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손' 논란에 맞서 자발적 기부 캠페인 진행한 유저들
'롤드컵', '로스트아크' 등 곳곳에서 내려온 기부 문화... 긍정적 목소리의 힘

한국 게임 문화에 전례를 찾을 수 없는 특별한 ‘밈(Meme)’ 하나가 만들어졌습니다. 게이머들이 어떤 의도를 갖고 어려운 이들에게 기부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행태가 하나의 문화 요소로 자리 잡은 것입니다.

최근 남성 혐오를 상징하는 손동작을 일컫는 ‘집게 손’이 게임 업계 전반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메이플스토리’와 ‘던전앤파이터’ 등 유명 게임에서 집게 손이 발견되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이에 게임사는 숨겨진 집게 손을 찾기 위해 전수조사에 나섰습니다.

이 집게 손이 혐오표현인지, 그리고 이에 대한 게임사의 대응은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수 차례 다룬 바 있으니 이 자리에서는 다루지 않겠습니다. 궁금하시다면, 아래 관련 기사를 통해 자세한 정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게임사가 이렇게 분주하게 움직이는 동안 유저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이번 논란을 두고 첨예하게 갈라진 입장 속에서 유저들은 대립이 아닌 새로운 대안을 찾고 실천했습니다. 대립은 계속해서 혐오를 조장할 테니, 대립을 멈추고 선행으로 맞서자는 것이었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나서서 기부 캠페인을 시작한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 메이플스토리 인벤)
(이미지 출처: 메이플스토리 인벤)

시작은 한 메이플스토리 커뮤니티였습니다. 한 유저가 혐오표현에 반대하는 뜻을 담아 넥슨이 지원하는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 기부한 것을 인증하자, 많은 유저들이 여기에 동참했습니다. 불과 몇 시간 만에 홈페이지의 트래픽이 초과될 정도로 많은 유저들이 몰렸고, 2천만 원이 넘는 기부금이 전달됐습니다.

하나의 작은 움직임은 파문이 되어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을 전했습니다. 이에 질세라 다른 게임의 유저들도 이 기부 행렬에 동참했죠. ‘블루 아카이브’, ‘마비노기’ 커뮤니티에서도 자체적인 기부 캠페인이 진행됐고, 그 외 많은 게임의 유저들도 이러한 움직임에 힘을 보탰습니다. 전체 모금액은 5천만 원을 훌쩍 넘긴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아카라이브 '블루아카이브 채널')
(이미지 출처: 아카라이브 '블루아카이브 채널')

이 지점에서 이러한 기부 행렬이 일어난 원인에 대해 한 번 살펴보고자 합니다. 특별한 계기가 없었던 상황에서, 유저들이 혐오의 맞서기 위한 대안으로 기부를 떠올린 이유는 기부가 우리 게임 문화의 하나의 밈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밈은 마치 유전자(Gene)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환경에 맞게 적응하고 또 진화하면서 이어지기 때문에 정확한 뿌리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게임 속 기부 문화 역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됐는지는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죠. 다만 그 발자취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그것이 어떻게 우리의 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았는지는 알 수 있습니다.

당장 고개를 돌려보면 뜨거웠던 올해 ‘롤드컵’의 결승전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미지 출처: 에펨코리아)
(이미지 출처: 에펨코리아)

한국을 대표하는 T1과 중국을 대표하는 WBG의 경기를 앞두고, T1의 팬들은 자신들의 언행이 T1의 경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믿음으로, 게임에서 부적절한 언행을 삼가거나, 미국의 메이저리거 오타니 쇼헤이처럼 무심코 버려진 쓰레기를 줍기도 하는 등 다양한 선행을 이어갔습니다. 여기에서도 게이머들의 자발적인 기부가 이어졌죠.

이번엔 좀 더 뒤로 가보겠습니다.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가 게이머들의 기부 문화 정착에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죠. 2021년 12월엔 금강선 디렉터의 “매출의 17%를 포기하겠다”는 과감한 선언에 유저들이 기부로 ‘돈쭐’내주기도 했고, 2022년 게임사가 ‘디어 프렌즈 콘서트’의 수익금을 전액 기부하자 유저들도 선뜻 기부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올해 9월에는 엄청난 난이도를 자랑한 ‘카멘 레이드’를 만든 개발진에게 ‘성취감’을 전하기 위한 기부 행렬도 있었죠.

이처럼 기부는 게이머들이 자신들의 의사를 표명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자, 게임이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게 하는 하나의 문화 요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러한 기부 밈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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