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우 파트장이 말하는 마블과의 협업기

[게임플] 지난해 10월 넥슨이 출시한 마블 배틀라인은 TCG(트레이딩 카드게임)인 만큼, 여러 일러스트들이 부각되어 등장했다. 글로벌, 특히 북미를 타겟으로 한 게임이기에 아트 스타일도 중요했는데, 오늘(26일) 성남시 판교 소재의 넥슨 사옥에서 진행된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 2019)에서 그 후일담을 들을 수 있었다.
마블 배틀라인의 라이브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이근우 파트장은 ‘마블 배틀라인, 마블과 아트어셋 협업하기’를 주제로 강연대에 올랐다. 그는 “유명 IP가 있는 게임이다 보니 쉽게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으나, 생각대로 되지는 않았다”라며, 마블 배틀라인의 일러스트 탄생과정을 설명했다.
첫 난관은 아티스트의 섭외였다. 영화 기반이 아닌 코믹스 기반으로 기획된 마블 배틀라인이기에, 마블 히어로를 북미 코믹스 풍으로 그릴 이가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는 그러한 아티스트를 찾기가 힘들었고, 우여곡절 끝에 마블 팬아트로 판단을 한 뒤 주니어부터 시니어까지 다양한 인력을 섭외했다.

이후 이루어진 마블과의 미팅에서 개발진은 의외의 답변을 듣게 됐다. 당연히 북미 코믹스풍으로 진행해야 할 것 같았던 아트 스타일에 대해 마블 측에서 “완전한 북미풍의 코믹스 스타일을 권하지 않는다”며, “아시아권 아트의 미적 감성을 높이 사고 있으니, 넥슨이 가지고 있는 관점으로 진행 해달라”라고 한 것이다.
이때부터 개발진은 게임의 기준점을 만드는 단계부터 시작했다. 초기 아트필라 작업에서 초반에는 기존 마비노기 듀얼 기반으로 진행했으나, 이후에는 아티스트 각자의 스타일을 살리도록 방향을 바꿨다.
예컨대 카드게임이라는 장르적 특성을 활용해 아티스트마다의 스타일과 작업 방식은 존중하도록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마블 코믹스 스타일의 큰 범위 안에, 북미 코믹스와 동양권 일러스트 감성이 융합된 느낌의 일러스트들이 완성됐다.

IP 홀더인 마블과의 협업 과정은 의외로 어렵지 않게 진행됐다. 아트 팀에서는 스케치, 1차 완성, 최종 완성의 단계 사이 마다 검수를 받았다. 이 파트장은 “해당 과정을 통해 마블 측에서 어떤 관점을 중요시 하는지, 그 방향성을 더 명확히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트 작업에서 마블 측이 중요 시 했던 것은 턱과 입의 표현, 인체 비율, 과장된 신체비율 표현 지양, 총기와 폭발물의 사회적 이슈 등이었다. 턱과 입의 표현에서는 볼륨 있는 턱 라인과 큰 입을 강조했으며 특히 표정의 표현에 있어 입모양을 활용하기를 바랐다. 인체 비율은 현실에 기반해야 했으며, 총기에 있어서는 총구 방향이 정면(유저가 바라보는)을 향하지 않도록 표현하도록 했다.
그럼에도 마블 측에서는 개발진의 뜻, 그리고 동양의 아트 스타일을 많이 존중해줬다고 한다. 이 파트장은 “최근 보면 아티스트들이 글로벌 활동에 많이 참여를 하고 있다”라며, “이를 통해 동서양의 아트 스타일의 갭이 많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구권에서는 여러 국적과 문화를 가진 아티스트들이 업계에 점차 많이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스타일도 다양해졌으며, 현지인들이 받아들이는 스타일의 격차도 많이 줄어 들었다.
이 파트장은 “글로벌이나 북미를 타겟으로 한다고 해서 해당 지역에 치중된 스타일보다는 본인이 잘하는 것에 비중을 높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강연을 마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