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의 문화 차이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게임플] 동양과 서양. 단어만 들어도 서로 다른 양 끝단에 자리할 것만 같은 느낌이다. 경제, 성장, 발전 등 여러 분야에서의 동서양 차이는 지속적으로 있어왔다. 그 중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 바로 문화다.

‘나라의 정체성을 대변한다’라는 말로 표현되는 문화. 그 안에서 동양과 서양, 양쪽의 간극은 예로부터 줄어들지 못했다. 여기서 말하는 ‘차이’는 서로 간의 다름일 뿐, 문화 수준의 높고 낮음을 칭하는 단어가 아님을 짚고 넘어간다.

 

# 동서양 문화 차이의 시작은 ‘신(神)’으로부터

이는 각 문화의 시초, ‘신화’에서부터 시작한다. 서양인들의 사고에서 가장 중요한 시작점은 ‘나’이다. 연대, 통합주의보다는 개인주의가 더 어울리는 것인데, 때문에 서양에서는 ‘나’를 통해 세상과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

그렇기에 서양 문화에서 인간은 절대적 위치에 올라있다. 모든 것은 인간으로부터 시작되며, 그렇기에 서양 고대신들 대부분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다. 익히 잘 알고 있는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 포세이돈, 아테나부터 북유럽 신화의 신들까지. 자연의 힘을 부리며 초월적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들의 모습은 모두 인간의 형태를 띠고 있다.

초월적인 힘을 가졌으나, 서양의 신들은 모두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다

반면 동양은 각 개체보다는 흐름과 관계에서 그 의미를 찾는다. ‘나’보다는 ‘우리’가 더 가치 있기에 자신의 목숨을 국가를 위해 버리고, 충(忠)이나 의(義)와 같은 마음가짐이 중요시된다.

이러한 동양 문화는 자연스레 주변의 흐름을 중요시하게 만들었다. 절대적인 하나의 신이 있기보다는 기의 흐름, 민간-토속 신앙 등이 힘을 얻었고, 이는 문화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됐다. 중국을 비롯한 동양에 ‘반인반수’의 신이 더 많이 등장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가장 기본적인 문화 콘텐츠라 볼 수 있는 ‘그림’에서 이러한 성향을 엿볼 수 있다. 사물이나 객체, 인물화가 많은 서양과는 달리 동양에서는 산수화와 같이 자연이나 전체를 그린 작품이 많은 것이다.

태초 신화, 어찌보면 사소한 것에서 시작한 동서양의 문화차이는, 지속적으로 벌어졌다. 현재 만나볼 수 있는 과거 건축 양식만 하더라도, 어느 하나 접점을 찾을 수 없을 지경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화 차이는 ‘사절단(使節團)’을 통해 해소되기도 했다. 예컨대 근대에 들어온 여러 서양 문물들, 그리고 산업 발전기, 현대에 들어온 여러 해외 POP과 영화 등이 그러한 ‘사절’의 역할을 했다.

 

# 점차 줄어드는 문화의 차이, 그리고 방탄소년단

현재 방탄소년단은 전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차이, 격차는 줄어들지 않는 듯 했다. 특히 한국은 근대 시절 ‘쇄국 정책’을 맞았기에 그 발전이 더 느렸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가속도가 붙었으나, 여전히 서양에서 바라보는 한국은 일본도를 차고 다니는 사무라이, 성룡이 있는 나라와 동일시 됐다.

하지만 그러한 격차도 앞서 언급한 ‘사절단(使節團)’의 역할을 ‘한류’가 맡아주며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러 K-POP, 드라마로 시작된 한류 열풍은 최근 방탄소년단(BTS)에 이르러 그 정점을 찍었다.

현재 방탄소년단은 ‘제2의 비틀즈’라 불릴 정도로 한국 가수로서는 유례없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전 세계에 걸친 거대한 팬덤을 바탕으로 각종 경제적, 문화적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이는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를 넘어, 한국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기에 세간에서는 ‘동서양의 문화차이는 이제 사라졌다’라고 평가하게끔 만들었다. 신화로부터, 그리고 사회 통념과 사고로부터 시작된 차이가 이제는 거의 사라진 것이다.

넥슨이 개발한 바람의나라, 현재도 서비스 중이다

본격적으로 게임의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게임. 대다수가 말하는 비디오 게임(콘솔, PC 포함)의 시작은 서양이었다. 최초의 비디오게임으로 넘어가자면 한도 끝도 없기에, 익히 알고 있는 게임인 아타리가 내놓은 ‘퐁(Pong, 1972)’을 시작으로 하자.

이후 우후죽순 게임들이 생겨났고, 당연히 일본을 넘어 국내에서도 비디오게임 시장은 활성화 됐다. 이어 90년대 후반, 최초의 그래픽 온라인 RPG인 바람의나라를 넥슨이 개발했고, 이후 국내 게임사는 전세계 온라인게임 시장을 이끌 듯 했다.

