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에 걸친 사과와 해명 "엄중 조치, 검수 프로세스 개선"
한국어로 한국 커뮤니티만 게재... 중국과 대만 방향은 '침묵'
'영토완정' 단어 미해결, 모두 지키려다 모두 놓칠 수도

젠지e스포츠(이하 젠지)가 20일 불거진 중국 지지 입장문에 대한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도화선이 된 '영토완정' 단어에 대한 해명은 빠져 있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발단은 20일 스폰서 오프라인 이벤트 홍보 포스터에 대만을 하나의 국가로 언급하면서다. 이로 인해 중국 일부 팬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젠지는 중국 커뮤니티인 웨이보와 글로벌 페이스북 계정에 "중국의 주권과 영토의 무결성을 단호히 존중하고 지지한다" 등 강력한 수위의 '하나의 중국' 지지 선언을 해 파문을 일으켰다.

국내외에서 논란이 커지자, 젠지는 입장문을 삭제한 뒤 사과 성명을 단계적으로 발표했다. 같은 날 아놀드 허 CEO가 입장문을 공식 디스코드 채널에 올렸고, 팀 공식 입장문은 페이스북에 게재됐다. 다음 날인 21일은 이지훈 단장 입장문과 2차 공식 입장문이 공개됐다.

골자는 "젠지는 그 어떠한 정치적 의견도 동조하거나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상처를 받은 분들과 팬 및 관계자, 선수들에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는 사과 입장도 표명했다.

영토의 무결성을 언급하게 된 이유는, 젠지의 설명에 따르면 중국 오피스가 작성한 것이다. 젠지는 한국, 미국, 중국 세 곳에 지사가 존재한다. 문제가 발생한 중국에서 1차 사과문을 작성했는데, 한국 오피스 직원 역시 국내 정서를 고려하지 못한 채 그대로 내용을 게시했다는 것이다.

게시 직후 중국 오피스 측에 관련 게시물 삭제를 중요했으나, 커뮤니케이션 관련에서 시간이 소요되어 웨이보 사과문 삭제가 늦어졌다. 젠지는 내부 규정에 따라 논란 관련 스태프들에 정식 처분을 내리고 징계 위원회를 소집해 엄중한 조치를 취하며, 재발을 막기 위해 보다 엄중한 검수 프로세스를 도입하고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젠지를 향해 싸늘한 반응은 그대로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논란의 근원지였던 중국과 대만 SNS에는 아무 언급도 남기지 못한 채 한국 SNS에만 대처했다. 그리고 '영토의 무결성', 중국어 표현으로 '영토완정(領土完整)'이라는 말에 대한 부정은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22일 올린 젠지의 마지막 입장문, 페이스북에만 한국어로 공개됐다
22일 올린 젠지의 마지막 입장문, 페이스북에만 한국어로 공개됐다

단순히 하나의 중국을 긍정하는 표현은 현지 사업을 위해 흔히 사용하며, 국내에서도 어느 정도 이해하는 분위기다. 반면 영토완정은 다르다. 현 중국 영토 외에도 분쟁 지역과 해외에서 권한을 주장할 때 중국 정부에서 사용하며, 한국을 상대로 진행한 동북공정과도 연결이 된다.

대만 행사 및 선수 일정은 모두 취소됐으며, 행사와 함께 대만 시장 진출을 준비하던 스폰서도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 이미지도 급격히 악화됐다. '자유시보', 'UDN' 등 대만 유력 매체들이 일제히 소식을 보도했고, 유저들 분노는 끓어올랐다.

그리고, 젠지의 네 번에 걸친 입장문 발표 가운데 대만에서 읽을 수 있는 언어와 채널이 포함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CEO와 단장의 입장문은 젠지 팬들만 사용하는 디스코드 채널에, 팀 차원 입장문은 페이스북에 게재됐다. 네 번 모두 언어는 한국어 하나뿐이었다. 중국과 대만 관계에서 의사 표명을 최대한 피하려 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자연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중국, 대만의 이미지가 총체적으로 나빠지는 흐름이다. 한국 최고의 e스포츠 리그인 LCK에 참여하고 있는 입장에서, 정치적 의견이라는 두루뭉실한 표현이 아니라 선명한 입장 선택을 통해 이미지를 씻길 바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젠지는 22일 이후 26일 오전까지 추가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다.

커뮤니티의 한 유저는 "이미 물을 엎질러놓고 결론 없이 정치적 의견을 거부할 것이 아니라, '영토의 무결성'에 대해 진정 어떻게 생각하는지 확실히 말할 필요가 있다"면서 "계속 한중 양쪽을 다 놓기 싫어서 회피한다면 죄 없이 경기마다 조롱받게 될 선수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며 강도 높게 비판을 가해 많은 동의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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