 금발의 멋진 여배우는 당연히 존재한다. 하지만 게임 속 프레임을 가진 캐릭터를 따라갈 수는 없다. '카스미' 역을 맡은 데본 아오키 '티 나' 역을 맡은 제이미 프레슬리 '크리스틴' 역의 홀리 벨렌스 모두 인정받고 있는 명품 배우들인 건 사실이다. 

그러나 원작이 가진 캐릭터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에는 이 배우들로는 어려운 부분이 많다. 이상과 현실에서 나오는 괴리는 영화를 기본에 충실하게 만들었다 해도, 원작과 비교되며 평가절하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게임 캐릭터로 인해 이미 관객의 눈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태에 기대감도 클 수밖에 없다.  

영화 반지의 제왕 등 원작이 있는 소재를 영화화할 때는 풀어내기 부족한 부분은 스케일과 시나리오를 더욱 강화하는것이 보편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영화 DOA는 여성 출연자들의 몸매와 액션 대결만 내세워 혹평을 받았다. 이런 문제는 대부분의 게임 원작의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DOA'만큼은 원작을 넘어설 수 없는 영화다.

게임에 대한 이해도 결여

게임 철권2 (좌) 영화 철권 (우)
원작에서 미겔은 키가 2미터가 넘는 거한이지만 영화에선 작은 키의 배우가 캐스팅됐다. 또한, 안나는 팬티스타킹을 신은 여자라는 것 말고는 공통점이 없었다.

이런 스토리와 미스 캐스팅이 나오는 이유는 연출과 감독이 게임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을 하지 않았다는 것에 있다. 즉, 냉정하게 말하면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철권'은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영화다. 이 영화는 제작비 3천만 달러를 들여 수익 96만 달러를 기록하는 등 게임 영화 중 가장 비참하게 망한 영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세계관과 시나리오, 아트, 사운드, 프로그래밍, 최신 기술이 집약된 종합 예술체다. 영화를 만들 때 게임을 이해하는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한데 이해가 없이 게임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캐릭터성으로만 접근했다. 캐릭터성으로 접근했다 해도 원작과 동떨어진 괴리감이 너무 컸다.

미시마 재벌 이름이 TEKKEN?

예를 들어, 진 카자마와 미시마 카즈야의 인종을 황인에서 백인 혼혈로 설정하는 무리수. 심지어는 원작의 주축이 되는 '미시마 재벌'이라는 이름도 'TEKKEN(철권)'으로 바꾸는 등 일반적으로 공감하기 어려운 재설정을 하며 개연성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같은 해 나온 '킹 오브 파이터'도 마찬가지다. 개봉과 함께 철권과 사이좋게 망해버린 이 영화는 제작비 1,200만 달러에 수익 237만 달러로 철권보다 더욱 치명적인 손실을 입었다. 해외 평론가들은 영화 '킹오파'는 B급도 아닌 3류 영화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는 악평의 일색이었다.

킹 오브 파이터즈.. 총 제작비의 1/5도 못 건졌다.

킹오파 역시, 철권과 마찬가지로 황인인 '쿠사나기 쿄'를 백인으로 설정하고, 원작에서 일족의 힘을 상징하는 존재인 삼신기는 삼종신기를 모아 그 힘을 사용하면 오로치가 봉인된 차원으로 통하는 문을 열 수 있는 아이템으로 둔갑했다. 복장 역시 어울리지 않게 바뀌어 있거나 어설프게 재현됐다.

사차원 감독의 이상한 영화 세계

게임 하우스 오브 더 데드(좌) 영화 하우스 오브 더 데드(우)

영화에는 원래 감독과 연출의 정신이 깃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것이 대중에게 공감 받지 못하는 작품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건 액션 좀비 게임 '하우스 오브 더 데드'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 역시 괴작으로 평가받았다. 

손대는 영화마다 망가뜨려서 마이너스의 손으로 불리는 '우베 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좀비 영화에서 찾아볼 수 없는 와이어 액션이 넘쳐나고, 영화에서 뜬금없이 실제 게임 화면으로 전환시키는 등 누구도 이해하기 힘든 연출 투성이였다.  

특히 후반부 학생들이 각성해 무기를 들고 좀비들을 무차별 학살하는 장면은 막장 코드에 가까웠다. 이 감독은 '어둠속에 나홀로', '블러드레인', '포스탈', '파크라이', '던전시즈' 등의 게임을 영화화했으나 이와 비슷한 이유들로 모두 악평을 받았다. 하우스 오브 더 데드는 우베 볼 감독의 첫 게임 영화다.

난데없이 등장하는 게임 화면 등 이상한 연출로 지구 최악의 영화로 평가받았다.

 

반대로 파이널 판타지의 경우를 보면 지나치게 기술적 요소에만 집착을 했다. 기술력을 총동원한 풀 3D 영화의 시도는 좋았지만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구성과 스토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또, 게임의 컷신을 만드는 것처럼 세세한 부분에 치중하다 보니 영화가 아닌 게임 영상을 보는 것 같은 느끼마저 들었다. 

이렇게 시각적인 화려함만을 내세우고, 게임에만 초점을 맞춘 채 파판의 세계관을 여과 없이 투영시켰기 때문에 마니아적으로 게임을 즐긴 유저가 아니라면 내용을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또한 표정 연기까지 살릴 수 없던 당시 CG 기술력의 한계도 보인 영화다. 

지나친 대중화의 욕심

지나친 대중화로 혹평을 받은 게임들의 공통점은 스토리가 탄탄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게임을 영화의 소재로 사용하려면 기본적으로 갖춘 세계관을 바탕으로 영화에 맞춰 더 큰 시나리오를 만들어야만 한다. 

