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양궁 등의 선수들과 e스포츠 선수들의 흥미로운 공통점

[게임플] 지난 5월 6일부터 서울 상암 에스플렉스 센터에는 ‘e스포츠 명예의 전당’이 시범운영 되고 있다. 이 명예의 전당에는 선정위원회와 투표인단이 선정한 선수들인 임요환, 홍진호, 이상혁, 김종인 등이 올랐다.

이들 모두 e스포츠 계에 큰 ‘족적’을 남겼거나, 현재도 활발히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인데, 그 행보와 역대 이력 등을 살펴보면 기존 스포츠인 축구, 야구 등의 선수들과 공통된 점이 많다. 예컨대 홍진호의 경우 ‘만년 2등’이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축구 선수인 미하엘 발락도 이력을 살펴보면 온통 준우승으로 가득한 이른바 ‘콩라인’ 이다. 명예의 전당에 오른 몇몇 선수들을 골라 기존 스포츠 선수와 비교해보도록 하자.

 

# 임요환 – 베이브 루스(상징성)

임요환은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이름의 선수다. 온게임넷(현 OGN) 스타리그 최초의 총합 2회 우승, WCG 브루드 워 부문 리그 유일 총합 2회 우승 등다수의 우승 경력으로 유명한 것도 있지만, 기록의 측면보다는 ‘e스포츠를 널리 알리고 발전 시켰다’는 상징적인 측면이 임요환을 표현하기에 적합하다고 볼 수 있겠다.

실제로 송병구, 이윤열 등 임요환 못지 않거나 더 많은 우승 경력을 가진 선수들이 존재하지만, 일반인들은 임요환은 알지만 위에서 언급한 선수들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각종 지상파 프로그램, 공식 행사 등에 참여해 e스포츠의 태동기에 막대한 역할을 했으며, ‘스타크래프트는 몰라도 임요환은 안다’라는 말이 생겨나게끔 만들었다.

베이브 루스는 1900년대 초반 메이저 리그의 야구 선수다. 투수로서 메이저리그 경력을 시작했으며, 리그 최고의 좌완 투수이자 타자였다. 1920년 뉴욕 양키스로 이적한 뒤 타자로 전향, 당시의 ‘데드볼 시대’에서 이른바 ‘홈런의 시대’를 열었으며, 야구라는 종목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야구 선수로 추앙 받고 있다.

이런 면에서 두 선수는 닮았다. 각각 e스포츠, 야구의 태동기, 전환점을 이끈 선수들인 것이다. 때문에 임요환과 베이브 루스는 각 스포츠의 ‘상징성’ 측면에서 평행이론을 이루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 홍진호 – 미하엘 발락(성적)

홍진호는 현재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선수 시절의 경력을 살려 ‘콩’, ‘2’ 등의 수식어를 달고 활약하고 있다. 이러한 별명이 붙은 이유에는 ‘준우승’, ‘2등’이 많기 때문인데, 실제 경력을 살펴보면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서 2회, KPGA 투어 리그에서 2회, MSL에서 1회 등 협회 공식 리그에서의 결승전 승률은 0%다.

물론 2002년 KT배 온게임넷 왕중왕전 등에서 우승한 경력이 있지만, 준우승이 너무나도 많아 우승이란 사실이 잊혀질 정도다. 여담이지만 우승한 리그 중 하나도 2라운드만에 우승해 상금 2,200만원을 받아 영원한 ‘2’로 기억되고 있다.

미하엘 발락 선수는 독일의 축구 선수로서 높은 전술이해도, 수비력, 피지컬, 강력한 중거리 슈팅 능력 등을 보유한 최고의 선수 중 하나다. 하지만 그도 역대 이력을 살펴보면 온통 ‘준우승’으로 도배되어 있어 홍진호 선수를 떠올리게 한다.

분데스리가 준우승, DFB포칼 컵 준우승,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2002 월드컵 준우승 등 많은 ‘2’의 기록을 가진 미하엘 발락이다. 물론 미하엘 발락도 프리미어리그, FA컵 등에서 우승을 한 경험이 다수다. 하지만 홍진호와 마찬가지로 ‘준우승 타이틀’이 너무 강해 다소 사람들에게 잊혀진 케이스로 보인다.

우승을 했지만 준우승이 더 돋보이는, 우승보다 준우승으로 빛나는 서로 다른 종목의 두 선수다.

 

# 이상혁 – 박지성(인지도)

‘인지도’라는 측면을 선수를 보게 되면 자칫 스포츠 선수의 모습이 ‘스타성’에만 치중될 수 있어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상혁(페이커)과 박지성은 각 종목에서 ‘인지도와 실력’ 두 가지 타이틀을 모두 가진 선수로 팬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최근에는 다소 잊혀졌지만, ‘한국의 프리미어리거’하면 모두들 박지성을 떠올렸다. 김연아, 싸이와 같이 외국인들에게 묻는 질문 중 하나가 ‘두유 노 지성박?’이라는 유머도 있듯, 인기라는 타이틀에서 국내외를 막론한 선수였다.

이상혁도 마찬가지다. 국내 리그오브레전드 e스포츠 팬들 중 이상혁을 모르는 이는 드물며, 다들 ‘리그오브레전드의 실력자’라고 하면 ‘페이커’를 떠올린다. 해외 팬들에게도 인기가 엄청난 만큼, 최근에는 이상혁도 위에서 언급한 ‘두유 노’ 라인에 넣어야 한다는 말도 다수 나오고 있다.

두 선수 모두 인기만큼 확실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큰 경기’에서 슈퍼 플레이를 보여줬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박지성은 PSV에 있을 당시 04-05시즌 챔스 4강에 진출 당시 경기에서 큰 활약을 보여줬으며, 이상혁도 롤챔스, 롤드컵 등에서 크게 활약해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 김종인 – 김수녕(신궁 이미지)

김종인(프레이)는 현재 해외에서 ‘2018 LoL 미드시즌 인비테이셔널(MSI)’에 참여 중인 킹존드래곤X의 원거리 딜러다. 뛰어난 실력과 위트 등으로 많은 팬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선수인데, 그 ‘실력’에서 특이한 점이 있다.

이른바 투사체를 ‘잘쏜다’인데, 예컨대 챔피언 애쉬의 궁극기나 이즈리얼의 궁극기, 진의 궁극기와 같은 ‘논타겟팅 궁극기’를 귀신같이 맞히는 모습을 보여 ‘신궁 프레이’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최근 MSI에서도 이즈리얼의 궁극기를 이용해 보이지도 않던 상대 선수를 잡아내는 ‘신궁’을 선보였다.

때문에 국내 양궁 선수 중 전설적인 존재인 김수녕과 그 모습을 견주어볼 수 있다. 김수녕은 국내 양궁 선수로 각종 대회에서 우승을 휩쓸어 대한민국 양궁을 대표하는 사상 최고의 선수, 이른바 ‘신궁’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차지한 양궁의 전설이며, 세계양궁협회에서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여자 양궁 선수인 김수녕이다. 김종인이 가진 ‘신궁’이라는 별명이 김수녕 선수로부터 비롯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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