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핵심은 '작품 저작물'에 발생한 혐오... 이념 논리와 무관
집게 손이 "자연스러운 동작"이라면 페미니즘 차별과 연관성 입증해야

(이미지 출처: X / @womenlink)

참담하다. 공존을 도모하는 놀이의 장인 게임에서 유저들이 좁힐 수 없는 의견의 차이를 사이에 두고 갈라지는 것이 몇 번째인가.

상처는 이미 벌어졌고, 짙은 흉터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묵묵히 사태를 바라보고 있기엔 이를 기회로 삼아 이익을 취하려는 일부가 만들어 내는 소음이 거슬렸다. 이들의 그릇된 주장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었다.

본론에 앞서 사실관계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이번 논란의 주체는 넥슨과 그와 도급(都給)을 맺은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뿌리다. ‘메이플스토리’의 ‘엔젤릭버스터’ 리마스터 업데이트 중 특정 애니메이션에서 남성 혐오를 상징하는 손동작이 숨겨져 있다는 의혹이 일었고, 게임사는 이러한 표현을 삭제한 것이 이번 사태의 핵심이다.

그러니 이 문제는 앞서 많은 이들이 지적했듯 사상과 이념의 문제가 아닌, 원청과 하청 사이에서 발생한 분쟁이다. 분쟁의 쟁점은 누군가를 조롱하고 멸시하기 위한 혐오표현을 제재한 것이지, 특성 성별과 사상을 향한 탄압이 아니다.

 

■ “혐오표현” vs “자연스러운 손동작”… 엇갈리는 주장

그런데 이러한 넥슨의 조치가 부당함을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지난 28일 넥슨코리아 사옥 앞에선 한국여성민우회가 주관하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이 공동주최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유저들이 영상을 제작한 창작자의 신상을 털고 SNS 계정을 뒤져 페미니스트로서의 의사 표현을 색출하고, 이를 빌미 삼아 넥슨을 상대로 집단행동을 벌였다”며, “일부 남성들의 억지 주장으로 여성과 페미니스트가 부당한 공격을 당하고 사회경제적 기반을 위협당하는 피해가 이어졌으며, 기업은 이러한 사태를 방조하고 문제 해결에 책임 있게 나서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문에서 한국여성민우회 측은 “‘집게 손’ 모양이 남성 혐오를 상징하며, ‘페미’라는 반사회적인 여성 세력이 이러한 상징을 사용하고 있다는 음모론은 일부 남초 커뮤니티가 날조해 낸 허황된 착각”이며, “0.1초 간 지나가는 자연스러운 손의 움직임을 증거라고 우기는 혐오 몰이는 모든 페미니스트 및 여성을 위협하며, 이들에 대한 실제적인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없이 위험하다”라고 전했다.

이들의 주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현재 메이플스토리를 비롯한 많은 게임들이 지적한 특정 손동작은 혐오표현이 아니며, ② 이를 혐오표현으로 보고 제재하는 것은 여성과 페미니즘을 향한 차별이다. 기자는 본지를 통해 이 두 주장에 대해 반박하고자 한다.

(이미지 출처: X / @women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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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혐오표현 부정은 “눈 가리고 아웅”… 혐오 표현 향한 제재는 기업의 권한

이에 앞서 쟁점인 ‘혐오표현’에 대한 정의를 살펴보자. 국가인권위원회는 ‘혐오표현 리포트’에서 혐오표현을 “성별, 장애, 종교, 나이, 출신지역, 인종,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어떤 개인·집단에게 모욕, 비하, 멸시, 위협 또는 차별·폭력의 선전과 선동을 함으로써 차별을 정당화·조장·강화하는 효과를 갖는 표현”이라고 정의했다.

이러한 정의에 입각했을 때, 문제가 되는 손동작, 소위 ‘집게 손’은 명백한 혐오표현이며, 이를 부정하는 것은 말 그대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다.

그 근거는 우리의 과거에 있다. 2015년 등장한 인터넷 커뮤니티 ‘메갈리아’를 중심으로 일부 여성들은 집게 손을 한국 남성을 비하하기 위한 표현으로 사용했다. “한국 남성의 성기는 작다”는 의미를 내포한 해당 손동작으로 그들은 모욕 및 비하를 통해 한국 남성들을 향한 차별을 조장했으므로, 이는 분명히 혐오표현의 일환이다.

설령 저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해당 손동작이 자연스러운 연출 중 일부분이라고 해도 넥슨의 조치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약칭 정보통신망법) 제44조 및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제8조에 따라 기업은 혐오표현 사용에 대한 자율규제권을 가진다. 그 의도와 무관하게 어떤 상징이 누군가에게 혐오 표현으로 느껴질 수 있다면, 그것을 제재하는 것은 철저히 기업의 권한이다.

 

■ 특정 손동작 제재가 페미니즘 차별? 손동작과 페미니즘 상관관계부터 입증해야

만약 그것을 여성 또는 페미니즘에 대한 차별이라고 주장하려면, 주장에 앞서 그 손동작과 페미니즘 사이의 연관성을 입증해야 한다.

본인들이 주장대로 집게 손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자연스러운 동작의 일부라면, 게임사가 이를 수정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해당 애니메이션은 스튜디오 뿌리가 하청받아 제작한 것일 뿐, 실질적인 소유권은 게임사가 갖고 있다. 게임사가 이를 자유롭게 수정하는 것엔 어떠한 법적, 도덕적 문제도 따르지 않는다.

반대로 그것이 정말로 남성을 향한 혐오 표현이 맞다면, 이에 대한 제재가 왜 페미니즘을 향한 차별로 이어지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할 것이다. 지금 게임사는 페미니즘이 아니라 혐오 표현 지우기를 진행 중이다. 페미니즘과 혐오가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할 셈인가.

해묵은 이분법적 이데올로기로 판단하기엔 오늘날 우리 세계는 너무나 복잡하고 다원화됐다. 아직도 세상을 단순히 강자와 약자, 남성과 여성 등으로 이분하려는 이데올로기가 있다면, 그것은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우중(愚衆)을 위한 ‘프로파간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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