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지만 확실하게 다른 효과를 내다

[게임플] 하정우, 이선균 주연의 신작 영화 PMC: 더 벙커가 개봉 이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1인칭 시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연출이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한 인물의 입장에서 사물과 배경을 둘러보는 시점.1인칭 시점(First Person View 혹은 Point of View)은 영화에서 널리 사용되는 기법이다. 현장감과 긴장감을 극대화하고 주인공 혹은 특정 인물의 시각에서 사태를 관찰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독특한 특성 때문에 1인칭 시점은 하나의 기법을 넘어 이제는 그 자체만으로 독자적인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1인칭 시점이 지닌 가장 큰 무기는 다른 시점에 비해 월등히 높은 몰입감이다. 긴장한 사람의 표정을 보여주면서 감정을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긴장한 사람의 시선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처럼 카메라를 미묘하게 흔들면서 인물이 자리한 곳의 구석구석을 비춰주면서 관람객이 인물의 지금 심리 상태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영화 속 인물과 관람객을 순간적으로 '동기화'하는 효과를 낼 수 있으며, 그 덕분에 관람객은 인물의 감정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기법은 영화뿐만 아니라 게임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FPS 장르가 별개로 있을 정도로 게임에서 1인칭 시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1인칭 시점이 적용된 게임이라면 FPS(First Person Shooter)를 떠올리기 쉬우며, 때문에 일반적으로 1인칭 시점이 적용된 최초의 게임으로 1992년 출시된 울펜슈타인3D를 꼽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게임에서 1인칭 시점이 적용된 역사는 생각보다 훨씬 길다. 리처드 개리엇은 자신이 개발한 RPG 울티마1에서 점과 선으로 그려진 투박한 그래픽으로 1인칭 시점에서 던전을 탐색하는 긴장감을 표현한 바 있다. 이 게임이 처음 출시된 것이 1981년이니, 사실살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게임의 역사는 30년이 훌쩍 넘은 것이다.
 
물론 이 시점을 슈팅게임에 접목시켜 게임업계 전반에 퍼트린 것은 ID소프트의 울펜슈타인3D가 주인공이다. 이후 ID소프트는 둠(DOOM)을 출시하며 전세계에 FPS 열풍을 일으켰다.
 
둠은 말 그대로 충격적인 게임이었다. 다소 느릿하게 진행됐던 울펜슈타인3D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감을 갖추고 있었고, 마우스를 따라 휙휙 돌아가는 시야는 긴장한 유저들이 악마에게 점령당한 화성기지를 두리번거리는 듯한 느낌을 강조했다.
 
영화와 게임에 1인칭 시점이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것은 이들 콘텐츠가 전하고자 하는 바의 대부분을 시각적 정보를 통해 전달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영화보다는 게임에서 1인칭 시점이 조금 더 원활하게 다뤄지는 느낌도 있다. 1인칭 시점에서 주어지는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보다는 1인칭 시점에 내 의지를 능동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 주는 재미가 더욱 큰 것이 그 이유다.
 
이제 1인칭 시점을 적용한 영화를 두고 'FPS 같은 영화'라는 말을 하는 시대가 됐다. 한때 사실적인 게임을 두고 '영화 같은 게임'이라는 표현을 하는 것이 일상인 때가 있었다는 것을 보면 재미있기까지 하다. 어쩌면 1인칭 시점과 FPS는 영화와 게임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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