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갈래로 진화 중인 자동 시스템, 게이머들은 길들여진다

정진성 기자

[게임플] 자동 사냥, 자동 전투. 이제는 게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됐다. 처음에는 퀘스트 장소로 자동으로 이동하면서, 자동 사냥만 하는 정도였는데 이제는 캐릭터의 행동 패턴까지 자동으로 설정이 가능하게 됐다.

‘조작 액션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이라는 타이틀이 붙어도, 어느 정도의 자동 시스템은 갖춰져 있어야 한다. 이제 게이머들은 번거로운 게임은 사양하기 때문이다.

행동 패턴, 설정과 같이 이런 게이머들의 성향에 맞춰 자동 전투도 점점 변화하고 있다. 게임을 꺼뒀을 때도 성장하는 ‘방치형 게임’도 존재하며, 정말 보기만 하는 시뮬레이션 게임도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제는 캐릭터 혼자서 마을로 복귀해 장비를 수리하고, 물약을 사고 다시금 사냥터로 나서기도 한다. 그야말로 ‘손 가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게임들이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게 게임을 즐기는 것일까? 게이머들이 그저 게임의 ‘패턴’에 맞춰 생활하는 것은 아닐까?

기자는 실제로 조작하고 즐기는 게임을 좋아했다. 직접 캐릭터를 조작해 몬스터를 사냥하는, 그런 게임만이 진정한 게임이라 생각했다. 모바일게임도 그래야만 한다는 주의이기에, 그저 자동전투로 켜두는 게임은 지양하는 편이었다. 자동 전투를 보고 있자면 “캐릭터가 게임을 즐기는 것에 내가 돈만 주는 꼴이 아닌가?”라는 자괴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최근 즐겼던 로스트아크의 경우 많은 조작, 오랜 시간 진득하게 앉아있는 자세를 필요로 했다. 원래 MMORPG를 좋아하던 기자이기에 서슴없이 플레이 했다.

물론 즐겁게 했지만 무언가 ‘불편’했다. 퀘스트를 찍으면 자동으로 이동하는 시스템도, 일정 지점으로 체력이 떨어지면 자동으로 회복을 해주는 시스템도 존재하지 않았기에 번거로웠다. 스킬셋에는 신경쓸 것이 왜이렇게 많은지, 플레이했던 '아르카나'는 심지어 스택까지 계산해 터뜨려야 대미지가 잘 나왔다.

언제부터인가 자동에 길들여진 듯 하다. 앞서 언급했듯 얼마 전 친구에게 추천해줬던 게임도 자동 시스템이 기반에 깔려있었다. 아무리 수동 조작을 좋아한다 해도 기본적인 자동 시스템은 ‘꼭’ 있어야만 했다.

컨트롤러는 저 멀리에 내던졌다. 이제는 컨트롤러보다는 스마트폰의 가상패드가 더 편해졌다.

비단 기자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많은 게이머들이 이제는 ‘자동’없이는 게임 라이프를 즐기는 것이 불편해졌다. 그에 맞춰 자동 시스템도 다양하게, 더욱 세분화되어 나오고 있기에 ‘자동으로 즐길 거리’도 많아졌다.

하지만 생각 한 켠에는 여전히 자그마한 의문이 든다. ‘내가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인지, 캐릭터가 나를 이용해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인지’라는 의문. 편리하게 언제, 어디서든 쉴새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점차 변해가는 모습에 한편으로는 씁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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