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연출과 속도감 넘치는 공방은 그 자체로 장점도 단점도 된다

[게임플]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가 지난 지난 1월 26일 PC와 엑스박스 원으로 출시한 대전격투게임 드래곤볼 파이터즈는 여러 면에서 주목할만한 게임이다. (플레이스테이션4 버전은 오는 2월 1일 출시 예정이다)

대전격투게임 장르가 점점 하향세를 타면서 '마니아 장르'로 정의되는 시점에 새롭게 출시된 신규 대전격투게임이라는 점, 길티기어 시리즈와 블레이블루 시리즈로 특유의 대전 시스템을 정립하며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아크시스템 웍스가 간만에 선보이는 새로운 작품이라는 점. 그리고 드래곤볼 IP를 활용한 새로운 대전격투게임 프랜차이즈(가 될 수도 있는) 게임이라는 점이다.

드래곤볼에서 손오천과 트랭크스가 퓨전을 했더니 어마어마한 전투력을 자랑하는 '오천크스'가 된 것처럼, '길티기어 Xrd -Sign-'에서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연출을 선보인 아크시스템 웍스와 드래곤볼이 만난 결과물은 어마어마하다. 드래곤볼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은. 아니. 어떤 면에서는 애니메이션보다 더욱 역동적인 연출로 보는 이의 혼을 쏙 빼놓는 화려한 대전격투게임이 등장했다.

애니메이션 원작을 대전격투게임으로 전환하면서 이러한 '카툰 렌더링' 기법을 활용한 게임이 없던 것은 아니다. 플레이스테이션2로 출시됐던 드래곤볼Z3에서 이미 '드래곤볼 + 카툰 렌더링'의 조화를 만나봤으며, 원피스 버닝 블러드, 나루토 나루티밋 스톰 시리즈에서도 이런 조화가 어떤 매력을 주는지 검증된 바 있다.

하지만 '유명 애니메이션 IP를 카툰 렌더링으로 버무린 대전액션게임'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이들 게임과 드래곤볼 파이터즈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다. 

상술한 게임들이 넓은 공간에서 빠르게 필드를 돌아다니며, 장풍, 기탄으로 견제를 하고 레버나 방향키를 이용한 커맨드 입력을 하는 게 아닌 버튼을 순서대로 누르는 방식으로 스킬을 사용해 대전을 펼쳐야 하는 게임이었다면, 드래곤볼 파이터즈는 상하좌우로 공간이 제약된 측면 시점에서 커맨드 입력으로 대전을 펼치는 '스트리트 파이터2' 형태의 게임이다. 

이 게임의 가장 큰 가치는 대전격투게임을 오래 즐겼던 이들이라면 한 번 정도는 생각해봤을 상상을 현실로 옮겨온 사실상 첫 게임이라는 점이다. '드래곤볼 캐릭터가 나오는 스트리트 파이터를 하고 싶다'는 상상이 '상용 게임'으로는 처음 구현된 것이 드래곤볼 파이터즈다. 

드래곤볼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3:3으로 팀을 맺고 애니메이션 연출에 버금가는 대결을 펼친다는 콘셉트는 대전격투게임 마니아들은 물론 대전격투게임에 큰 관심이 없는 드래곤볼 IP의 팬들에게도 인상적인 요소다. 

하지만 이 게임은 외형만 보고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은 아니다. 커맨드가 레버를 반 바퀴만 돌려도 되는 소위 '파동권 계열'이라느니, 약공격이나 중공격만 연타해도 화려한 콤보가 휙휙 나간다느니 하는 편의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격투게임 입문자들이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플레이적 이득은 그다지 크지 않다.

아크시스템 웍스의 대전격투게임이 대부분 그렇듯이 이 게임 역시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공방이 오가며, 한번 기회를 잡으면 최대한 많은 콤보를 성공해야 하는 게임이다. 여기에 Z어시스트 시스템, Z태그 시스템까지 조합해야 하니, 겉모습만 보고 게임을 시작한 이들은 게임에 적응하기 어렵다.

그나마 커맨드가 간소화 됐고, 대다수 캐릭터가 콤보를 이어가는 루트가 비슷해서 각 캐릭터의 콤보를 하나하나 연습해야 할 여지가 적다는 것은 장점이다. 하지만 애초에 이를 장점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전격투게임 초심자가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유경험자에게나 의미가 있는 편의사항들인 셈이다.

물론 대전격투게임 그 자체의 완성도는 준수하다. 아크시스템 웍스가 워낙 오랜 기간 대전격투게임을 만들어왔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우려는 하지 않아도 좋다. 

대전격투게임 숙련자들은 충분히 깊이 있는 대전을 즐길 수 있으며, 초심자들은 이런저런 캐릭터를 선택해서 지인들과 함께 버튼 몇 개를 눌러가며 에네르기파, 조기탄, 도돔파 등을 화려하게 상대에게 안겨줄 수 있다. 

워낙에 연출이 화려하다보니 공격을 당하는 사람도 눈이 즐거운 와중에 맞을 수 있다는 것도 타 대전격투게임에서는 찾을 수 없는 장점이라 하겠다.

하지만 다소 부족한 캐릭터 갯수 때문에 볼륨이 부족하게 여겨지는 점, 대전격투게임 시장에서도 숙련이 쉽지 않은 아크시스템 웍스의 게임이기에 화려함에 이끌려 게임을 잡은 이들이 쉽게 흥미를 잃을 수 있다는 점은 단점이다. 

추천하는 유저: 드래곤볼 마니아, 아크시스템 웍스의 오랜 팬들, 기존 드래곤볼 IP 게임들의 연출에서 2% 부족함을 느꼈던 이들, '손님접대용' 게임이 필요한 이들. 

비추천하는 유저: 길티기어 시리즈 적응에 매번 실패하는 이들,  선택할 수 있는 캐릭터의 수가 많은 게임을 선호하는 이들, 드래곤볼 원작을 본 적 없거나 관심 없는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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