 

# 이제서야 ‘상호 교환’이 되는 동서양의 게임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문화적 차이가 있었기에 각기 게임을 즐기는 이들의 성향도 달랐던 것이다.

북미, 유럽으로 야심차게 출시한 국내 온라인게임들은 참패를 맛보았고, 해외에서 유명했던 게임을 국내에서 서비스해도 ‘마니아층’만을 형성할 뿐이었다. 물론 국내 게임사들의 운영적 이슈가 대부분이었겠지만, 마케팅과 사업, 운영 측면 또한 국내의 게임 문화가 반영된 결과로 보아야 한다.

펄어비스의 검은사막은 여러 모험적 요소, 스토리로 서구권에서 호평 받고 있다

그러한 격차는 최근 들어 해소되고 있는 형국이다. 2000년대 중후반, 해외에서 철수했거나 잠잠했던 게임들이 다시금 같은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는 지난 1월 미국과 터키에서 연장 서비스 계약을 체결한 엠게임의 나이트 온라인을 들 수 있겠다. 나이트 온라인은 지난 1월 22일 신규 서버가 생성된 지 열흘 만에 엠게임 한달 누적 매출의 두 배를 넘겼으며, 동시 접속자도 최고 5만 명을 넘어서기까지 했다.

최근 진출한 게임들은 줄어든 문화 차이를 확실히 대변해주고 있다. 스팀 플랫폼을 통해 출시된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는 전세계에서 주목 받았으며, 북미와 유럽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한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또한 서양 유저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검은사막은 엑스박스원 버전으로도 북미, 유럽에서 출시 열흘 만에 서버를 두 배로 증설할 정도로 흥행했다. 이러한 성공을 토대로 펄어비스는 PS4버전으로도 검은사막을 출시할 계획이다.

카카오게임즈가 국내에서 서비스하는 패스오브엑자일

서구권에서 들여와 최근 흥행한 게임으로는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를 시작한 패스오브엑자일을 꼽을 수 있다. 그라인딩기어게임즈가 개발한 핵앤슬래시 게임인 패스오브엑자일은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 계획 공개 당시, 다소 하드코어한 게임성으로 인해 업계인들 대다수가 국내 흥행에서는 우려 섞인 반응을 내놓았다.

하지만 패스오브엑자일은 정식 서비스 첫날부터 동시 접속자 7만 명을 돌파하더니, DAU에서는 20만 명까지 돌파했다. PC방 순위에 있어서는 6위(12일, 게임트릭스 기준)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물론 해외 게임들이 국내에서 성공하는 경우는 지금까지도 있어왔으나, 국내 게임사가 직접 퍼블리싱 권한을 가지고 서비스한 게임 중 성공한 게임은 손에 꼽을 정도다.

 

# 어째서 이렇게 줄어들었을까? 각 문화에 대한 니즈가 있었기 때문

최근 대단원의 막을 내린 영화 어벤저스에도 한국이 등장한다(출처: 어벤저스2: 에이지오브울트론 스틸컷)

이렇듯 문화의 차이가 줄어드는 것에는 서양 게이머들의 성향, 그리고 각 문화에 대한 관심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아트 스타일을 예로 들어보자. 지난 4월 진행된 NDC 2019에서 넥슨의 이근우 파트장은 서구권에서 여러 국적과 문화를 가진 아티스트들이 업계에 점차 많이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아트의 스타일도 다양해졌으며, 현지인들이 받아들이는 격차도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기사 서두에 서술한 문화적 측면을 기본으로 확인 할 수 있는 ‘그림’에서부터 그 격차가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넥슨이 마블 배틀라인을 개발할 당시, 마블 엔터테인먼트 측은 “아시아권 아트의 미적 감성을 높이 사고 있으니 넥슨이 가지고 있는 관점으로 진행해달라”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간단히 말해서 이제 서양의 게임 문화를 맹목적으로 따라갈 필요가 없어졌다는 뜻이다. 서양 유저들이 아시아권의 신화, 문화에 대한 기반 지식이 부족하지만, 성향상 게임의 스토리와 매커니즘에 집중하기 때문에 동양의 문화도 충분히 독창성으로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마블 측에서 넥슨에 전한 메세지

이는 동양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례로 톨킨의 ‘반지의 제왕’은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에게 ‘판타지 세계’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고, 이는 서양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지게 만들었다. 즉 서양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점차 사라져간 것이다.

서양 게임 시장에서도 아시아의 색채를 가진 게임에 대한 니즈가 점차 늘어나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인 만큼, 스스로의 장점과 색채를 살리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고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이 니즈가 적었다는 점, 그리고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으려 했던 것이 패인으로 작용했다 말할 수 있다.

‘지구촌’이라는 말이 등장한지도 벌써 20년은 넘었을 것이다. 그 옛날 초등학교 시절부터 교과서에서는 “세계의 거리가 줄어들어 이제는 지구촌이다”라는 말이 실렸다. 이젠 더 이상 ‘먼나라 이웃나라’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으며, 어느 나라도 혼자서 독불장군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게 됐다.

각 나라, 동양과 서양은 문화에 있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서로 닮아 가고 있다. 이는 K-POP이, 그리고 게임이 증명하고 있는 부분이다. 정말로 몇 세대, 아니 수년 뒤에는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그 정도로 차이가 났었단 말이야?”라고 말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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