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비즈니스를 넘어 사회적 의미에 대해 논의 필요

[게임플]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 대표팀이 이번 대회에서 거둔 성과는 흥미롭게도 e스포츠의 정의라는 심오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e스포츠는 스포츠인가?’라는 의제는 해묵은 논쟁으로 ‘페이커’ 이상혁 선수는 유려하게 답변하며 질문을 빠져나갔지만 e스포츠 업계와 팬, 소비자에게만큼은 여진을 남겼다.

단순히 엔터테인먼트와 비즈니스 모델로써 기능적이고 정량적인 것들이 주로 다뤄졌던 e스포츠는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국위선양’이라는 민족주의 성격을 끌어들이면서 대외적으로 스포츠의 지위에 한 발짝 더 가까워졌다.

업계 내부적으로 선수에게는 병역 혜택을 통한 선수 생명 연장, 감독 코치진 등 종사자에게는 국가 대표라는 자부심은 물론 전문화, 과학화 훈련 체계 등 새로운 목표를 제시했다.

e스포츠는 지금까지 경제적 측면에서의 지속성 문제를 해명하기에 바빴고 관심 역시 업계 규모와 적자 그리고 선수 연봉과 같은 것들에 쏠렸다. 그런 의미에서 병역 혜택에서 촉발된 e스포츠의 사회적 기능에 관한 질문은 한편으로는 사회적 논의를 끌어왔다는 점에서 오히려 긍정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업계의 또 하나의 아이콘인 전용준 캐스터는 ‘LoL’ 대표팀 결승전 경기 마무리 후 중계에서 “이렇게까지 e스포츠가 성장하리라 꿈도 꾸지 못했다”라며 짧게 소감을 밝혔다.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 채택과 선수단의 활약은 확실히 국내 e스포츠 산업과 이를 둘러싼 사회 전반에 새로운 시사점을 남겼다.

일각에서는 “e스포츠도 스포츠인가?”와 “군대 가는 청년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같은 질문을 “사이버머니가 1억 원이 넘습니까?”와 비슷한 수준으로 보기도 하지만, 기자는 이를 통해 비로소 사회가 e스포츠의 사회적 기능 그리고 스포츠로써의 역할에 대해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e스포츠의 사회적 기능에 대한 논의는 경제적 효과 증명에 대한 논의보다 한참 뒤처져 있다. 선수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과 복지 환경 등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며 다양성 문제를 향한 목소리는 매해 커지고 있다.

최근 게임 퍼블리셔들의 중앙 집중화로 시장 중심 환경 심화도 문제로 꼽힌다. e스포츠 프로 리그가 게임 수명을 늘리고 자본을 모은다는 사실이 증명되면서 자생적으로 지역마다 생겨났던 리그들은 퍼블리셔들에 의해 통합, 관리되기 시작했다.

덕분에 프로 리그는 고도화를 거듭하는 한편, 퍼블리셔마다 다른 규제와 거버넌스로 e스포츠 산업 표준을 더욱 희미하게 만들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종목 채택 기준에 대한 논의가 뜨거웠다.

e스포츠는 무엇보다 지적재산권을 퍼블리셔가 지닌다는 점에서 협회와 리그가 퍼블리셔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게임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퍼블리셔의 도움이 필수적이라는 점은 특정 집단과 이해 관계자에 의해 대회 환경, 연습 환경이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적도 주변 국가에서 동계 올림픽 종목 연습이 어려운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며 이번 ‘LoL’ 게임 버전 선택에 형평성 문제가 불거진 가장 근본적인 이유다.

또한 선수 건강과 과학화 훈련, 마케팅 및 실무 분야를 책임질 e스포츠 전문가 양성은 이제 막 시작됐으며 중앙 집중화된 리그는 사실 퍼블리셔 없으면 살아 남기 힘들 정도로 제대로 된 수익 모델을 제시하지도 못한 상태다.

이처럼 매해 e스포츠 산업의 인기와 규모가 큰 폭으로 늘고 있지만, 산업 구조에 대한 지적도 늘고 있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국내 e스포츠 산업의 성장과 영향력을 증명하는 자리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여러 언론들에 의해 그동안 배제됐던 사회적 논의를 수면 위로 끌어 올리게 만들었다.

대표팀 선수단을 향한 질문과 답변은 상징적으로 현 시대에 e스포츠가 더 이상 단순한 엔터테인먼트가 아님을 의미한다. 아시안게임에서의 e스포츠의 성과와 관련된 질문은 이제 우리가 e스포츠를 게임과 비즈니스를 넘어 사회적 의미와 스포츠로써의 정체성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게 만들었다.

여전히 업계는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를 떠안고 있다. 다만 이미 전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걸출한 선수와 팬, 유저 그리고 업계가 함께 발 맞춘다면 e스포츠 산업 발전에 대한 논의는 더욱 확장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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