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가 단체 주최로 닷새 전 발표, 연말 마지막 평일 오후 2시에
"개인정보와 소지품 검사 요구에 뭘 믿고 응하나"... 참가신청 유저들 포기
참가 어려운 환경 속 '참가 0명' 조롱... "취지와 형태 모두 이상해"

"해명 대상도, 참여 방법도, 날짜와 시간도, 공지 방법도 다 정상이 아니었다."

애니메이션 외주 제작사 스튜디오 뿌리는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를 실시하고 미디어와 유저를 대상으로 해명에 나섰다. 일부 작업물 프레임에 남성 혐오 상징으로 알려진 집게 모양 손가락, 일명 '메갈 손'이 발견된 것에 대응한 것이다.

이 자리에 뿌리 비판 측 유저는 찾아오지 않았다. 이에 유저 미참여를 비판하는 뉴스가 일부 매체에서 나왔고, 한 매체의 팀장은 자신의 SNS에 유저들을 향해 "방구석 여포들"이라고 비하 발언을 남겨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게임을 즐기는 유저 커뮤니티는 어리둥절하다는 반응이다. 처음 간담회 소식을 알린 것은 닷새 전인 24일이며, 간담회가 열린 금요일 2시는 일반적 유저가 갑자기 시간을 내기 어려운 평일 낮 시간대다. 또한 29일이 2023년 마지막 업무일이었던 만큼 갑작스럽게 시간을 내기 어려웠다는 이유다.

또한 주최와 일정 공지를 맡은 한국게임소비자협회는 공식 등록된 단체가 아니며, 홈페이지 없이 오직 SNS로만 운영된다. SNS도 사실상 트위터(X)만 쓰고 있어 X 미사용 유저는 간담회 소식 자체를 알 방법도 없다. 지난 반응을 모니터링한 결과, X 바깥에 소식이 널리 퍼진 것은 간담회 직전과 직후 시기였다.

그 가운데서도 대여섯 명의 유저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협회 측이 이름과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사전에 요구하며 무산됐다.

일반 유저를 대상으로 한다는 간담회에서 신상 정보를 미리 받고 소지품 검사까지 예고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또한 주최측이 비인가 단체인데다가, 커뮤니티에 따라 서로를 향한 인신공격이 극에 달한 시점에서 이를 믿고 신상을 넘겨주기에 무리가 있었다는 것이 유저들의 설명이다. 

오프라인에서 실시간 방송이나 녹화 없이 진행된 점도 취지에 어긋난다는 반응이다. 직원 보호를 이유로 들었지만 그와 관계 없이 매체 사진을 통해 얼굴은 모두 공개됐다. 하다못해 채팅을 잠근 채 전체 영상 기록만 남겼어도 메시지를 전하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유저들에게 해명한다 했지만, 정작 유저들은 제대로 이야기를 들을 방법이 없는 간담회가 진행된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게임 전문 매체들에는 일정 안내도 오지 않아 X 계정을 찾아들어가지 않으면 사전에 알기도 어려웠다는 문제도 남는다.

처음부터 해명을 향한 대상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저들은 작업물에서 발견한 혐오 의심물을 넥슨 측에 제보했고, 넥슨이 이를 수정하고 삭제하는 등 대처에 나서면서 이미 원청과 하청 사이 작업물 문제로 공이 넘어갔기 때문. 

해명을 한다면 넥슨 등 게임사와 만나 서로의 자료를 비교하고 설득을 하는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작업 측과 검수 측의 만남이기 때문에 서로 소통할 데이터도 충분하다. 반면 유저들은 뿌리 사건에 대해 특별히 조직을 갖춰 대응한 적이 없었다. 

보통 기업과 유저가 아무 준비 없이 만날 경우 많은 자료를 일방적으로 가진 기업 쪽이 매우 유리하다. 그래서 그간의 유저 간담회는 적어도 몇주 전 일정을 정해두고, 유저 측이 대표자들과 지원 조직을 구성해 자료를 갖추고 서로 입장을 따지는 것이 정석이다.

간담회 닷새 전에야 소식을 전할 경우, 시간 내 참가할 인원을 선별하고 준비를 마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이로 인해 "너무 자신들이 유리한 판에서 여론을 주도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한 유저는 "우리는 게임사의 고객이지 뿌리의 고객이 아닌데, 연말 막바지에 기습적으로 아무나 받는다 말하는 것은 해명을 했다는 구색 맞추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면서 "평일 오후 2시에 신상 정보를 받아가는 비방송 간담회에 나오지 않았다며 조롱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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