게임과의 접점이 거의 없었던 영화 '슈퍼마리오'를 살펴보면 지나친 대중화 욕심으로 원작과는 거리감을 크게 벌렸다. 당시 미국에서 유행하던 팝송과 댄스 장면 등, 유행만 부각하며 원작과의 괴리감을 줬다.

영화 슈퍼마리오

또한 원작의 해맑은 분위기와 달리 어두운 지하 세계를 배경으로 하며, 귀여운 마리오를 험상궂은 인상의 밥 호스킨스로 캐스팅하는 악수(惡手)를 두고 마리오의 동생으로 나왔던 루이지는 당시 꽃미남이던 존 레귀자모가 맡아 둘은 마치 부자지간과 같은 모습으로 등장시켰다. 마리오의 주인공은 꽃미남 이미지보다는 푸근한 동네 아저씨와 같은 인상의 배우가 필요했다.

영화 '둠' 역시 원작과 동떨어진 설정으로 일반 관객은 물론 FPS 마니아들의 공감조차 얻지 못 했다. 영화 속에서 특수부대원들은 지옥에서 온 괴물이라는 게임 설정을 버리고 유전자 변이로 태어난 괴물들과 싸운다는 시나리오로 바꿨다. 또,  ‘둠’을 상징하는 무기인 ‘BFG9000’이 ‘바이오 포스 건’이라는 생소한 이름으로 등장시킨다.

반면, 게임 영화의 대표적인 예로 영화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를 들 수 있다. 레지던트 이블은 원작 게임의 세계관에서 엄브렐러 컴퍼니라는 기업의 설정만을 가져왔을 뿐, 스토리는 영화만의 오리지널로 전개하고 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좀비 액션 영화를 원하는 관객들에겐 혹평을 받기도 했으나, 10년 넘게 프랜차이즈를 유지한 것을 보면 게임 원작 영화 중에서는 가장 성공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흥행 성적도 좋은 편이다. 1편은 제작비 3천만 달러로 전 세계 6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는데 그쳤으나,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성적이 좋아져 2010년 개봉한 4편에서는 제작비 6천만 달러에 3억 달러나 벌어들이면서 5배의 수익을 올리는 시리즈 최대 흥행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2012년 개봉해 전 세계 3억 3천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 영화도 좋은 사례다. 기본 스토리는 게임을 따라가나, 주인공인 왕자가 '다스탄'이라는 이름으로 페르시아 왕의 양자로 등장해 왕자가 왕을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쫓기는 몸이 되는 등 원작과는 다른 스토리의 변화를 줬다.

영화 후반부에서 FPS 게임과 같은 시점으로 주인공이 괴물들과 싸우며 화성 기지를 탈출하는 장면 역시 일반 관객에겐 낯선 느낌으로 다가가 마이너스 요소가 됐다.

둠은 UAC와 화성 기지, 일부 무기와 괴물 등의 비주얼을 제외하면 게임과의 연계성은 거의 없는 수준었다. 대중화를 위한 현실적 타협은 좋지만 핵심이 완전하게 뒤바뀌어 정체성을 잃은 것과 더불어 위에 언급했던 '하우스 오브 더 데드'와 같은 영화에도 어울리지 않는 게임 설정을 도입해 영화에 괴리감을 심어주며 악평을 받고 제작비 6000만 달러에 수익 5600만 달러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스트리트 파이터 <제작비 3,500만 달러 수익 9,900백만 달러>
슈퍼마리오 <제작비 4,800만 달러, 수익 2,100만 달러>
더블드래곤 <제작비 1,600만 달러, 수익 200만 달러>
윙 커맨더 <제작비 3,000만 달러, 수익 1,178만 달러>
파이널 판타지 <제작비 170억 엔, 수익 50억 엔>
하우스 오브 더 데드 <제작비 1,200만 달러, 수익 1,300만 달러>
둠 <제작비 6,000만 달러, 수익 5,600만 달러>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제작비 1,200만 달러, 수익 237만 달러>

정말 무수한 원작 게임들이 망가졌다. 원작에 대한 이해와 영화의 접점을 찾기란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이 영화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게임에 못미치는 등장인물 들의 저급한 의상과 분장, 누구나 예측 가능한 뻔한 스토리로 진지함을 찾아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게임 속 실제 주인공과는 거리감이 있는 현지화 작업(?) 등도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 중요 포인트다. 

슈퍼마리오는 도대체 왜 게임을 원작으로 했는지 의문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더블드래곤의 주인공인 지미와 빌리 형제는 어설픈 연기로 영화를 보는 것 자체가 짜증 난다는 수모를 당했다. 나열된 대부분의 영화가 비슷한 평가다. 예술성은 고사하고 '관객모독'이라는 평가까지 받은 영화도 있다. 

더블드래곤의 원작과 영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한다. 그러나 실패의 원인을 모르고 상업적인 목적으로만 접근한다면 악평 세례를 받아왔던 영화들의 흑역사에 합류될 것이다.

특히 올해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비롯해 '어쌔신 크리드', '스프린터 셀' 등 다수의 게임 원작 영화가 개봉할 예정이다. 그동안 숱하게 실패한 사례들을 파악했는지 스틸 영상만 봐도 게임적 요소와 영화적 요소가 완성도 있게 가미된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최근 게임들이 리마스터를 통해 질을 높여 재 출시하는 것처럼,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혹평을 받은 위 영화들도 잘 짜인 구성과 연출로 새롭게 판을 짜서 재개봉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이 게임과 영화가 진정으로 공존해 나갈 수 있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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